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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2009.07.07 11:43
다른 곳에 올렸던 짧은 글인데 다시 올립니다...

인간의 사고와 행위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요인들의 복합적인 산물임을 절감하게 됩니다. 지난 주 저의 싸부님과 싸모님과 저의 아내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저의 싸모님께서는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다가 은퇴하신 분으로서 독일의 나찌즘과 이런 나찌즘에 통합 이념을 제시한 신종교 이데올로기에 대한 연구를 하신 분입니다. 대화를 하면서 제가 새롭게 의식하게 된 것은 나찌의 등장을 이해하려면, 이들이 지지 기반으로 삼은 어린 신세대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1차 세계 대전을 통해 독일의 경제와 산업이 황폐화되었고, 고향 마을을 떠난 젊은이나 고아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전통적인 종교문화로서의 기독교와 부모와의 tie를 잃고 새로운 이념에 이들 전후의 세대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 대화를 나누면서, 제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한국의 뉴라이트의 등장입니다. 앞으로 뉴라이트에 대한 계보학적 연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한국에서 광복 이후 제대로 친일청산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체, 이들 친일파들이 한국 현대사를 주름잡아 왔을 것이라는 짐작입니다. 이들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와 반공정권 하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이 그대로 유지되니 그들의 친일성향은 수면으로 나오지 않았을 터인데,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정권하에서 그들의 경제기반과 문화 기반에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친일파 개인들을 아무리 비판해봐야 그것은 수박 겉핥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 문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에 스며들어 있는 친일적 문화에 대한 연구 없이는 친일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뉴라이트는 이런 친일 기득권 세력들이 자기 기반에 위협을 느끼면서 나온 반동 (countermovement)일 것이라는 것이 저의 막간의 생각입니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사회 생활을 할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그 개인의 삶이 어느 집단적 구성물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반드시 그 개인은 어느 집단에 참여하므로써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뉴라이트 등장은 최근의 산물이 아니라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반면의 거울인 셈이지요.

여기에 기독교 극우들이 참여한 것은 그들은 친일파와 같이 한국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통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다질 근거를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바로 일그러진 극우들의 이미지입니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문화나 종교에 기반한 민족주의가 극우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나 민족에게서 그 기반을 완전히 잃고서 극우적 이데올로기적 생산을 하는 한국의 비극은 일제 식민지, 남북 분단이 빚어 낸 합작품입니다. 친일과 반공이 만나는 우리의 일그러진 현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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