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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지적 설계 (intelligent design) 이론에 대한 글이 부쩍 많이 보입니다. 지난 8월 Time지에 특집으로도 나왔고, 캘거리 헤롤드에서도 나왔습니다. 한국의 웹사이트를 검색하니, 이 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보다는 이를 환영하는 기독교인들의 글과 창조과학하는 사람들의 글만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적 설계 이론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양해서 그리고 과학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저로서는 저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그래도 간단하게 정리하면, 지적 설계 이론은 그 동안 과학계를 지배해 온 진화 이론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지적 설계이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객관적인 의미에서 한계라는 말이 적합하지는 않지만, 지적 설계이론 진영에서 보면, 진화론은 복잡한 생명체의 변화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생명체는 우연에 의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지적 능력이 있는 실재에 의해 만들어 졌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적 설계론자들은 현재의 단계에서는 생명체 자체에만 한정할 뿐이지, 그 생명체를 설계한 존재로까지 소급하지 않을 정도로 지혜롭습니다. 즉 지적 설계 이론은 그 생명체의 설계자를 상정만 (postulate)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적 설계 이론이 비과학 또는 비이론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고, 아예 진화 이론을 밀어내고 주요 이론으로 자리잡겠다는 야심만만함도 보입니다. 



이러한 그들의 전략과 논리적 진술은 기존 창조과학계의 논리적 한계와 순진함을 뛰어 넘습니다. 그 동안 창조과학계는 성서적 진술을 과학의 이름으로 설명하려 했는데, 지적 설계이론가들은 설계된 대상인 생명체에만 한정함으로써 비과학적 이론으로 무시당한 오류를 다시 범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다짐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설계된 대상의 연구로만 한정하고, 이러한 대상을 만들어낸 신적 존재를 상정 (postulate)하는 것으로만 초자연적 실재를 끌어 들입니다. 



이들의 이러한 전략은 성공을 해서 미국의 어떤 주는 지적 설계 이론과 진화론을 동시에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계가 대환영을 한 것은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지적 설계이론은 그 동안 수세적 위치에만 있던 기독교인들에게 세계와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대안으로 숨통을 열어 주는 듯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동안 진화론|창조론 이야기만 나오면 어거지로 떼를 쓰는 모습으로 보였는데, 지적 설계 이론은 진화론에 대한 대안적 이론일 뿐 아니라 그것을 밀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신이 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즉, 지적 설계이론은 기독교인들을 진화론이 제시하는 세계관과 논리적 사슬에서 구출해 주는 구세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기독교 창조론자들은 성서의 문자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창조를 전개해 왔습니다. 그들은 성서의 창조이야기를 과학이란 이름을 빌어 증명하려 했습니다. 그러니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이었겠습니까? 성서가 과학책으로 쓰여진 것이 아닌, 인간의 구원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것을 억지로 과학에다 맞추려 했으니,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자들은 과학계의 이단자, 유사과학자로 무시당했으니까요.



그런데 지적 설계이론은 좀 더 세련된 형태로 "진화"를 해서, 창조론-진화론의 대결구도에서 유신론-무신론의 대결구도로까지 몰고 갔으니 얼마나 성공적입니까? 그 동안은 창조론=비과학, 진화론=과학이라는 등식처럼 보였는데, 알고 보니 두 개 다 완벽한 이론이라기보다는 양자의 배후에는 지적 설계=유신론 | 진화론=무신론이라는 세계관적 가정이 들어 갔다고 하니, 학교에서 진화론만 과학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가능하게끔 되었습니다. 이와 아울러, 진화론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서, 그리고 신의 존재를 상정만 했지, 이 존재를 그들의 주요 이론에 배제시킨, 지적 설계론은 이론으로까지 대접을 받을 수 있고, 또 유신론적 신념체계까지 구축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지적 설계론이 "구원론적" 메시지로 보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성서 문자주의자들에게는 좋은 복음은 아닌듯 합니다. 오히려 이것이 그들을 새로운 함정에 빠지게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이론은 성서에 바탕해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성서 문자주의자들처럼, 인간의 창조가 5천년 되었다거나 또는 우주의 창조가 일만년되었다는 비과학적 진술을 첨가하지 않습니다.

만일 지적 설계 이론이 진화론에 대항하는 주류 이론으로 창조과학론을 대체한다면, 성서를 과학적 설명의 대상으로 삼는 운동은 한물가지 않겠습니까? 사실, 좀 심하게 말하면, 그동안의 창조과학회 사람들은 신학적 아마추어에다가 자신들의 과학적 지식을 맞춰 억지로 해석하다가 보니, 글자 그대로 유치한 수준 이상을 넘지 못했습니다. 신화론적 진술을 과학에 맞추려 하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서의 창조이야기와 과학이론이 분리되면서, 지적 설계의 유신론적 진술은 더 강력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할지는 모르지만, 성서 문자주의자들에게는 해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미 발빠른 창조과학회 사람들 중에 지적 설계 이론을 수용하여 기존의 창조과학을 보완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기존의 창조론의 아류로 머물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향배가 궁금해집니다.

* 진화론자들은 지적 설계이론은 이론도 아니다. 진화론의 약점을 잡아 물고 늘어지는 counter-statement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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