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82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기사섹션 : 토론과 논쟁 등록 2004.03.22(월) 18:40


근대 시민사회 구성하는 규범적 근거 환기한 칸트

칸트(1724~1804)의 이론철학이나 윤리학이 후대에 끼친 영향에 견줘 볼 때 그의 법철학과 국가철학은 그다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시민사회, 사회계약, 국가, 시민법 등에 관한 칸트의 고찰은 <인륜의 형이상학>(1797)의 제1부인 ‘법학의 형이상학적 출발근거’ 편에 담겨 있다. 칸트가 만년의 노쇠로 인해 특유의 비판적 정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쇼펜하우어의 평가 이래로 이 책은 비판철학의 건축술 안에서 무의미한 부분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존 롤스의 <정의론>(1971) 이래로 사회철학에서 홉스, 로크, 루소, 칸트의 사회계약론적 전통이 부활하고 아리스토텔레스주의적 전통, 헤겔주의적 전통과의 논쟁이 활기를 띠게 되자 비로소 <인륜의 형이상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자연스럽게 촉진됐다. 대표적으로 볼프강 케르스팅의 <질서정연한 자유: 임마뉴엘 칸트의 법철학과 국가철학>(1984)을 꼽을 수 있다.
<인륜의 형이상학>의 비판적 핵심은 사회계약의 이념이다. 칸트에게 사회계약은 홉스 류의 도구적·전략적 이성에 의한 담합이 아니며, 로크처럼 비이성적인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차선의 방책도 아니다. 정언명법이 내심의 법정에서 도덕적 판단의 주관적 규준의 일반화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라면, 사회계약은 이 절차를 대등한 주체들 상호간의 관계로 확장하고 제도화, 실정화하는 계기로서 나타난다. 칸트에게 사회계약은 실천이성의 절차로서, 정언명법과 마찬가지로 자유와 의무를 동일한 근거로부터 논증하며, 나아가서 이와 같은 “자율적 입법”의 원칙은 반드시 현실화돼야 한다는 확신을 표현한다. 그래서 자연상태에서 “법적 상태”로 이행하는 계약은 칸트에게 실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존재하는 국가와 실정법에 대한 이성적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규범적 원칙이다. 이는 사회계약의 이념이 설명적 기능보다는 “현실의 공화국”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위하여 고안되었음을 뜻한다. 칸트가 “법적 상태”로의 이행을 어느 누구도 회피할 수 없는 “이성의 의무”로 간주할 때, 그는 분명히 루소의 공화주의적 전통을 따른다. 그러나 루소의 시민연합을 “국법의 이상”으로서 평가할 때조차 칸트는 그 기초를 정서적 공감이 아니라 이성적 절차, 일반화 가능성의 원칙에서 찾는다.

칸트의 실천철학은 시민사회에 규범적 근거를 부여하고자 하는 철학적 시도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넓게 보면, 롤스 이래로 신계약론과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윤리학을 그 대표적 예로 들 수 있겠다. 근대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규범적 원칙에 대한 환기는 시민사회를 위협하는 인종주의적, 종교적·원리주의적, 국가주의적 야만에 대하여, 그리고 시민사회의 원칙을 단순한 게임 규칙으로 환원함으로써 내부로부터 형해화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이성의 항체를 투여하는 일이다. 그러나 근대 시민사회적 야만 그 자체에 대해 칸트의 실천철학은 과연 어떤 반성적 준거점을 부여할 수 있는지, 그것은 또 다른 수준의 문제일 것이다.

금민/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

http://www.hani.co.kr/section-001065000/2004/03/001065000200403221840546.html
?

Title
  1. 12
    Jun 2016
    20:59

    글쓰기 및 편집 방법

    By다중이 Reply2 Views48541 file
    read more
  2. 26
    Feb 2004
    22:49

    꽃이되고 싶어요.

    ByJasper Reply0 Views8988
    Read More
  3. 27
    Feb 2004
    04:35

    한 사람만 바라보기!

    By한별 Reply0 Views8337
    Read More
  4. 02
    Mar 2004
    03:23

    오래된 책을 묶으며

    By운영자 Reply0 Views8706
    Read More
  5. 02
    Mar 2004
    03:30

    나비의 일생

    By운영자 Reply0 Views8574
    Read More
  6. 13
    Mar 2004
    04:39

    “고국이 이렇게 부끄러웠던 적 없습니다”

    By운영자 Reply0 Views8554
    Read More
  7. 18
    Mar 2004
    01:04

    메일 열기만 해도 감염..웜 급속확산(상보)

    By운영자 Reply0 Views8922
    Read More
  8. 18
    Mar 2004
    21:10

    예수와 노무현의 공통점 8가지 - 오마이

    By운영자 Reply0 Views8868
    Read More
  9. 19
    Mar 2004
    01:24

    미국가실분을 위한 비자와 여행의 바뀐 새정보임

    By 동명에이젼시 Reply0 Views9586
    Read More
  10. 21
    Mar 2004
    01:10

    아픔이 다 할 때까지 사랑 하십시오

    By운영자 Reply0 Views8580
    Read More
  11. 22
    Mar 2004
    21:36

    근대 시민사회 구성하는 규범적 근거 환기한 칸트

    By운영자 Reply0 Views8241
    Read More
  12. 25
    Mar 2004
    18:11

    봄의 뜨락에서

    By운영자 Reply0 Views8218
    Read More
  13. 26
    Mar 2004
    16:48

    `베이글U` 급속확산..웜 바이러스 긴급경고

    By운영자 Reply0 Views8112
    Read More
  14. 05
    Apr 2004
    20:51

    캘거리이민을 준비중입니다.

    By상진엄마 Reply0 Views8240
    Read More
  15. 06
    Apr 2004
    09:02

    제인, 대전에서 인사 드립니다

    By제인 Reply0 Views8225
    Read More
  16. 15
    Apr 2004
    02:03

    아름다운 세계

    By운영자 Reply0 Views8390
    Read More
  17. 15
    Apr 2004
    20:16

    르완다, 식민분리주의의 악몽-한겨레

    By운영자 Reply0 Views66904
    Read More
  18. 17
    Apr 2004
    05:11

    전주 중화산동,기전여대 옛날사진을 찾습니다-총 상금 300만원

    By김혜림 Reply0 Views8257
    Read More
  19. 19
    Apr 2004
    11:13

    2004년 코스타 캐나다(토론토) 소개와 1차등록에 관하여...

    By코스타 행정팀 Reply0 Views8287
    Read More
  20. 24
    Apr 2004
    04:24

    룡천역 일대 불바다..곳곳서 울부짖음

    By운영자 Reply0 Views15778
    Read More
  21. 26
    Apr 2004
    17:20

    부시, 2001년말부터 이라크 침공 계획`

    By운영자 Reply0 Views8257
    Read More
  22. 06
    May 2004
    19:35

    미군의 이라크인 성고문 및 학대-사진

    By운영자 Reply0 Views41221
    Read More
  23. 22
    May 2004
    21:26

    [해외여행정보] 성수기 항공권 안내

    By국보여행사 Reply0 Views8485
    Read More
  24. 29
    May 2004
    00:21

    2004 밴쿠버 청년 코스타 집회 안내

    By전득풍 Reply0 Views73519
    Read More
  25. 04
    Aug 2004
    20:43

    매주 수요일마다 다운타운에서 일어나는일..

    By아름다운청년 Reply0 Views8405
    Read More
  26. 26
    Aug 2004
    22:34

    역사전쟁’을 재생산하는 동아시아 역사인식의 문제점

    By운영자 Reply0 Views8481
    Read More
  27. 19
    Sep 2004
    02:30

    기도

    By신준식목사 Reply0 Views8962
    Read More
  28. 29
    Sep 2004
    17:29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By이정숙 Reply0 Views8048
    Read More
  29. 27
    Nov 2004
    02:08

    [우울한 고교 교육 헌장]

    By운영자 Reply0 Views8634
    Read More
  30. 21
    Dec 2004
    18:34

    BBC와 CNN 라디오 듣기

    By운영자 Reply0 Views18704
    Read More
  31. 14
    Jan 2005
    04:14

    Re: 답변

    By운영자 Reply0 Views894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0 Next
/ 20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