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0.11.06 08:06

용서 이야기 (3)

조회 수 9750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대학입학 후 김흥호 목사님을 통해 다시 교회로 돌아온 나는 우울함과 허무함으로 얼룩진 내 어린 시절을 끝내고 보통 사람들처럼 생활할 수 있었다. 결혼은 죄악이라던 내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맏며느리였던 나는 시댁 식구들에게 최선을 다하였다. 아마 나는 부모님에게서 받지 못했다고 여겼던 사랑과 인정을 시부모님께 받아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그런 내 기대는 몇 년 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약국 일로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는데 시어머니께서 “네가 시집와서 한 게 뭐가 있냐”고 하셨다. 나는 거의 그 자리서 쓰러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약국에 갇혀 살면서 시누이의 대학 학비를 대고 매달 용돈을 주고, 명절과 생신을 빠짐없이 챙겨 드렸는데 시집와서 지금까지 한 게 뭐가 있냐니!!!

나는 너무나 절망스럽고 억울해서 매일 울며 남편에게 하소연했다. 어떻게 내게 어머님께서 그렇게 말하실 수 있냐고. 내가 정말로 시집와서 한 게 없냐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냐고.

아무리 남편을 붙들고 따지고 하소연해봐도 내 속은 풀리지 않았고 억울함만 깊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티브이에서 엔 카운터 그룹에 대한 이야기의 끝무렵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게 뭔지도 잘 모르면서 일단 상담이라고 하니 내 고민을 귀담아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위로해주고, 조언을 해 주리라 막연히 기대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박 4일 일정의 엔 카운터 그룹에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12명의 나 같은 신청자를 한방에 모아놓고 감수성 훈련이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그룹의 진행자는 각자 별칭을 지어 소개를 하게 한 뒤 "이곳에서는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느낌을 말하는 곳입니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느낌을 말해 주십시오" 그러더니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표정으로 모두 나처럼 당황해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었다. 갑갑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 나는 이렇게 말을 시작하였다.

“나는 정말로 절박한 심정으로 어렵게 시간을 내어 이곳에 왔습니다. 그런데 해주는 것은 없고 느낌만 말하라고 하니 '당황'스럽고 '화'가 납니다.”
그랬더니 진행자는 “지금 일어나는 솔직한 느낌을 말해주니 참 반갑고 시원합니다”라는 것이 아닌가!
?
  • ?
    Jung 2010.11.08 09:35
    ㅎㅎㅎ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저 졸업 후 바로 시집 갔습니다 친구중 제일 먼저 ㅎㅎ
  • ?
    CCP 2010.11.07 22:45
    헉~ 이런 황당한........
    근데 시집은 안간다던 처녀들이 더 빨리간다 라는 옛말은 정말 진리인것 같습니다........-..- (콧털을 깎은 후)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글쓰기 및 편집 방법 2 file 다중이 2016.06.12 48709
201 용서 이야기 (6) 5 Jung 2010.11.06 8589
200 퀴즈-마차 경기 4 플로렌스 2012.02.22 8581
199 아픔이 다 할 때까지 사랑 하십시오 운영자 2004.03.21 8580
198 이번 캐나다 연합교회 총회장의 첫 연설 운영자 2003.09.07 8578
197 나비의 일생 운영자 2004.03.02 8574
196 SBS 장준하 의문의 추락사 마틴 2009.06.03 8572
195 송교수 석방 920명 탄원서 낸 베르닝 박사 - 한겨레 운영자 2003.12.03 8567
194 Susan Boyle의 I dreamed a dream. 3 뚜버기 2010.10.24 8555
193 “고국이 이렇게 부끄러웠던 적 없습니다” 운영자 2004.03.13 8554
192 PD수첩]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 1 마틴 2009.06.03 8552
191 데미안과 함께 떠나는 카발라 여행 구정희 2006.05.08 8552
190 지난 여름 카나나스키스 하이킹 후 1 운영자 2009.01.12 8550
189 호주제 옹호단체들 “가족제도 과거로” -한겨레 운영자 2003.09.21 8532
188 학자들의 은어 운영자 2003.04.16 8529
187 Re: 캘거리안내설명부탁드립니다. 1 캘거리 2009.07.31 8527
186 영어공부겸 독서모임 구정희 2007.02.21 8526
185 Re: 현장 숙소에 도착하여 3 곽삐남 2010.04.20 8525
184 풍요의 계절, 잘 먹으면 암 예방 운영자 2005.09.01 8521
183 故 노무현 前 대통령 서울광장 노제 마틴 2009.05.30 8519
182 Chris Botti_A Thousand Kisses Deep 운영자 2008.05.05 8515
181 지구종말설-2 1 마틴 2009.10.12 8511
180 "탈북자 도와주세요" 한인에 '클릭 SOS' 1 moonee 2010.02.20 8510
179 故 노무현 前대통령 추모영상 마틴 2009.05.30 8509
178 십계명은 단 하나의 계명 구정희 2006.05.24 8506
177 파병 찬반을 떠나 생각해야할 것 - 한겨레 운영자 2003.03.30 8505
176 고향생각- 펌 운영자 2004.02.09 8504
175 Job Interviews 영어 및 이디엄 1 마틴 2010.06.10 8497
174 한국에서의 인종차별: 원어민영어강사의 경우 운영자 2007.01.24 8497
173 [해외여행정보] 성수기 항공권 안내 국보여행사 2004.05.22 8485
172 `꽃`의 의미... Jasper~ 2003.04.07 848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0 Next
/ 20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