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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2010.12.11 11:20
글을 올리실 때, Html<BR> 단추를 눌러야 단락 구분이 됩니다. 뚜버기님,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대한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캘거리에 처음와서 방을 렌트하는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난방은 거의 돌아가지 않고 저녁을 먹을 무렵에야 가능했고, 샤워를 해도 따뜻한 느낌은 커녕 미지근해서 통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여러 달을 보낸 후 참을 수가 없어서 함께 살던 중국인 친구, 인도인 형제, 저를 포함한 네 사람이 회의를 열어 샤워물을 따뜻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하자고 했습니다. (이 주인장은 그 와중에서도 인도 친구들이 샤워를 오래하고 지저분하다고 저한테 말을 하곤 했죠)

그리고 주인을 불러 요청 사항을 말했더니, 주인은 인도 아이들한테 먼저 묻더군요. 물이 따뜻하지 않냐고? 인도 아이는 그래 따뜻하다고. 제가 인도 아이에게 왜 차갑지 않느냐고 말을 못하느냐고 했더니 그 때서야 차갑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주인은 이 집은 내 집이고 모든 규칙은 내가 만드니까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려면 자기 집을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다. 그럼 나가겠다. 그런데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나가기 전까지 따뜻한 샤워물이니까 나가기 전까지 그렇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이 많이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 다음날 바로 샤워물이 뜨겁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물이 나왔습니다. 한 겨울에 우리가 다 나가버리면, 1000불이 넘는 돈이 날아가 버리고 새로운 사람을 들일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인도 아이들의 경우, 형제가 한 방을 쓰니 렌트비가 쌌을 것이고 그래도 샤워물을 감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주인에게 자기 의사를 분명히 말을 하지 못한 것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주인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샤워물이 뜨거우면 샤워를 더 오래하고 물 데운데 깨스가 더 들어갈 것입니다. 그 반대일 수도 있구요. 방 렌트 하는 것으로 생활하는 분이니까 수입이 한정되어 있고, 그 가운데 잉여를 남기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또 한국과 같이 따뜻한 아파트에 살던 경험으로 그 집을 제가 판단했을 수도 있구요. 사람이 이기적이라서 그 집 생각하면 차갑게 샤워한 기억밖에 나질 않는군요.

뚜버기님 글 보니까, 제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권위에 쉽게 굴복하고 노조활동도 거의 안했을 것같군요.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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