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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보수 자유주의만 강조 양극화 눈감아”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 펴낸 강정인 교수


이세영 기자


»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 펴낸 강정인 교수


“한국, 서구사회와 같은 진보적 자유주의 전통 취약”
민족·급진주의 등 4대 이념으로 민주화 과정 설명

“자유주의가 독재의 명분으로 활용되는 가운데 사회주의는 과잉억압되고, 민족주의는 신성화됐습니다. 이걸 ‘일탈’이나 ‘파행’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한국 정치사회가 갖는 고유성과 특수성의 결과라고 봐야지요.”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자유주의·보수주의·민족주의·급진주의의 경쟁과 타협이란 관점에서 정리한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후마니타스)이 출간됐다. 집필에는 강정인 서강대 교수를 비롯해 김수자 이화여대 교수, 문지영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원, 정승현 서강대 교수, 하상복 목포대 교수가 참여했다. 대표 필자인 강정인 교수는 1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국의 현대사를 “서구 근대가 300여년에 걸쳐 발전시킨 여러 이념들이 압축적이고 필사적으로 투쟁해온 역사”로 규정했다.

서구와는 다른 한국적 특수성을 강 교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1930년대 독일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개념화한 이 용어는 사회변화의 속도가 빠른 후발 근대화 국가에 나타나는 과거 질서와 미래 질서의 동시적 병존 상태를 가리키는데, 강 교수는 이것을 한국 정치질서의 모호성과 불안정성을 해명하기 위해 사용한다.

“서구에서는 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보수주의가 출현하고, 이후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사회주의가 등장합니다. 반면 한국 같은 후발국가에서는 구질서의 이념이 잔존하는 가운데 온갖 근대 이념들이 동시적으로, 급작스럽게 출현합니다. 이 때문에 보수주의 안에 과거 질서인 권위주의와 미래 질서인 자유민주주의가 병존하는가 하면, 같은 시기에 등장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정치적 헤게모니를 두고 격렬하게 충돌하게 되는 거지요.”

강 교수가 볼 때 보수주의 정권인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가 붕괴한 것은 그들이 ‘세계시간의 압력’에 의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자유민주주의라는 지배이념이 권위주의적 통치행태와 충돌하면서 지속적인 정당성 위기를 불렀기 때문이다. 서구에서와 같은 ‘진보적 자유주의’의 전통이 취약한 것도 마찬가지다. 해방 직후 한국의 정치현실을 자유주의적으로 개조할 수 있는 이념적 활력과 계급 역량이 취약했던 상황에서 자유주의보다 더 광범위한 호소력을 지닌 사회주의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일거에 보수·반동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



최근 강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뉴라이트 등이 주도하는 ‘보수의 쇄신’이다. 한국 보수주의는 저항적 자유주의의 전통을 이어받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자기변신에 나서는데, 이들은 민주화된 정치현실과 게임법칙을 수용하고 보수주의를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 대한 지지와 탄탄히 연계시킴으로써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이것을 ‘보수세력의 자유주의화’로 정의한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명실상부한 지배이념의 지위를 확보합니다. 아울러 권력을 상실한 과거 보수세력이 새 정부의 개혁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법치주의와 헌정주의에 호소하게 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입지가 한층 강화된 것이죠.”

하지만 보수의 쇄신에 대한 강 교수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자유와 시장경제를 강조하면서 복지와 분배에 반대하고, 시민의 정치참여 확대를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는” 그들의 논리는 서구와 다른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 서구와 달리 복지와 분배정책이 취약한 신생 민주국가입니다. 이 상황에서 자유와 시장경제만 강조하면 사회적 양극화는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성취한 정치적 민주주의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진보세력을 향한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전진과 후퇴는 ‘3한4온’ 식으로 교대되는 법”이라며 “반동의 시기에는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법치’ 논리를 무작정 비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법을 밥 먹듯이 어기던 사람들이 법치를 들고 나오는 게 고깝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달리 보면, 위법을 일삼던 사람들이 법을 강조함으로써 법치 자체가 탄탄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법치가 상호보완적이란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들이 ‘법 법’하는 것을 용인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법적 안정성만 중시하는 실정법 지상주의자로 오해해선 곤란하다. 그는 1994년 <소크라테스, 악법도 법인가>를 통해 형식적 법치주의의 맹목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그를 사람들은 “관용과 비판정신을 두루 갖춘, 자유주의의 이념형에 충실한 몇 안 되는 지식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기도 한다. 송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을 누구보다 신랄하게 비판한 그였지만, 재판정에 나가서는 “학문적 저술은 정치적 잣대가 아닌 학문 논쟁을 통해 비판해야 한다”며 검찰의 사법권 남용을 비판했던 일은 유명하다.

“개인적으론 ‘착한 자유주의자’란 호칭이 맘에 듭니다. 새가 날려면 왼쪽 날개 오른쪽 날개 다 있어야 하는데, 저는 좌든 우든, 어려울 때 ‘구원투수’ 로 나서는 게 체질에 맞는 것 같거든요.”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3474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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