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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 여러분께: 자기 갱신의 원리에 대한 한 말씀

두 주전 헌책 방에서 저의 신학대학원 졸업 논문의 주제가 된 폴 틸리히 (Paul Tillich)의 [The Protestant Era]라는 책을 샀습니다. 책을 한국에 다 두고 온 관계로 옛날 저의 신학 사상에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한 틸리히 선생의 책을 발견하면 예기치 않은 향수에 젖어 들 때가 있습니다. 책값이 1불입니다. 한국돈으로는 900원 정도 하겠지요. 작년에 제가 한국에서 캐나다에 송금할 때 760이었는데 마음 편하게 760원짜리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의 출판 년도가 1959년입니다. 첫판이 1948년이니 반세기 전에 나온 책이지요. 한 때 시대를 풍미했고, 여전히 그의 신학적 영향력이 신학계에 강하게 남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책이 1불에 팔린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지요.

이 책이 1불 밖에 하지 않는다고 1불 만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에서 지성이 사라지는 이 때에 틸리히의 신학적 노작은 우리에게 여전히 도전이 됩니다. 틸리히 자신이 어느 학파를 만들지 않았고, 그리고 그런 학파도 없습니다. 그러나 신학, 문화, 종교, 사회에 대한 틸리히의 통찰과 혜안은 여전히 빛을 발합니다. 그의 신학의 핵심에는 바로 “프로테스탄트 원리” (Protestant Principl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개신교의 원리”라고 번역할 수 없는 깊이가 있습니다. 탈리히가 말하는 프로테스탄트 원리는 단순히 개신교의 원리가 아니라 불교이건, 카톨릭이건, 개신교이건 종교가 현실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갱신을 하는 비판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프로테스탄티즘 (Protestantism)이 지향하던 것이기도 하지요.

교회가 현실에 안주하면 교인끼리의 파벌이 생기고, 사회주의도 자기 조직관리에만 여념이 없으면 악마적으로 되고, 자본주의도 정도를 벗어나면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바로 이런 현실 안주에서 벗어나 새롭게 자기 갱신을 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교회 갱신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고 우리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제자들입니다. 특정인이 교회에서 권력을 휘두르거나 특정인이 교회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바로 교회를 마성적으로 (demonic)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교회는 우리가 하나님이 바라시는 바른 인간상(humanity of God)을 지향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인연합교회는 담임목회자가 없습니다. 저는 그저 교우로서 또는 자원봉사자로서 목회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작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신학을 했고 목사안수를 받은 사람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저는 떠나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철학, 나그네 또는 순례자의 삶입니다. 연합교회 교우가 된 지난 2년 동안 저는 저의 삶과 신앙을 다시 돌아보는 잊을 수 없는 기간이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적은 숫자로 보였지만 캐나다 연합교단이 지향하는 관용정신과 캘거리한인연합교회를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들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누구도 주인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입니다. 아니, 우리의 주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진정한 주인이십니다.


만일 교회가 앞에서 말씀드린 프로테스탄트 원리, 즉 자기 부정과 자기 갱신, 그리고 자기 반성을 잃어버리면 그것은 이미 타락의 전조일 것입니다. 우리가 적은 숫자로 모였다고 하더라도 이 원리를 잃어버리지 않은 이상 우리 교회는 희망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붙잡히시던 날, 3년간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제자들마저 뿔뿔이 흩어지고 홀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세운 공동체는 순교자의 피로 다시 재건되었던 것입니다. 유대인 철학자 스피노자는 유대 공동체에서 파문을 당하면 거의 죽음을 의미했던 그 파문의 형극을 마다하지 않고 쓸쓸한 철학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철학은 시대를 넘어 영롱하게 빛이 났던 것입니다.

교회가 단순히 사람들의 사교관계에 불과하다면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향하신 사랑, 즉 이 세상에 주변화되고, 소외되고, 사회에 의해 죄인으로 정죄당한 사람들의 안식처가 바로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원리에 반대되는 어떤 개인이나 조직과도 타협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프로테스탄트 원리를 살기 위해서는 자기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바른 믿음은 바른 실천에 이르게 합니다. 독일의 나찌가 나오고 6백만의 유대인을 죽게 한 것은 바로 교회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우리가 손으로 꼽기에는 너무나 많은 6백만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틸리히는 바로 이런 나찌의 광기의 경험을 통해서 프르테스탄트 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처절하게 경험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물을 비판적으로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은 바른 믿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그런 바른 믿음은 바른 실천에 이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 믿음의 실천을 장을 우리 교회를 통해서 조금씩 펼치길 기도 드립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교회가 자랑스럽습니다.

김창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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