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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진홍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살고 싶은 욕심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자
기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변고(變故)입니다. 한데, 그 일이 너무 잦습니
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정이야 어떻든 사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
면 자기가 자기를 죽이겠습니까? 흔히 ‘죽을 결심마저 했다면 살아 무엇
을 못하겠느냐’면서 죽은 사람을 꾸짖기도 합니다. 그러나 죽기로 작정
한 ‘독한 마음’으로도 견디지 못할 아픔이나 고통이 없지 않습니다. 그
래서 죽은 사람은 ‘네가 내 자리에 있어봐’하고 말하면서 우리의 ‘한가
한 관심’을 섭섭해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되살펴보면 죽고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
을 듯합니다. 삶은 때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숨통을 막곤합니다.
그 고통이 심하면 심할수록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아예 그 질식을 고이 받
아들이는 것이 그 곤경으로부터 숨통을 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서 자살을 합니다. 콱 죽어버리면 나를 옥죄던 고통이 그 순간 싹 가시
고, 환한 삶이 펼쳐질 거라는 새 희망에 들뜨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죽어버리면 그의 문제는 분명히 끝납니다. 하지
만 그 자신도 끝납니다. 자신이 바라는 ‘문제없는 삶’이 펼쳐지지 않습
니다. 삶의 주체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죽어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은 착각이고 자기기만입니다. 자살보다 멍청한 일은 없습니다. 따라
서 ‘죽어버리겠다’는 사람에게 ‘네 문제가 무어 그리 대단해서 죽니?
너보다 더한 아픔을 가진 사람도 멀쩡하게 살아가는데!’하고 말해야 도움
이 안 됩니다. 오히려 ‘네 마음 알아. 하지만 자기를 속이지는 마!’하
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살이 죽는 사람 탓만은 아닙니다. 요즘 하필이면 자살이 빈발한
다는 것은 그렇게 죽도록 하는 사회·역사적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
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약속도 관행도
법도 종교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공동체의 풍토, 곧 믿을 것이 하나
도 없는 사회가 그것입니다. 그 속에서 솟는 것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죽든지’ ‘죽여야’하는 것이라는 ‘반도덕(反道德)’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도 자살의 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국
죽는 사람 옆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자살의 실상인데 우리는 분명
히 그 옆에 있었습니다. ‘엄마, 살고 싶어!’라는 외침 옆에 우리는 있었
습니다. 그러나 그 엄마에게는, 그 아이에게는, 옆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자살이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비극인 것은 그 실상이 이렇기 때
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질책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 옆
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있어주지 못한 자신에게 무서운 질책을 해야 합
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 공동체는 자살로 숨통을 트는 반도덕의 슬픈 그늘
을 벗어날 듯싶습니다.

문화일보-정진홍 前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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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게재일자 : 2003/08/19  ●입력시간 : 2003/08/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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