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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다빈치 코드’ 위험한 이유 따로 있다
/김정란

댄 브라운의 ‘성배’는 예수의 혈통을 의미하고
이는 백인우월주의적 인종주의 싹 숨어 있어
예수 결혼 여부는 예수 가르침과 상관없이
한국 교회, 진짜 위험한 이유 알고 싸우시라

세설
http://www.hani.co.kr/arti/BOOK/117486.html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다빈치코드>의 한국 상영을 한국기독교총연맹이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 이유는 그 영화가 반기독교적이어서 교회를 모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가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이 작품은 그 인문학적 토대가 대단히 빈약하다. 이 작품은, 예수의 피를 담았다는 거룩한 성배를 유사 고고학적 관점에서 다루면서, 페미니즘 코드를 적당히 혼합시켜 놓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뼈대는 성당기사단의 후예들이 매달려 온 예수의 혈통 문제이다. 특히 스코틀랜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생클레르(성당 기사단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프랑스의 탄압을 피해 스코틀랜드로 이주. 생클레르는 “거룩한 광채”라는 뜻) 가문의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러한 기본 얼개를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헐리웃 스타일의 추리물로 구성한 것이다.

<다빈치코드>는 서구사회가 끊임없이 매달려 왔던 고고학적 성배찾기의 현대적 변용이다. 그것은, 성배가 바로 막달라 마리아의 자궁이라는 대담한 가설을 제시한 것을 빼면, 그 발상에 있어 별로 참신하지 않다. 성배=여성의 자궁이라는 기호적 도식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것이다. 성배의 기원은 기독교와 아무 관련도 없다. 그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풍요의 제의와 만나게 된다. 수천 년 전의 수메르 인장(印章)에는 조그만 물통을 들고 신 앞에 서 있는 천상적 존재들이 등장한다. 이 조그만 물통은 신의 근원에서 흘러나오는 신적 능력,힌두교 식으로 말하면 범아(梵我-브라만)를 신자 각자에게 배분하는 개아(個我-아트만) 역할을 한다. 그것은 그 풍요와 재생의 능력으로 인해 여성의 자궁과 동일시되었다. 기독교의 성배 신화는 이 고대 신화를 기독교적으로 변용시킨 것이다.

게다가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는 그것이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인종주의의 혐의마저 있다. 성배를 둘러싼 이 혈통주의 안에는 서구사회가 그 밑바탕에 지니고 있는 매우 위험한 백인우월주의적 인종주의 싹이 숨어 있다. 성배 신화의 수많은 판본 중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매우 위험한 작품이 13세기 독일 시인 볼프람 폰 에센바흐의 <파르치팔>인데, 바로 이 작품이 바그너 오페라의 원형이 되었고, 나치 인종주의를 치장하는 신화로 사용되었다. 나치는 볼프람의 작품에 나오는 성배의 성 문잘바예세를 ‘정말로’ 찾기 위해 오랫동안 전담 특수요원을 파견해 법석을 떨기도 했다. 그들에게 성배는 혈통에 불과했던 것이다. 댄 브라운은 중세에 성배를 지칭하던 용어 상그레알을 단지 ‘왕의 피’로 해석함으로써, 성배를 다시 혈통주의적 해석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그 가문의 시조가 여성이라고 해서 인종주의적 혐의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다빈치코드는 위험하다기보다는 엉성한 작품이다. 한국 기독교는 다빈치코드가 예수의 결혼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여기는 듯한데, 이 작품이 위험하다면, 그것은 그 작품이 예수의 결혼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인종주의 혐의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언제나 예수의 결혼 문제에 관해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죽음의 문제에 관한 일종의 심리적 강박이다. 성직자의 독신제도는 근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맞닿아 있다. 그것은 고대 농경 신화에서 ‘죽음’의 문제가 반드시 ‘성’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농경문화권에서 죽음의 출현은 반드시 신의 살해 형태로 출현한다. 살해된 신은 공동체 전체를 먹여 살리는 식용작물로 변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생식기가 출현한다. 즉, 곧 다시 태어나게 될 식물, 그러나 지금은 썩어 죽는 식물의 죽음이라는 관념은 생명을 만들어내는 성의 신비와 짝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아담과 이브의 신화에서도 성의 문제는 죽음의 문제와 함께 있다. 아담과 이브는 ‘지식’을 얻는 순간 즉, 신과의 행복한 합일의 상태에서 쫓겨나 필멸의 존재가 되는 순간, 자신이 성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성직자의 독신제도는 바로 이 고리를 끊어내려는 노력이다. 다시 태어나는 생명을 만들어 다시 죽음의 순환고리 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기. 그것은 죽음에 대한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반영한다. 그것은 생에 대한 어떤 태도로서 존중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옳은 태도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여러 기록을 참조해 보면, 예수가 결혼했을 확률은 희박한 것 같다. 그러나 예수의 결혼 여부가 예수의 존재 의미(신화적이든 역사적이든)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예수가 성서의 주장대로 독신이었든, 아니면 어떤 사람들의 주장대로 결혼을 했든, 아무 상관도 없다. 그것은 예수의 가르침의 본질과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김정란/상지대 교수·시인

 

한국교회는 자신의 영적 건강부터 회복해야 할 것 같다. 다빈치코드의 상영을 막는다고 썩어가는 한국교회가 소생하는 것이 아니다. 성배의 진실한 의미는 댄 브라운이 해석하듯이 예수의 혈통도 아니며, 또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단순히 예수의 피를 담았던 잔도 아니다.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비형태를 담는 형태, 신을 받아들이는 신자의 영혼, 즉 영적 진실을 갈구하는 당신의 존재 그 자체다. 순결한 기사 갈라하드는 성배의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죽는다. 신화는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비형태인 그 무엇을 봄으로써, 형태의 몫, 지상적 육체의 몫의 진도를 끝냈다는 것을 암시할 뿐이다. 성배는 그 신비를 말하는 하나의 상징적 참조물일 뿐이다. 빛이 하늘에도 있듯이 우리 안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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