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493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진홍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살고 싶은 욕심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자
기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변고(變故)입니다. 한데, 그 일이 너무 잦습니
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정이야 어떻든 사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
면 자기가 자기를 죽이겠습니까? 흔히 ‘죽을 결심마저 했다면 살아 무엇
을 못하겠느냐’면서 죽은 사람을 꾸짖기도 합니다. 그러나 죽기로 작정
한 ‘독한 마음’으로도 견디지 못할 아픔이나 고통이 없지 않습니다. 그
래서 죽은 사람은 ‘네가 내 자리에 있어봐’하고 말하면서 우리의 ‘한가
한 관심’을 섭섭해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되살펴보면 죽고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
을 듯합니다. 삶은 때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숨통을 막곤합니다.
그 고통이 심하면 심할수록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아예 그 질식을 고이 받
아들이는 것이 그 곤경으로부터 숨통을 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서 자살을 합니다. 콱 죽어버리면 나를 옥죄던 고통이 그 순간 싹 가시
고, 환한 삶이 펼쳐질 거라는 새 희망에 들뜨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죽어버리면 그의 문제는 분명히 끝납니다. 하지
만 그 자신도 끝납니다. 자신이 바라는 ‘문제없는 삶’이 펼쳐지지 않습
니다. 삶의 주체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죽어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은 착각이고 자기기만입니다. 자살보다 멍청한 일은 없습니다. 따라
서 ‘죽어버리겠다’는 사람에게 ‘네 문제가 무어 그리 대단해서 죽니?
너보다 더한 아픔을 가진 사람도 멀쩡하게 살아가는데!’하고 말해야 도움
이 안 됩니다. 오히려 ‘네 마음 알아. 하지만 자기를 속이지는 마!’하
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살이 죽는 사람 탓만은 아닙니다. 요즘 하필이면 자살이 빈발한
다는 것은 그렇게 죽도록 하는 사회·역사적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
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약속도 관행도
법도 종교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공동체의 풍토, 곧 믿을 것이 하나
도 없는 사회가 그것입니다. 그 속에서 솟는 것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죽든지’ ‘죽여야’하는 것이라는 ‘반도덕(反道德)’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도 자살의 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국
죽는 사람 옆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자살의 실상인데 우리는 분명
히 그 옆에 있었습니다. ‘엄마, 살고 싶어!’라는 외침 옆에 우리는 있었
습니다. 그러나 그 엄마에게는, 그 아이에게는, 옆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자살이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비극인 것은 그 실상이 이렇기 때
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질책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 옆
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있어주지 못한 자신에게 무서운 질책을 해야 합
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 공동체는 자살로 숨통을 트는 반도덕의 슬픈 그늘
을 벗어날 듯싶습니다.

문화일보-정진홍 前서울대교수-----------------------------------------
--------------
●신문게재일자 : 2003/08/19  ●입력시간 : 2003/08/19 10:22
?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근 수정일
275 United Church Philanthropy News - God's Mission, Our Gifts: Tools to Nurture Church Giving! CCP 2016.02.18 1086 2016.02.21
274 WCC, `폭력 감시 집중 대상`으로 미국 지목 운영자 2003.09.07 6021 2003.09.07
273 [ 고대 언어 아직도 살아있어 ] 운영자 2004.03.16 37496 2004.03.16
272 [CN드림]캘거리 한인 연합교회 창립 25주년 기념 예배드려 사랑과정의 2010.06.11 7896 2010.06.11
271 [`기독교를 비판하는 11가지 이유`] 운영자 2008.01.02 4980 2008.01.02
270 [`유다, 예수요구로 배반`..유다복음 일부 공개] 운영자 2006.04.06 5394 2006.04.06
269 [‘교회 性차별’이대론 안된다-上] ‘여성은 남성 보조자’ 역할 구조화 운영자 2003.12.09 7397 2003.12.09
268 [알버타저널]캘거리 한인 연합교회 창립 25주년 기념예배 및 사랑과정의 2010.06.11 6395 2010.06.11
267 [예수는 없다]가 남긴 과제 운영자 2003.06.21 4595 2003.06.21
266 [우리시대의 巨匠]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 -주간한국 운영자 2003.03.30 5646 2003.03.30
265 [이란 대통령 편지 완역]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운영자 2006.05.10 6033 2006.05.10
264 [책과 삶]‘짐이 된다는 느낌’과 ‘좌절된 유대감’이 자살 욕구를 싹틔우는 근원 관리자 2012.10.14 6404 2012.10.14
263 [책과 삶]보수는 사실보다 신념을 추종한다 1 관리자 2012.09.22 4095 2012.10.03
262 [책과 삶]재일조선인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국가주의, 소수자의 삶 관리자 2012.08.11 4079 2012.08.11
261 [책과 삶]한국계 외국인 손님의 눈으로 한국 사회의 천박함을 들여다 보다 관리자 2012.09.22 6879 2012.09.22
260 [펌] 예수 밖에는 구원이 없다- 이영준 목사 운영자 2005.04.03 4874 2005.04.03
259 [한겨레] “주여 제가 빨갱이 목사입니까” 운영자 2007.01.12 6158 2007.01.12
258 [한겨레] 보도 그 뒤 예수도 말을 빼앗긴 시대 운영자 2007.01.17 6316 2007.01.17
257 [한겨레] 신사참배와 ‘사탄’의 탄생 운영자 2007.01.12 6480 2007.01.12
256 `검은 불자` 늘어난다 - 캐나다 한국일보 운영자 2003.09.11 6380 2003.09.11
255 `마지막 원로`의 역사 증언 -강원용 목사/프레시안 운영자 2003.06.14 4848 2003.06.14
254 `외계인 해부 비디오` 제작자 자백, 세기의 미스터리 풀려 운영자 2006.04.06 7461 2006.04.06
253 `이단시비` 박옥수 목사 성경세미나 - 캐나다 한국일보 운영자 2003.09.11 6738 2003.09.11
252 `해원진혼굿` 에서 만난 일본 위안부 혼령들 운영자 2003.11.30 5234 2003.11.30
251 ‘MB 교회’, 복마전으로 변한 성전 관리자 2012.08.31 4088 2012.08.31
250 ‘강의석 도우미 목사’가 노점상된 사연 운영자 2005.05.17 4531 2005.05.17
249 ‘뉴스후’ 호화생활· 면세 성직자에 비판· 논란폭발 운영자 2008.01.27 5331 2008.01.27
248 ‘다빈치 코드’ 보지 말라고? 운영자 2006.03.14 5288 2006.03.14
247 ‘다빈치 코드’ 위험한 이유 따로 있다 운영자 2006.04.21 5595 2006.04.21
246 ‘이단’ 생산의 뿌리 추적 운영자 2003.09.17 7672 2003.09.1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