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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khan.co.kr/view.html?category=1&med_id=khan&artid=201209142100215&code=900308


[책과 삶]한국계 외국인 손님의 눈으로 한국 사회의 천박함을 들여다 보다




▲손님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236쪽 | 1만1500원

<경마장 가는 길> <경마장에서 생긴 일> 등 5편의 ‘경마장 시리즈’로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소설가 하일지(사진)가 새 장편소설 <손님>을 출간했다. 2009년 <우주피스 공화국> 이후 3년 만에 낸, 그의 열한 번째 장편소설이다.

하일지는 소설을 쓸 때 사전 구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하일지는 으레 소설 뒤에 따라 붙기 마련인 ‘작가의 말’도 거의 쓰지 않는다.

이런저런 사유로 작가들을 만나다 보면,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방식의 글쓰기를 해봤다는 말을 제법 듣는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어느 날, 마음에 와닿는 한 문장이 떠오른다. 첫 문장이 떠오르면 꼬리를 물고 다음 문장이 떠오른다. 그때까지는 확실한 소설의 얼개는 없다. 그 다음 문장, 그 다음 문장을 이어나간다. 첫 문장의 주어(主語)였던 인물(으레 주인공이거나 아니더라도 주요한 등장인물이기 십상이다)을 구체화하기 위해 다른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게 된다.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 소설이라는 것이다. 또한 작가들은 “마지막 문장이 가장 고민된다”고 말한다. 각설하고. 

하일지의 <손님>은 이렇게 시작한다. ‘해거름녘에 모자를 쓴 남자 하나가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다. 허표의 동생 허도는 고욤나무 밑에 웅크리고 앉아, 대체 저 모자 쓴 사람이 오늘 밤 어느 집에서 잘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한 폐결핵에 걸려 이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된 허도는 저녁 무렵이면 으레 고욤나무 밑에 웅크리고 앉아 동구 밖을 바라보곤 했던 것이다. 고욤나무 밑 축축한 흙 속에는 굵은 지렁이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 때 허도는 그것을 캐 먹곤 했던 것이다.’

모자를 쓴 남자 ‘손님’이 ‘하원’이라는 마을을 찾아온다. 낯선 손님은 허도의 누나인 허순을 찾는다. 이혼녀인 허순은 동생의 동창인 택시운전사와 동거하며 학교에서 방과후 활동 무용선생님을 하고 있다. 

얼마 전, 허순은 하원중고등학교 무용반 학생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열린 무용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허순은 손님과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허도의 안내로 허순의 아파트를 찾아든 손님 ‘미스터 슈’는 비싼 양주를 선물로 내놓는다. 

허순은 무용반 여학생을 불러 모아 손님 슈와 술자리를 벌인다. 슈가 한국말을 모른다는 사실을 안 그들은 음담패설과 욕설을 섞어 슈를 흉보기도 하며 술을 마신다. 

허순의 제의로 일행은 개고기를 먹으러 간다. 통역을 맡은 무용반 여학생 채령은 양고기라고 둘러대 슈를 개고기집으로 데려 간다. 또 한 번의 술판이 끝나자 허순은 계산서를 슈에게 떠넘긴다. 슈는 기꺼이 두툼한 지갑에서 5만원권 한주먹을 꺼내 개고기값을 치른다. 그것을 본 허순과 여학생들은 너나 없이 ‘손님’ 유혹하기 경쟁에 나선다. 


일행은 봉고를 전세 내 석촌호로 술자리를 옮긴다. 그 자리에서 슈는 자신의 과거를 얘기한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며, 재혼한 어머니도 아이 셋을 낳고 돌아가셨다, 입양아로 자라 펀드매니저가 돼 큰돈을 벌었고, 지금은 이혼을 한 ‘돌싱남’이란 것이다. 

‘돌싱남’이란 얘기에 허순과 여학생들의 슈에 대한 유혹은 더 진해진다. 여학생 유나의 제의로 슈와 유나는 호수 가운데 있는 바위섬까지 헤엄쳐 간다. 바위섬에 도착한 두 사람이 보이지 않자 일행은 저마다 음란한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유나는 혼자 겁에 질려 허겁지겁 돌아온다. 다그치는 일행에게 유나는 “손님과 함께 그냥 달만 바라보고 있었다”며 입을 다문다.

슈가 묵을 호텔에서 마지막 술자리를 끝낸 일행은 서울로 올라가는 슈를 배웅하기 위해 다음날 모이기로 한다. 서울로 떠나기 전, 슈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며 허도에게 개고기를 사 먹으라고 100만원을 건넨다. 

그 사실을 안 허순은 “나도 돈이 필요하다”고 슈에게 떼를 쓴다. 슈는 허순에게 “당신은 내 어머니를 닮았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소설 <손님>은 네 번의 술자리를 통해 손님과 허도의 가족, 무용반 여학생들의 원초적인 모습을 반복해 보여준다. 그래도 소설 <손님>은 지루하지 않다. 슈를 두고 일어나는 허도의 가족과 무용반 여학생들 사이의 신경전이 때로는 직설적인 대사와 표현, 때로는 유머와 재치로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하일지 소설 주인공들의 ‘익명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경마장 시리즈의 ‘R’와 ‘K’와 ‘Y’, <위험한 알리바이>의 ‘나’,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의 ‘너’, <새>의 ‘A’, <진술>의 ‘나’ 등 하일지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이니셜이나 인칭대명사를 이름으로 사용함으로써 ‘정체성’을 스스로 은폐하고 있었다(물론 바로 이전 작품인 <우즈피스 공화국>에서 ‘할’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그것도 익명성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이번에 출간된 <손님>은 주인공(허도·허순·석태·슈)의 익명성을 벗어버렸다. 그런 까닭일까. 앞으로 ‘하일지 소설’은 <손님> 이전과는 또 다른 소설이 될 것이란 느낌이 든다.

<윤성노 기자 ysn0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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