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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khan.co.kr/view.html?category=1&med_id=khan&artid=201209281813435&code=960205


중국서부 1만2000리 등 여행기 펴낸 공원국씨2012.09.28 18:13



ㆍ“미지의 땅, 그 깊은 속살을 학교에 편히 앉아 어찌 알겠나” 오늘도 길 위에 선 인문학자

공원국(38)에게는 탐험가의 피가 흐른다. 기자와 만난 날도 중국, 몽골,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이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터키를 4개월간 돈 뒤 막 귀국한 터였다. 추석을 쇠고 나면 또 인도, 파키스탄으로 떠난다.


타클라마칸에서 티베트까지 중국 서부지역 1만2000리를 돌아본 뒤 쓴 <여행하는 인문학자>(민음사)는 그 탐험의 기록이다. 그렇게 여행하는 동안 또 언제 글을 썼는지, 올해만 해도 <여행하는 인문학자>를 포함해 3권의 책을 냈다. <인간의 복수 VS 역사의 복수 와신상담>(역사의아침)은 총 10여권으로 나올 ‘춘추전국 이야기’의 다섯번째 권이다. 피터 C 퍼듀의 <중국의 서진>(길)은 한족 중심의 정주 사회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여겨져온 유목 사회를 재평가하는 기념비적인 저작이었으나, 방대한 분량 때문에 그동안 번역한 이가 없었다. 공원국은 6개월간 작업해 924쪽의 번역서를 냈다. 많은 소년들처럼 공원국도 <삼국지> <수호지>를 읽으면서 대륙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 그에게 중국은 탐험을 기다리는 ‘비밀의 공간’이었다. 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역시 책상물림이 아니었다. 해도 해도 답이 없는 역사학이 몸에 맞지 않는 듯 여겨지기도 했다. 혼자서 이런저런 책을 찾아 읽고, 다른 학문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졸업 후 대기업에서 3년간 일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중국지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따고서는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등산장비 업체였다. ‘자금 부족’에 ‘실력 부족’으로 망했다. 그는 “좋아하는 걸로 사업을 벌이면 안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 타클라마칸 사막 450㎞ 자전거 종주
여행 틈틈이 책 쓰며 아내도 만나
유라시아 신화 집대성 ‘필생의 꿈’


그가 중국 대륙을 몇 달씩 돌아다닌 건 2003년부터였다. 특히 그의 관심은 메마른 사막, 거대한 산맥으로 가로막힌 중국 서부였다. 중국 동부는 “많이들 아는 데다 재미도 없었다”고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습관적으로 ‘베이징’을 외치지만, 마천루와 국영방송과 서구의 명품으로 점령된 그곳이 과연 중국의 전부일까. 좋아서 다니다보니 정이 들었고, 정이 들다보니 그 느낌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출판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으나, 여행하라고 돈 주는 이는 없던 차였다. 책을 써보기로 했다. 

“시원하지만 황량하고 거칠거나, 아름답지만 높고 춥거나. 나의 여행지는 대개 그런 곳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금수강산에 태어난 이로서 누가 이런 곳을 좋아서 다닐까? 그러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도 길 위에 있는 것을 보면 실은 길 위의 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여행하는 인문학자> 중)

그러나 도시의 안락한 교통편, 깔끔한 음식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중국 서부는 여전히 미지의 혹은 위험한 땅이다. 게다가 중국 영토 안에 있되 중국에 복속되길 거부하는 신장위구르, 티베트를 여행하겠다는 외국인에 대해 중국 당국은 의심의 시선을 보냈다. 정식 절차를 밟아서는 기웃거리기조차 하기 힘든 곳이 대부분이었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일단 간다. 그리고 몰래 들어간다. 그러다가 시골 경찰에게 붙잡혀 한나절 내내 취조를 당하거나, 현지 건달과 시비를 벌여 코가 부러진 적도 있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450㎞에 이르는 타클라마칸 사막 종주였다. 몰락한 제국을 뒤로한 채 새 터전을 찾아 떠난 840년대의 위구르인 일부가 택한 바로 그 길이었다. 그때의 위구르인들은 낙타를 탔으나, 공원국은 현지에서 구입한 550위안(약 10만원)짜리 자전거 위에 올랐다. 밀가루빵과 건포도를 싣고서였다. 그렇게 4일간 황량한 사막에서 낮에는 페달을 밟고 밤에는 침낭을 폈다. 사막의 도로를 지나던 트럭 운전사들은 호쾌하게 건투를 빌며 캔에 든 기력 회복제를 건넸다. 그 험한 곳을 다니면서도 20㎏에 이르는 책 보따리는 놓지 않았다. 처음엔 가볍던 책은 체력이 고갈되면서 무거워졌다. 공원국은 방법을 찾아냈다. 책을 읽는다. 중요한 페이지는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찢어내 버린다. 머리에 쌓인 것이 많아질수록 책짐은 가벼워졌다. 

그의 여행담을 듣다보면 의문이 든다. 대체 왜 거기 가는 걸까? 보통 탐험가가 그렇듯이, 그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질병 같기도 하고…”라고 덧붙였다. 확실한 사실은 몸으로 부딪친 세계는 책에서 배운 세계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인민의 삶, 대륙의 풍취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 ‘춘추전국 이야기’에서 황하, 장강 등 지리적 요인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체험,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공자는 말했다. 공원국은 중국 서부 여행을 진심으로 즐겼다. 

“예전의 학자는 학자이자 철인이고 정치인이었어요. 학교라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요즘 학자는 얼마나 비루한가요. 직접 마주치고 공감하지 않으면 깊은 인식이 나오지 않고, 책으로는 깊은 애정을 갖기 힘들어요. 그걸 전 애정결핍이라고 부릅니다. 애정은 관계를 맺어야 생기지, 상상으로는 생기지 않습니다.”

공원국의 애정은 중의적이다. 학문, 세계, 인류 보편에 대한 애정이자, 한 여성에 대한 애정이다. 상하이 박물관에서 만난 한족 여성이 “고향 가릉 강가에서 주웠어요”라며 비닐봉지에 싼 무언가를 건넸다. 손때가 묻어 예쁘게 빛나는 조약돌에 공원국은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후 공원국의 아내가 된 그녀는 아들 둘을 낳아 서울에서 살고 있다. 

오지를 다니다보면 세상사에 대한 관심은 희미해질까. 공원국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유라시아의 여러 나라를 돌다보면 ‘합법적인 독재국가’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사람과 문화가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국내총생산이 낮아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나라가 있는 반면, 부유해도 “참 괴롭게들 사는” 나라가 있다. 심지어 자동차 속도까지 다르다. 공원국의 경험으로는 독재국가일수록 차를 빨리 몰았다. 

한국 사회에서도 G2(주요 2개국)로 떠오른 중국에 대한 이런저런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공원국은 “중국 인민들의 실질적인 관념, 맥락에 동떨어진 것들이 많다”고 봤다. 중국의 민주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살피지 않은 채, 중앙정치의 음모론만 따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주도면밀하고 집요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일을 진행시켜요. 중국은 분명 미국과 다를 겁니다. 중국 주변 나라 중 한국은 이미 중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가 됐습니다. 중국이 아시아 국가와 공존할 수 있도록 한국이 기여해야 합니다.”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필생의 작업은 <유라시아 신화대전>이다. 그리스·로마 등 지중해 세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신화를 총망라하는 작업이다. 출발은 소박했다. “아들에게 들려줄 최고의 이야기책을 만들겠다. 이걸 읽으면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그가 아내에게 내건 공약이었다. 출판사와 협의 끝에 기획은 아동용이 아닌 성인용으로 탈바꿈했고, 책의 덩치도 10권 이상으로 커졌다. 자료 수집과 독해를 위해 기존에 익힌 중국어, 영어 외에 러시아어도 맹렬히 공부 중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답사와 독서 끝에 얻은 결론은 “인간은 비슷하다” 그래서 “넘버원은 없다”는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이집트, 중국, 인도 신화의 모티브는 서로 엮여 있고, 사람의 삶도 그렇다. 대체 누가 중심이고 누가 변방이란 말인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생활, 탐구, 독서의 조화를 목표”로 살아가고 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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