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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5 06:26

용서 이야기 (2)

조회 수 8645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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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세상에서 가장 나쁜 죄가 무엇이라 생각하냐고 내게 물었다면 아마 나는 서슴없이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 지우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 보다 더 큰 죄가 있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아이에게 그런 상처를 주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이다.



나는 사춘기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은 슬픈 곳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 자기 아픔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산다. 나도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우리 아버지가 내게 준 그런 상처를 내 아이에게 줄 지도 모른다. 아니 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오래 살지도 않으리라. 산다는 것은 죄를 쌓는 것이다. 죄를 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찍 죽는 것이 그나마 죄를 덜 짓는 것이다.'



내 기준에서 보면 세상에 의인은 한명도 없었다. 모두가 죄인이었다. 살면서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한마디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나는 그 시절 하나님에 대해서는 상당히 반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십자가에 못박히면서도 그 사람들을 용서한 예수님은 좋은 분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런 예수님도 내 기준에서 보면 죄인이었다. 성경 어느 구절에선가 "독사의 자식들아" 이런 말을 사람들에게 했으니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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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P 2010.11.07 22:42
    그러셨군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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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g 2010.11.06 08:05
    저도 죄를 잃음이라고 말씀해 주셨던 설교가 생각납니다. 그 부분에 대해 제 게시판에도 그날의 소감을 올리기도 했고요. 참 인상에 남는 설교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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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2010.11.06 03:28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저는 "죄"라는 말보다는 소외 (alienation)라는 말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소외는 인간을 근원적으로 분리시키는 것인데요. 재벌이나 지배계급이 노동자를 착취해서 신을 믿을 수 있는 자리를 박탈한다면 그보다 더 큰 죄는 없을 것입니다. 예수의 사역은 당시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지배자들과 반하였고 정치적 반란이나 종교적 해체를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분의 사역은 당시의 종교적 정치적 지배계급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사의 자식들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봐야 옳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분의 비판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종교 기득권들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대신에 예수님은 이른바 종교적으로 죄인이라고 낙인찍힌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교류를 했습니다. 마태복음의 백미는 사탄의 자식이 아니라 산상수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작은 한마디 말에 상처를 받고 그것이 평생을 가기도 합니다. 강박장애 (Obsessive-Compulsive Disorder)로 고통받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어릴적 상처나 큰 불행 (즉 교통사고나 이별)등에 원인이 있다고 하더군요. OCD는 축적장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http://kucc.org/cgi-bin/ez2000/ezboard.cgi?db=kucc1&action=read&dbf=229&page=0&word=ocd&oldword=ocd&findstart=144&ftype=subj+cont+name&depth=1
    며칠전에 OCD 책자를 한 권 구했습니다.

    이와 아울러, 공동체는 그런 아픔을 치료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교회가 그런 상처를 주는 교회가 되어서는 아니되겠죠. 우리가 길을 함께 간다는 것은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고 또 수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쉬운일이 아닙니다. 우리 교회가 크지면 그런 꿈은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보다는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 그런 마음의 진정성이 있다면 잠시의 소통 부재는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작은 것에 아픔을 느끼고 그 아픔이 깊어지는 것은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올 때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용서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을 용납할 뿐아니라 지금은 아니고 두고 기다려야 되는 것도 있기에 우리 삶에서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용서는 시간이 참 많이 걸리는 것같습니다. 저도 집에서 좋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지 못하는 것같아서 많이 부끄럽습니다. 마음에 닿는 이야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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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2010.11.05 21:42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많이 찔리네요.

    성서의 역사적 상황을 잘 모르겠지만, 예수가 비판한 것은 개인이 아니라 종교지배 체제에 대한 것으로 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마태복음 23장은 바로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 그리고 성전체제에 예수가 도전하는 양상입니다.

    이보다 더 큰 묵시론적 비판은 요한계시록입니다. 계시록의 희랍어는 아포칼립시스로서 "드러낸다"는 뜻인데, 계시록이 생산된 자리는 로마 제국이고, 바로 요한이 로마 제국주의에 대한 혐오와 비판을 드러낸 것이 요한계시록입니다. 직접 못하니까 수많은 비유와 상징으로 그렇게 표현을 하였습니다.

    마태복음에 독사의 자식들아란 표현이 살아있는 것은 마태복음이 생산된 시기가 AD80-90년 경이니까 이미 70년경 유대인들의 반란에 대한 로마 제국의 무자비한 진압이 일어나고 이에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유대인들은 뿔뿔히 흩어짐 (디아스포라)를 경험하는 시기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성전의 파괴와 유대의 몰락 속에서 유대 종교체제에 대한 예수의 강한 비판의 날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태복음 당시는 기독교가 유대종파의 일부이니까 배타적이고 종파적인 태도와 신념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유대교와 기독교와 활발히 대화하는 상황에서 이 메시지를 악용해서는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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