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71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성스런 찬송가가 ‘일제군가’였다니…
청일전쟁 찬양곡에 가사 붙이고
철도개통 축하곡도 그대로 따와
조형균 계성종이박물관장 악보 공개

한승동 기자 김경애 기자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241228.html

» 오른쪽은 조선 식민지배의 길을 연 청일전쟁 승리 뒤 일제 해군이 지어 부른 군가 〈용감한 수병〉이고 왼쪽이 그 노래의 곡조를 그대로 옮겨 가사만 바꿔단 복음성가 〈부럽지 않네〉. 각 음절 박자가 달라졌지만 곡(멜로디)은 거의 그대로다.

» 조형균(78) 계성종이 역사박물관 관장

전국의 교회에서 아직도 일제군가나 창가의 곡을 그대로 따온 찬송가와 복음성가들을 널리 부르고 있다. 그중에는 일제가 경복궁을 무력으로 장악하고 고종을 연금한 뒤 청(중국)의 북양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조선 식민지배의 토대를 굳힌 청일전쟁 찬양 군가도 포함돼 있다. 1929년에 태어나 신의주와 서울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일제강점기를 체험한 조형균(78·사진) 계성종이 역사박물관 관장은 “해방 전엔 그렇다 치고 해방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러하니 도대체 우리가 해방된 민족인지 통탄스러울 때가 있다”고 탄식했다.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조 관장은 “일제 때 경찰을 했던 사람이 해방되자 속죄하는 심정으로 교회의 부흥강사가 됐다면서 퍼뜨린 노래 중에 〈부럽지 않네〉라는 성가가 있다”며 “거기에 붙인 곡조는 청일전쟁 때의 일본 해군 노래”라고 말했다.

79년 11월30일에 초판이 나온 뒤 81년까지 확인된 것만으로 20판을 찍어낸 부흥회용 〈복음성가〉(영산출판사) 제5장, 그리고 97년 3월20일 발행된 〈새로운 복음성가〉(새로운 출판사) 제40장에 실린 이 노래는 “세상사람 날 부러워 아니하여도”로 시작하는데 모두 4절까지 있고 마지막에 “할렐루야 찬송이 저절로 나네”라는 후렴구가 붙어 있다.

조 관장은 이 노래에 붙은 곡은 1895년 사사키 노부쓰나라는 사람이 작사하고 오쿠 요시이사라는 사람이 작곡한 〈용감한 수병〉에서 따온 노래로, 청일전쟁 승리를 찬양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일본의 국민가요였다고 했다. 그 노래 8절에 나오는 “아직 그대롭니까 적함 정원(定遠)은?/ 그 말 한 마디는 짧을지라도/ 황국을 생각하는 온 국민의/ 마음에 길이길이 쓰여지리라”라는 가사는 중상을 당하고도 부함장을 찾아 적함이 격침됐는지를 묻고 바로 숨졌다는 어느 3등 수병을 영웅화한 내용이다.

일제군가 ‘용감한 수병’

찬송가 ‘부럽지않네’


노동은 중앙대 창작음악과 교수는 문제의 노래가 청일전쟁 뒤 ‘데이치쿠 주식회사’가 소방청음악대와 합창대의 노래로 녹음한 것이며, 1910년 대한제국 학부가 발행한 〈보통교육창가집〉에도 〈권학가〉란 제목으로 같은 악보가 실려 있다고 말했다.

조 관장은 〈새로운 복음성가〉 제50장 〈허사가〉도 같은 곡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부흥회용 〈복음성가〉 제35장에 들어 있는 〈신구약 성경 목록가(창세기 출애굽기)〉는 어린이 신도나 교회에 처음 나가는 사람들이 성경내용을 암송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인데, 이는 일제가 도쿄 신바시에서 요코하마 쪽으로 철도를 놓아 개통했을 때 지어 부른 4행 66절 노래 〈철도창가-도카이도편〉에서 곡을 따왔다고 말했다. 이 〈철도창가〉의 곡은 〈새로운 복음성가〉 제88장의 〈요일가〉와 유행가처럼 불린 “학도야 학도야 청년 학도야”로 시작하는 〈학도가〉에도 붙었고, 민속음악 〈달아 달아 밝은 달아〉에도 원래 곡 대신 붙여져 널리 불렸다.


일제군가 ‘철도창가’


찬송가 ‘신구약 성경목록가’


‘학도가’


또 하나, 80년 신군부의 언론기관 통폐합조처로 한국방송공사에 흡수된 〈동아방송〉이 한때 새벽에 방송을 시작할 때 흘려보낸 ‘콜사인 뮤직’ 역시 일제 군가 〈흥아(興亞) 행진곡〉의 각 소절 꼬리 부분만 슬쩍 바꿔 붙인 “명백한 표절”이었다. 〈흥아행진곡〉 1절 가사는 “이제는 세기의 새벽노을 풍영(豊榮) 솟아오르는/ 욱일의 …흥아의 사명 두 어깨에/ 짊어지고 섰도다/ 5억의 백성”으로 돼 있다. 노동은 교수는 58년에 박경원씨가 불러 인기를 끌었던 김교성 작곡의 가요 〈만리포 사랑〉도 “(흥아행진곡의) 완벽한 표절이라 할 순 없지만 비슷하게 진행된다”면서, 조 관장의 얘기가 “모두 옳은 지적”이라고 했다.

일제군가 ‘흥아행진곡’


일제군가 ‘군함(행진곡)’


직접 일본에 가서 악보를 채집해 오는 등 수년간 애쓴 끝에 이런 사실을 밝혀낸 조 관장은 “최근 한국방송의 노인프로그램에서 죽음준비학교를 소개하는 중에도 〈철도창가〉를 딴 노래가 나왔다”면서 “어디서 또 일제의 ‘망령’이 튀어나올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노 교수는 “그동안 항일독립운동가나 동요에 일제군가나 창가의 곡에 가사만 바꾸거나 표절을 한 노래들이 많다는 사실은 지적이 돼왔지만 찬송가는 그런 줄도 모른 채 지금도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며 “우리 음악계에서 해야 할 일을 한 개인이 밝혀내 놀랍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찬송가 〈주님 고대가〉도 일본 음계와 박자로 작곡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악보 모음’
☞ 다운받기 ☜

조 관장은 이런 사실을 〈씨알의 소리〉 2007년 7·8월호에서도 밝힌 바 있다. 펄프·제지 전문가로 우리나라 근현대 종이 역사의 산증인인 그는 우리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일제군가’ 음원 제공 : 노동은 중앙대 창작음악과 교수


한승동 선임기자 김경애 기자 sdhan@hani.co.kr
?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근 수정일
275 전염성 탐욕 관리자 2012.10.12 4501 2012.10.12
274 뉴욕 스님들이 성탄예배 하러 교회에 간 까닭은? 관리자 2011.12.24 4510 2011.12.24
273 일부 교회 노동조건 야만·조폭 수준 운영자 2004.05.03 4517 2004.05.03
272 ‘강의석 도우미 목사’가 노점상된 사연 운영자 2005.05.17 4530 2005.05.17
271 어린이들을 위한 사이트 (연합교회 제공) 운영자 2004.09.14 4560 2004.09.14
270 이스라엘의 탄생 The Birth of Israel 관리자 2012.12.05 4571 2012.12.05
269 [예수는 없다]가 남긴 과제 운영자 2003.06.21 4593 2003.06.21
268 Interview with God 운영자 2005.03.05 4600 2005.03.05
267 Re: 순복음 측 `조 목사는 기독교 복음증거했을뿐!` 운영자 2004.05.26 4604 2004.05.26
266 퇴색하지 않는 아름다움, 늦봄 문익환 -오마이뉴스 운영자 2004.02.04 4605 2004.02.04
265 이스라엘의 두 얼굴 운영자 2005.08.05 4607 2005.08.05
264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운영자 2004.05.15 4608 2004.05.15
263 시아파 `민중권력`으로 부상- 문화일보 운영자 2003.04.24 4632 2003.04.24
262 이상철 목사 내달 모국 방문 운영자 2004.10.16 4656 2004.10.16
261 미국의 ‘영’으로 오셨네 관리자 2010.11.07 4659 2010.11.07
260 예수는 한국 교회에서 쫓겨났다 - 오마이뉴스 운영자 2003.06.19 4672 2003.06.19
259 한경직 목사 -뉴스 메이커 운영자 2003.06.15 4673 2003.06.15
258 지적설계이론에 대하여 김창한 2005.11.07 4674 2005.11.07
257 스님 상받는데, 목사가 축사를... 운영자 2004.07.03 4676 2004.07.03
256 연합교회 Calgary Presbytery 홈페이지 운영자 2004.10.28 4684 2004.10.28
255 "이름 듣고 '백인' 짐작했던 이들이 피부색 본 뒤엔…" 관리자 2012.01.23 4697 2012.01.23
254 중동지지하는 투쟁 운영자 2009.06.26 4732 2009.06.26
253 매트릭스 광’ 현각스님 ‘‥2 리로디드’ 관람기- 한겨레 운영자 2003.06.19 4753 2003.06.19
252 내가 죽으면 제사 지내지 말고 외식해라 관리자 2013.07.03 4765 2013.07.03
251 문학을 다시 묻는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목소리 관리자 2011.07.09 4767 2011.07.09
250 문화코드 운영자 2009.04.18 4771 2009.04.18
249 이혼율 1위·지하철 참사가 동화사 때문? 관리자 2010.10.27 4773 2011.04.02
248 비오신부의 기도문 이동진 2004.04.22 4777 2004.04.22
247 ㄷ성도회 집단생활 어떻게 - 한겨레 운영자 2003.05.16 4834 2003.05.16
246 어느 불량한 부부의 불량한 여행 관리자 2013.08.30 4843 2013.08.3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