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6.10.17 20:02

몰입에서 사색으로

조회 수 8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모두들 잘 계시는지요?

   몇 주 뵙지 못했네요.

   먼 한국에서, 그리고 이곳 캐나다에서 계시는 교우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밝은 모습으로 뵐 날을 그립니다.^^

   몇 년 전 가을에 썼던 글 한편 올려요~                                                   

 

  바야흐로 가을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껴가고 단풍은 형형색색 물들어 떨어진다. 높푸른 가을 하늘 아래 단풍잎을 밟고 서 있는 사람에게 사색은 필요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열의 계절 여름이 성장을 위한 다가가기의 시간이라면 사색의 계절 가을은 반성을 위한 거리두기의 시간이다. 사색은 깊이 헤아려 생각하는 것이다. 즉 가을은 나와 너와 사물에 대한 몰입에서 빠져나와 거리를 두고 깊이 헤아려 반성하는 계절이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경우 몰입은 있어도 반성은 없다. 먹잇감을 쫒기 위한 몰입, 이성에게 구애하기 위한 몰입, 천적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몰입이 그렇다. 그러나 나는 왜 먹잇감을 쫒는가? 나는 왜 이성에게 구애를 하는가? 나는 왜 천적에게서 달아나 살려고 하는가? 라고 하는 반성은 없다. 거리를 두고 깊이 헤아려 생각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반성은 깨달음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깨달음은 보다 높은 차원의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가을의 사색은 모든 대상과 관계에서 거리를 두고, 깊이 헤아려 반성함으로써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시간이다.

    

​   그러나 21세기 한국의 가을은 가을의 사색을 잃어가고 있다. 철학자 한병철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피로사회’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사색은 여유를 에너지로 삼는다. 그러므로 여유가 없으면 사색도 없다. 한국이 경쟁사회, 성과사회가 되면서 인간을 언제나 과잉몰입의 상태로만 내몰고 있다. 삶의 순환과정에 있어 언제나 여름만 있을 뿐 가을이 없는 꼴이다. 그러다보니 사색을 위한 독서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한국에서 독서운동을 이끄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사색의 독서 보다 몰입의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김병완의 ‘기적의 고전 독서법’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독이나 속독을 통해 짧은 시간 많은 양의 정보를 입력하는 몰입의 독서법만 활개를 치고 있다.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반성이 없고 깨달음이 없는 국가의 미래는 브레이크 없는 전차와 같다. 방향을 잃고 내달릴 뿐 어디서 서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다. 국가 뿐 아니라 개인의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자기성찰이 없는 몰입은 필연적으로 자기상실을 낳는다. 이미 인생길을 정신없이 내달리다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목적을 향해 내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목적 없이 노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위대한 사상가들은 목적 없는 산책을 즐겼다. 목적 없는 산책 속에 사색이 있고 사색 가운데 깨달음이 있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바야흐로 가을이다. 낙엽을 밟고 선 당신을 돌아보라. 청명한 가을 투명한 공기 사이로 비치는 타인을 돌아보라. 그리고 책 사이로 흐르는 활자를 음미하라. 그럴 때 자연이 당신에게 가을의 묘미를 선사할 것이다. 단풍이 물들 듯 삶의 의미도 고유의 색깔을 입고 물들어 갈 것이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夕死可矣)”라고 했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 사색과 깨달음의 날들이 있다면 혹독한 겨울이 와도 좋다. 피로사회 속에서 몰입에 지쳐 가을을 거치지 못한 영혼들에게는 혹독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글쓰기 및 편집 방법 2 file 다중이 2016.06.12 48891
351 에릭 호퍼라는 사람 로즈마리 2007.11.06 32540
350 심장에 남는 사람 로즈마리 2007.11.15 9713
349 애플사의 CEO Steve Jobs의 스탠포드 대학에서의 연설 로즈마리 2007.11.21 8379
348 췌장암교수의 마지막 강의 로즈마리 2007.11.22 8643
347 대중가요 하숙생 로즈마리 2007.12.13 8289
346 Fod God 로즈마리 2007.12.17 8164
345 거리에서 - 유익종 로즈마리 2008.01.27 8592
344 철학자들의 죽음 로즈마리 2008.02.07 12606
343 Gregorian 성가대가 부른 Beatles 히트곡들 이동진 2008.02.14 8789
342 트럼펫 연주 Mission 2008.02.14 8744
341 평양공연:New York Philharmonic Orchestra 로즈마리 2008.02.27 8716
340 천상병의 `귀천` (歸天) 로즈마리 2008.03.07 8312
339 헨델 G. F. Handel Sarabande 로즈마리 2008.03.07 20001
338 Ave Maria-Libera 로즈마리 2008.03.07 10642
337 Two Of Us - Joe Hisaishi - Eminence 로즈마리 2008.04.09 8430
336 대운하에 대한 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서-퍼옴 이동진 2008.04.17 7969
335 신은 악을 창조하지 않았다. 마리아 2008.04.22 8343
334 Chris Botti_A Thousand Kisses Deep 운영자 2008.05.05 8515
333 여름캠프 안내 워크숖 5월 17일, 토요일 마당 2008.05.08 10356
332 인터넷정치방송|인터넷 동영상 운영자 2008.06.02 8935
331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살떨림 이동진 2008.06.05 8107
330 안녕하세요~~ 이양혁 2008.06.08 8028
329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문안인사드립니다. 최의승 2008.06.13 8313
328 Mother Of Mine 나의 어머니 플로렌스 2008.07.23 8318
327 5천 4백만불의 바지 사나이 아프리카 2008.09.13 8426
326 CNN-메케인 vs. 오바마 첫번 대선 토론 운영자 2008.09.27 8250
325 자유게시판은 누구나 작성할 수 있습니다. 홍순창 2008.11.11 8275
324 Greetings WONKYONG CHO 2008.11.13 24304
323 홈페이지 새단장을 축하추카합니다 이동진 2008.11.15 8481
322 Re: Greetings Charley C Park 2008.11.16 2288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0 Next
/ 20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