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492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진홍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살고 싶은 욕심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자
기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변고(變故)입니다. 한데, 그 일이 너무 잦습니
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정이야 어떻든 사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
면 자기가 자기를 죽이겠습니까? 흔히 ‘죽을 결심마저 했다면 살아 무엇
을 못하겠느냐’면서 죽은 사람을 꾸짖기도 합니다. 그러나 죽기로 작정
한 ‘독한 마음’으로도 견디지 못할 아픔이나 고통이 없지 않습니다. 그
래서 죽은 사람은 ‘네가 내 자리에 있어봐’하고 말하면서 우리의 ‘한가
한 관심’을 섭섭해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되살펴보면 죽고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
을 듯합니다. 삶은 때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숨통을 막곤합니다.
그 고통이 심하면 심할수록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아예 그 질식을 고이 받
아들이는 것이 그 곤경으로부터 숨통을 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서 자살을 합니다. 콱 죽어버리면 나를 옥죄던 고통이 그 순간 싹 가시
고, 환한 삶이 펼쳐질 거라는 새 희망에 들뜨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죽어버리면 그의 문제는 분명히 끝납니다. 하지
만 그 자신도 끝납니다. 자신이 바라는 ‘문제없는 삶’이 펼쳐지지 않습
니다. 삶의 주체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죽어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은 착각이고 자기기만입니다. 자살보다 멍청한 일은 없습니다. 따라
서 ‘죽어버리겠다’는 사람에게 ‘네 문제가 무어 그리 대단해서 죽니?
너보다 더한 아픔을 가진 사람도 멀쩡하게 살아가는데!’하고 말해야 도움
이 안 됩니다. 오히려 ‘네 마음 알아. 하지만 자기를 속이지는 마!’하
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살이 죽는 사람 탓만은 아닙니다. 요즘 하필이면 자살이 빈발한
다는 것은 그렇게 죽도록 하는 사회·역사적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
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약속도 관행도
법도 종교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공동체의 풍토, 곧 믿을 것이 하나
도 없는 사회가 그것입니다. 그 속에서 솟는 것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죽든지’ ‘죽여야’하는 것이라는 ‘반도덕(反道德)’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도 자살의 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국
죽는 사람 옆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자살의 실상인데 우리는 분명
히 그 옆에 있었습니다. ‘엄마, 살고 싶어!’라는 외침 옆에 우리는 있었
습니다. 그러나 그 엄마에게는, 그 아이에게는, 옆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자살이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비극인 것은 그 실상이 이렇기 때
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질책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 옆
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있어주지 못한 자신에게 무서운 질책을 해야 합
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 공동체는 자살로 숨통을 트는 반도덕의 슬픈 그늘
을 벗어날 듯싶습니다.

문화일보-정진홍 前서울대교수-----------------------------------------
--------------
●신문게재일자 : 2003/08/19  ●입력시간 : 2003/08/19 10:22
?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근 수정일
65 물 존재, 지구같은 행성발견...기온 22℃ 관리자 2011.12.05 9611 2011.12.05
64 뉴욕 스님들이 성탄예배 하러 교회에 간 까닭은? 관리자 2011.12.24 4514 2011.12.24
63 한기총, <뉴스앤조이>를 없애려 하다 관리자 2011.12.24 3936 2011.12.24
62 성탄절 교회에서 설교하는 법륜스님 "서로 다름이 풍요로움으로" 관리자 2011.12.24 7035 2011.12.24
61 내가 굴드에 엮인 세 가지 이유 관리자 2012.01.07 3998 2012.01.07
60 읽고 쓰는 평민의 공론중세 조선을 해체하다 관리자 2012.01.07 4058 2012.01.08
59 "편지에 성경 구절 있거든 탈출한 것으로... 1 관리자 2012.01.22 4406 2012.01.27
58 "이름 듣고 '백인' 짐작했던 이들이 피부색 본 뒤엔…" 관리자 2012.01.23 4700 2012.01.23
57 고문·학살도 용서하는 하나님 위 ‘상 하나님’ 3 관리자 2012.01.23 4128 2012.01.27
56 다시 중국에 조공을? 한반도의 미래는… 관리자 2012.01.30 4439 2012.01.30
55 2044년 한국 최대 종교는 가톨릭 관리자 2012.02.02 4037 2012.02.02
54 천주교 신자수가 부쩍 늘었다는데.. 2 관리자 2012.02.02 6974 2012.02.08
53 "해외파 친구, 같이 놀면 은근 억울해요" 관리자 2012.02.16 4034 2012.02.16
52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 2 관리자 2012.03.07 4153 2012.03.14
51 탈북자 죽이는 진짜 '어둠의 세력'을 고발한다! 관리자 2012.03.16 4043 2012.03.16
50 레이디 가가 욕하는 한국 교회, 이건 몰랐나? 관리자 2012.04.25 3998 2012.04.25
49 성공회, “성직자 납세의무 적극 찬성한다” 관리자 2012.07.09 4004 2012.07.09
48 개신교 새 찬송가 문제로 또 ‘시끌’ 관리자 2012.07.24 4012 2012.07.24
47 아프리카, 미국 극우들의 천국 되나 관리자 2012.08.11 4095 2012.08.11
46 [책과 삶]재일조선인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국가주의, 소수자의 삶 관리자 2012.08.11 4073 2012.08.11
45 부장님 우울하면 사무실은 멘붕 플로렌스 2012.08.24 4089 2012.08.24
44 ‘MB 교회’, 복마전으로 변한 성전 관리자 2012.08.31 4083 2012.08.31
43 "독도는 우리 땅" 외칠 때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 관리자 2012.09.08 4148 2012.09.08
42 기독교계 '예수 결혼설' 논쟁 다시 불붙나 관리자 2012.09.22 4139 2012.09.22
41 [책과 삶]한국계 외국인 손님의 눈으로 한국 사회의 천박함을 들여다 보다 관리자 2012.09.22 6876 2012.09.22
40 문선명 총재 별세 일주일..'왕자의 난' 재발하나 관리자 2012.09.22 4130 2012.09.22
39 새 대가리? 새들도 장례식에서 슬피 운다 관리자 2012.09.22 4155 2012.09.22
38 [책과 삶]보수는 사실보다 신념을 추종한다 1 관리자 2012.09.22 4093 2012.10.03
37 조용기 목사 WCC 반대, 한기총 지지 입장 표명 1 관리자 2012.09.25 4198 2012.10.01
36 중국서부 1만2000리 등 여행기 펴낸 공원국씨 관리자 2012.10.03 4101 2012.10.0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Next
/ 12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