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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1 19:48]

[쿠키 사회] 지난 1월 15일 오후 2시쯤. 고서점이 늘어선 일본 교토 가와라마치(河原町)의 헌책방에서 김문길 부산외대 교수는 뿌연 먼지가 솜털처럼 앉은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일본어로 ‘일·한 기독교 관계사 자료’라고 표지에 씌어 있었다. 1980년대 절판돼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은 1876~1922년 일본과 한국 기독교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보여준다. 일본 기독교 신문별로 주요 사건을 언급한 기사들이 시기 순으로 정리돼 있다.

김 교수는 “기독교 자료집이라 일반 학계에서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거나 잘 모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일본 기독교에서 한국 문제를 두고 벌인 논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일본인 목사 사이토 이사무가 쓴 시 ‘어느 살육 사건’을 찾아냈다.

◇‘천황 신봉’ 日교파 조선인 학살 비호=김 교수 설명에 따르면 1900년대 초 일본 교계는 한일병합을 두고 찬반양론으로 갈렸다.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한 사이토의 시는 이런 맥락에서 쓰였다.

일본 최초 기독교인이자 메이지유신 전후 유명 신학자였던 에비나 단조(海老名彈正). 그는 힘 있는 사무라이 가문 출신 목사로 유신 이후 천황제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사상을 주창했다.

에비나를 주축으로 하는 교파 ‘조합교회’는 당시 일본 기독교인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교세가 막강했다. 이들은 러일전쟁을 찬양하고 “한일합방은 하나님의 계시이자 섭리”라고 설파했다.

조선에 들어온 조합교회는 평양과 서울에 교회를 세우고 천황을 앞세워 전도했다. 이들은 조선총독부에서 매년 지원받는 6000엔(현 시가 60억원 이상으로 추산)으로 조선 기독교인을 포섭하려 들었다. 미국 선교사의 재정 지원이 끊긴 교회를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조합교회는 신사 참배를 옹호하고 조선인을 일본인으로 교화하는 데 앞장섰다. 심지어 독립운동을 폭동으로 매도하면서 제암리 사건을 비롯한 조선인 학살을 정당화했다.

‘복음주의’ 교파를 이끄는 일본인 목사 우치무라 간조(內村監三)는 이를 비판했다. 그는 일본 근대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사상가로 잘 알려져 있다. 우치무라는 회당에 모이기를 경계했다. 거의 모든 일본 교회가 예배 때 신사 참배를 비호하고 전쟁을 미화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둘러싼 우치무라-에비나 논쟁=우치무라는 1903년 발표한 글 ‘내가 비전론자(전쟁반대론자)가 된 유래’에서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고, 죽이는 것은 큰 죄악이자 인류의 패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에비나는 “구약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 모두가 군인이고 이스라엘 역사가 전쟁 역사”라며 “하나님 나라를 건립하는 데 필요한 전쟁은 합당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에비나는 한일병합에 찬동하고 기독교를 악용했다. 그는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에게 “합병하면 이토 히로부미 피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선인 정신교육이 필요하다”며 “조선은 원래 종교가 없으니 일본적 기독교를 심어 융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우치무라는 이러한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조선인을 위로했다. 그는 “영토를 확장했다고 즐거워할 것도, 나라를 잃었다고 슬퍼할 것도 없다. 슬픔과 즐거움은 잠시요, 세상을 다 얻어도 나라의 정신과 개인의 혼을 잃어버린다면 이보다 더 큰 슬픔이 없다”고 했다. 또 “나라 잃은 슬픔이 얼마나 가겠느냐”며 “조선은 하루 속히 일본을 이기는 기독교 국가가 돼라”고 격려했다.

◇“복음주의 日교인, 만세운동 지지”=에비나와 우치무라의 논쟁은 조합교회와 복음주의 교파 간 대결로 이어졌다. “복음주의 교인은 당시 일본 교인 가운데 10%로 적었지만 정신이 강했다”며 “만세운동 현장에서 주먹밥을 사 주며 시위를 지지하기도 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일본 기독교 신문에서 제암리 사건이 무참한 살육에 지나지 않음을 고발한 사이토는 복음주의 교파 목사였다.

김 교수는 “일본이 영원할 것처럼 떠들던 일제 통치는 36년 만에 끝났다. 오늘날 침체한 일본 기독교와 부흥한 한국 기독교를 보면 우치무라의 말이 그대로 실현된 듯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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