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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직 목사

한국 기독교사에서 가장 큰 영예를 누린 사람은 누구일까.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교단에서는 한경직 목사(1902~2000)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영락교회라는 거대 교회를 이루어냈고 전국에 500여 교회를 세웠다. 영락학원을 비롯해 중-고등학교와 대학 등 많은 기독교 학교를 세웠다. 게다가 고아원을 짓고 '월드비전(World Vision)' 같은 구호활동기구를 세우는 데도 힘을 다했다. 그러나 한경직 목사가 얻은 영예의 원천은 믿음의 힘과 청빈한 삶의 모습에서 비롯한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틱낫한 스님은 새로운 시대에 종교인에게 필요한 계율을 설명하면서 이런 예를 들었다. "성직자는 자기 개인의 이름으로 된 통장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필요에 따라 소속된 사원의 차를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사적인 용도를 위해서 자동차를 가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간직한 마음의 기둥은 믿음과 감사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기준이다. 출가한 수행자가 내놓은 이 기준에 한경직 목사가 꼭 들어맞는 것은 차라리 역설적이다. 그는 평생 통장은 물론이고 집 한 칸도 지니지 않았다. 18평의 사택, 3평 남짓한 방에서 머물렀고 자신을 드러내 높이기보다 은총을 전하는 종으로 만족했다. 은퇴한 후에는 스스로 '빈손 한경직'이라 불렀다.

종교적 선각자는 특정한 체험을 통해서 영적인 확신을 갖는다. 그가 목사가 되겠다고 마음먹기 전인 숭실대학 3학년 때의 일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황해도 구미포의 해변을 홀로 걷고 있었다.

"평소와 같이 해변가를 걷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갑자기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 상황을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하나님을 섬기라는 분명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백사장에 무릎을 꿇고 몇 시간 동안이나 기도 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기도를 하고 엎드려서 오랜 시간 명상에 잠겼습니다."

그 후 청년 한경직이 평생을 간직한 마음의 기둥은 믿음과 감사이다.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 믿었다. 누구에게나 머리를 숙이고 언제나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후배 목사나 길가의 걸인에게도 그렇게 대했다. 신촌 성결교회의 정진경 원로목사가 들려주는 일화다.

"영락교회에서 설교를 도울 때였어요. 아침에 일어나보면 방문 앞에 오렌지주스가 있었어요.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일 새벽에 누군가 놓고 가는 것입니다. 누굴까 궁금해서 하루는 더 일찍 일어나서 지켜보았습니다. 새벽인데 한경직 목사님이 오시더니 살짝 놓고 가시는 겁니다. 왜 그러시냐고 여쭤봤죠. 그랬더니 '나를 도와서 열심히 설교를 해주니 매우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렇게라도 놓고 갔다'고 하시는 겁니다. 목사님은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사한다'고 하셨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프린스턴 신학교를 졸업하고 예일 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하려고 했다. 학자가 되고 싶어서였다. 입학을 위해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 폐결핵 3기. 모두 죽는다고 했다. 벼랑 끝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도뿐.

"고독한 병실 속에서 참으로 캄캄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2, 3년의 시간만이라도 주시라고...."

결국 2년 만에 병이 나았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일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한경직 목사가 평생 지켜온 신앙 태도는 보수주의 신앙이다. 아마도 종교적인 박해를 피해 월남한 전력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많은 기독교인이 현실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을 때도 그의 태도는 단호했다. 적지 않은 사람이 한경직 목사를 비난했을 때 그가 밝힌 심경이다.

"내게 왜 현실에 대해 침묵하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때로는 비난도 한다. 그러나 내게는 원칙이 있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사회참여라면 정부보다 발빠르게 해나갈 수 있다. 그것은 교회가 앞서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헐벗은 사람을 돕는 일은 교회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와 관련된 사회참여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항상 사회질서의 문제를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다. 강단은 정치 토론의 장소가 아니다. 나도 나라를 사랑한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사랑할 것이다."

템플턴상 상금 9억원 북한 선교에 기탁
1992년에 한경직 목사는 큰 상을 받았다. 주식으로 거부가 된 미국의 존 템플턴이 세계적인 종교인에게 주는 '템플턴상'이다. 미국 내에서 가장 상금이 많아 화제가 되기도 하고 마더 테레사가 수상해 더욱 유명해졌다. 한경직 목사는 수상자로 선정되자 한동안 고사했다. 주변에서 나서서 겨우 설득해 간신히 상을 받기로 하였다. 하지만 출국하는 날 아무말도 없이 방문을 나서지 않아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나옥주 보성학원 이사는 그 때의 정황을 이렇게 전한다.

"늘 '내게는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하셔서 혹시 또 마음을 달리 먹은 것은 아닌지 철렁했어요.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런 기척도 없어 할 수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목사님이 와이셔츠는 입고 계신데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이셨어요. 옷장 속에 입고 갈 만한 제대로 된 윗도리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변변한 옷 한 벌 없는 그가 받은 상금은 1백2만달러. 당시 환율로 9억원이 넘는 거금이었다.

그 돈을 북한 선교와 사랑의 쌀 나누기에 써달라며 모두 헌금한다. 그보다 더 사람을 놀라게 한 것은 귀국 후에 가진 수상 기념식장에서였다. 수많은 축하객이 만년의 목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경직 목사는 기도를 마친 후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죄인입니다. 하나님 앞에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나는 신사참배를 했습니다. 제게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연로한 목사의 말 한마디에 모두 술렁거렸다. 마음에 담아두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교회를 일궈낸 목사였지만 정작 그가 짓고 싶었던 마음속의 교회는 따로 있었다. 언젠가 간절한 심정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 소원은 백두산 소나무로 내 고향에 작은 교회를 지어주는 것입니다."

김천〈자유기고가〉 man@m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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