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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1 08:58

이 책이 나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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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오기까지


오래 전부터 써왔던 성경이야기 해설 원고 몇 편을 캘거리 한인연합교회의 2003년 여름 수양회에서 소개한 일이 있었습니다. 수양회 후, 교회에서 저의 강좌를 교회 홈페이지에(www.kucc.org) 연재하면 어떻겠느냐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지난 4년 동안 글들을 올려 보완하는 작업을 수없이 거듭해 왔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는 저의 밴쿠버에서의 목회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제 성경공부에 참석하셨던 장범식 박사님과 이성수 박사님 내외분을 위시해서 여러 분이 성경공부 내용이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특히 김영휘 집사님께서는 책이 나오면, 우선 친척들과 친지들에게 권하고 싶다면서, 책을 사 볼 이들을 미리 모집해서 인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씀을 하신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원고가 이미 캘거리 한인연합교회 홈페이지에 거의 모두 발표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교회 외지 교인 중 한 분이신 김찬익 장로님도 책 출판을 구상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제 원고와 판권을 캘거리 교회에 기증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캘거리 교회에서는 저의 뜻을 받아 들여 출판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교사업의 일환으로 이 책을 출판하도록 해 주셨습니다.

캘거리 한인연합교회에 이 책 원고를 기증하게 된 것은 교회 홈페이지에 저의 글들을 연재한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제 책의 주요 골자인 창세기 출애굽기의 이야기의 내용과도 상통하는 바가 있어서입니다. 캘거리 한인연합교회는 1985년 교회창립부터 지금까지 히브리백성이 경험한 험난한 길과 외로움을 그대로 재연해 왔습니다. 그것은 어두움에 삼켜질 작은 불꽃같았고, 폭풍 속에서 떠다니는 조각배 같고, 그리고 언제 스러질지도 모르는 들풀 같았지만, 혼돈에서 질서를 향한 하나님의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목회에서 은퇴를 한 제가 이 작은 공동체의 외롭고 가슴 아린 역사에 동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캘거리 한인연합교회 홈페이지의 광범위한 내용을 보면 마치 큰 교회인 듯싶으나, 사실은 몇몇 사람들이 모인 작은 공동체입니다. 이 교회가 생기게 되었던 지난 사연 자체가 말해주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본래 캐나다 유학 제1호였던 고 문재린 목사님(고 문익환 목사님의 아버님)께서 캐나다 연합교회 (The United Church of Canada) 소속교회로서의 “캘거리 한인연합교회” 창립설교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설립의도와는 달리, 그 후 다른 교역자가 이 교회에 부임하면서 캐나다 “연합 한인교회”로 개명했었고, 그 다음 다른 교파 소속 교역자가 올 때마다 교회소속교단과 교회 이름도 몇 차례 바뀌면서, 최종적으로 캐나다 장로교회 소속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 연합교회 소속 캘거리 한인연합교회가 설립된 것은 에큐메니칼 운동(교회일치)의 선두에 있는 연합교회 전통의 계승뿐만 아니라, 이 교회에서의 신앙적 자유와 민주화 운동의 실천, 두 가지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캘거리 한인연합교회는 기존 보수적인 교회를 극복하고 새로운 신앙적 실천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당시 그 장로교회의 교인이었던 고 문형린 장로님이 토론토 한인연합교회의 이상철 목사님을 강사로 초청해서 집회를 하겠다는 건의를 교회에 했습니다. 그러나 이 건의는 기각되었을 뿐 아니라, 교회 건물 사용도 거절당했습니다. 심지어 어느 장로님이 운영하는 식당을 빌려줘서 집회를 추진하려 했는데, 그 일까지도 압력을 넣어 방해하곤 했습니다. 캐나다에서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관여했던 이 목사님 초청이 당시 상황의 분위기나 교인들의 보수적 신앙의 정서로 보아, 교회로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서 이런 입장을 취했을 것으로 짐작이 갑니다. 이민자 교회들은 반공사상과 보수적 신앙에 깊이 빠져 있어서, 새로운 신학사상이나 사회운동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신앙운동, 새로운 사회운동을 수용하는 교회를 설립하려는 시대적 요청이 절박했습니다. 이는 캘거리 한인연합교회가 설립되기 3년 전 이미 “구유회”라는(예수님이 구유에서 탄생하신 일에서 “구유”라는 말을 따서 지은 이름으로 보임) 사회운동조직이 형성되어, 캘거리 지역사회에서 민주의식을 고취시키거나 한국의 양심수가족을 돕고자 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 모임에 앞장섰던 고인은 “요시찰 인물”로 낙인이 찍혀, 심지어 “빨갱이”라는 딱지까지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민자들이 그분의 도움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분을 형님처럼 존경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옳은 길을 걸었다는 회고는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이들이 할 수 있는 체험입니다.

이제는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같은 일을 해야 하는 시대는 지나갔지만, 보다 의롭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일들은 항상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야 그 가치가 드러나는 뜻있는 일들을 찾아 나선 “길가는 신앙동지들”의 공동체는 “예수님의 제자들의 공동체”에 가까운 것이라고 봅니다.

마침내 고인께서 주요 회원이기도 했던 이 구유회의 지원과 참여로 캘거리 한인연합교회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적 정치적 격동 속에서 어렵게 시작된 캘거리 한인연합교회는 교역자 없이 지나온 어려운 세월이 더 많았습니다. 제가 바로 이런 인고의 세월의 외부 증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고 문 장로님은 한때 에드몬톤 한인연합교회에서 목회하는 저에게 부탁해서 매 주(교역자의 휴일인 월요일)에 캘거리 한인연합교회에 가서 예배와 성경공부를 인도할 수 있도록 사비를 들여서 비행기 표를 사대신 일도 있었습니다. 고 문 장로님과 줄곧 동반자의 길을 걸어오셨던 사모님 조원경 장로님은 아직도 고인과 같은 외길을 가고 계십니다. 이런 길을 걸어온 이 교회의 지난 역사의 아픔과 희망을 함께 간직했던 제가 2003년 인터넷을 통해 다시 맺은 캘거리 교회와의 인연이 바로 저의 성경이야기 해설 원고를 이 공동체에 기증하도록 한 주요 동기입니다. 이 책이 나오도록 기도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캘거리 한인연합교회 의장 문영환 장로님, 조원경 장로님, 교인 여러분, 그리고 캘거리 한인연합교회에 이 책 출판을 위해 용도지정 헌금을 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밴쿠버에서 목회하는 동안 교회행정 사무직을 담당했던 배은영 집사님이 인쇄소(Printek)를 경영하면서, 한 가지 소원이 제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하셨습니다. 배 집사님께 더 없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종교학박사 학위 과정을 준비하시는 바쁜 일정 중에서도, 교회의 창립정신과 교회가 처한 어려움을 아시고, 자원봉사 목회자로서 수년간 수고하시는 김창한 목사님께서 이 책의 출판을 위해 바친 숨은 공로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교회로서도 김 목사님이 학문의 길에서 정진하실 것을 기원해 왔었는데, 얼마 전에 박사과정을 마치신 일, 교인들과 교회 홈페이지를 이용하시는 많은 분들을 대신해서 축하의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교회 홈페이지는 김 목사님께서 만드셨고 운영하고 계십니다).

추천의 글을 써 주신 오강남 박사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오 박사님은 동양사상은 물론 세계종교사 연구의 전문가일 뿐 아니라, 기독교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신 분입니다. 특히 한국교회뿐 아니라 캐나다 연합교회에 대한 그 분의 남다른 사랑은 저서 [예수는 없다]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교회는 보이는 공동체가 전부는 아닙니다. 가시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많은 분들이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저와 함께 성경공부에 참여했던 여러분, 그리고 캘거리 한인연합교
이 책이 나오기까지
회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함께 나눈 많은 분들께 하나님의 축복이 있으실 것을 기도드립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우리는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들입니다. 다 같이 진리의 진주를 캐는 기쁨을 체험할 수 있길 바랍니다.


2008년 3월 1일  밴쿠버에서 이 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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