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611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기사섹션 : 토론과 논쟁 등록 2004.03.01(월) 18:42


“인간이 초월적 존재 창조” 경건한 무신론자 포이어바흐

포이어바흐는 종교 비판가로서 당대의 기독교 신학자들에 의해 격렬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미 26살에 익명으로 <죽음과 불멸에 대한 사유>라는 책을 펴낸 바 있는데, 여기서 포이어바흐는 영혼불멸에 대한 믿음을 공격했으며 경건한 신앙의 소유자를 조롱하기도 한다. 이 ‘불경스런’ 책은 기독교의 권위가 서슬 퍼렇게 엄존하던 당시의 상황에서 곧바로 금서가 돼 압류 조처를 당했다. 이 책의 저자임이 밝혀지면서 포이어바흐는 발군의 학문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교수직을 단념한 채 재야학자로 평생을 보내야만 했다.
포이어바흐에 대한 당대 신학자들의 거친 거부의 몸부림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의 종교비판은 종교의 근간을 뒤흔들 만큼 근본적인 것이었다. 포이어바흐 이전의 종교비판은 종교를 단순히 사제들의 기만행위라든가 우민화, 또는 미신으로 간주했다. 포이어바흐는 이러한 시각을 벗어나 종교적 현상을 좀 더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출발점과 귀결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본질이 종교의 근거일 뿐만 아니라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종교는 무한한 것에 대한 의식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무한한 본질에 대해 갖는 의식이다.” 포이어바흐는 종교를 “인류의 유아적 본질”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의 본질을 직접적으로가 아니라 자신의 외부에 설정한 신이라는 존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식하는 단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절대적 이성, 무한성, 사랑 등 신의 속성으로 여겨지는 것들은 포이어바흐에 따르면 실제로는 개인적 한계를 초월한 인류의 본질일 뿐이다. 성경의 설명과는 정반대로 “인간이 자신의 모습에 따라 신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바로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의 본질을 대상화한 후 다시 스스로를 이렇게 대상화된 본질의 객체로 만든다.”

포이어바흐가 추구했던 것은 그가 한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말했듯, 사람들을 “신의 벗으로부터 인간의 벗으로, 믿는 자로부터 사유하는 자로, 기도하는 자로부터 일하는 자로, 내세의 후보자로부터 현세를 공부하는 자로, 자신이 반은 짐승이고 반은 천사라 고백하는 기독교인으로부터 인간, 그러니까 전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일”이다. 포이어바흐의 무신론은 종교와 신을 단순히 부정하고 파괴하는 데 있지 않았다. 그는 초월적 존재의 속성이라 여겨진 것들을 인류와 자연에로 되돌려 주고자 했으며 그 속에 투영된 인간의 소망을 이 땅에 실현하는 것이 인류사적 과제라고 확신했다. 이러한 믿음은 그에게 “경건한 무신론자”란 비아냥을 안겨주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신학의 육신에 박힌 말뚝”(칼 바르트)으로서 기독교의 자기반성 과정에 촉매역할을 한다.

주정립/호남대 연구교수, 정치학

http://www.hani.co.kr/section-001065000/2004/03/001065000200403011842323.html
?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근 수정일
335 개신교와 친미주의- 오마이 뉴스 운영자 2003.01.11 9423 2003.01.11
334 광화문 기독교 집회에 대한 생각 운영자 2003.01.16 7302 2003.01.16
333 국민 ‘기독교집회’보도 지면사유화 논란 -미디어 오늘 운영자 2003.01.18 7753 2003.01.18
332 기도는 미국이 아닌 하나님께` -오마이뉴스 운영자 2003.01.30 7726 2003.01.30
331 검찰, 오웅진 신부 언제 소환하나/ 천주교계 `오신부 구명 로비` 논란 운영자 2003.02.16 8243 2003.02.16
330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 변칙세습 일단 `제동` -뉴스앤조이 운영자 2003.03.01 8312 2003.03.01
329 교계언론, `애완견`인가 `감시견`인가 운영자 2003.03.01 5679 2003.03.01
328 비극의 상업화, 홀로코스트-한겨레 21 운영자 2003.03.02 7779 2003.03.02
327 “곽선희 목사도 빨갱이야!” -한겨레 운영자 2003.03.04 6465 2003.03.04
326 성경공부 안내 문서선교회 2003.03.09 6315 2003.03.09
325 부시의 종교관 운영자 2003.03.14 7468 2003.03.14
324 남의 교회 일에 왜 간섭하느냐!` 뉴스앤조이 운영자 2003.03.23 7063 2003.03.23
323 주일성수와 십일조 논의, 영원한 성역인가 운영자 2003.03.23 6967 2003.03.23
322 극동방송, `철없는 대통령` 설교, 뒤늦게 방송 운영자 2003.03.23 7151 2003.03.23
321 종교의 적은 종교? 근본주의가 평화 깬다 -한겨레 운영자 2003.03.28 5563 2003.03.28
320 [우리시대의 巨匠]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 -주간한국 운영자 2003.03.30 5640 2003.03.30
319 정진홍 교수 고별강연회 동영상 운영자 2003.03.30 7077 2003.03.30
318 경고문(시온산) CHUNG 2003.04.02 5396 2003.04.02
317 7천년 `슈메르 고대문명` 모두 끝났다` (김상일 교수)-오마이 뉴스 운영자 2003.04.14 7301 2003.04.14
316 이라크 시아파 대규모 반미시위 운영자 2003.04.16 4981 2003.04.16
315 슬픈 4.19 기념 시민행사 두 풍경/ 운영자 2003.04.19 5505 2003.04.19
314 부활절: [[KNCC + 조선그리스도인연맹]] 운영자 2003.04.20 5045 2003.04.20
313 시아파 조직적 세확장 미 당혹 운영자 2003.04.23 4858 2003.04.23
312 시아파 `민중권력`으로 부상- 문화일보 운영자 2003.04.24 4632 2003.04.24
311 미국을 당혹케 하는 ‘시아파의 힘’ -프레시안 운영자 2003.04.24 4202 2003.04.24
310 주변에 품위없는 성직자 많다” 53% - 한겨레 운영자 2003.04.25 4356 2003.04.25
309 논쟁으로 본 한국의 종교 8- 유교의 종교성 논쟁 운영자 2003.05.03 6462 2003.05.03
308 여러 종교가 주는 심오한 진리? 운영자 2003.05.10 11151 2003.05.10
307 예수님 예수님 우리 예수님 운영자 2003.05.12 5159 2003.05.12
306 Religion in the Classroom -CBC News 운영자 2003.05.13 5430 2003.05.1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