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871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민주건달’님들, 살림살이 확 나아지셨습니까?”




유럽에 있는 동안 저는 조국통일 인사들을 적잖이 만났습니다. 이역만리에서 분단된 조국을 바라보면서 통일 염원을 갖는 것은 민족 구성원으로선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인사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조국 통일을 외치면서 몇 안 되는 사람들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이나, 물리적 탄압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인지 서로 경쟁하듯 과격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 등은 그들이 그들만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통일 건달’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습니다.

그들의 존재 때문은 아닙니다만, 언제부턴가 저에겐 못된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말’의 진정성을 엿보기 위해 ‘말’의 주인공에게 국록(나라에서 주는 녹봉)이나 권력의 자리를 안겨주는 상상을 해보는 것입니다. 제 외할아버님은 제가 소싯적에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를 때 야단치는 대신에 “사람은 노름을 해보면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라는 말씀을 남겨주셨는데, 저는 사람들이 살림살이가 확 달라질만한 국록이나 권력을 쥔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그들의 ‘말’의 진정성을 가늠해 보는 것입니다. 못된 버릇인 게 분명한데, 흥미로운 것은 그런 상상의 모습이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통일’이든, ‘민주’든, ‘좌파’든, ‘진보’든, ‘노동’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처지가 의식을 규정 한다’라는 명제를 적용해 보는 것이지요.

저의 곱지 못한 시선은 오늘 ‘민주건달’들이 득세한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면서 노무현 정권이나 열린우리당, 또는 참여정부의 ‘개혁’이란 게 <‘민주건달’들의 일자리 창출>의 의미로 남았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알량하나마 권력까지 덤으로 갖게 되었으니 ‘민주건달’로선 주체하기 어려울 지경일 수 있겠습니다. 닳고 달은 관료들에게 포섭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와 같았을 것입니다.

전제할 필요도 없는 말입니다만, 물론 반민주세력이 계속 득세한 것보단 수백 배 낫습니다. 역사 진보의 발자취로 보더라도 ‘민주건달’들도 한 자리 하는 과정을 거쳐야겠지요. 그런데 ‘친절한 금자씨’의 말을 빌려 “‘민주’나 잘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민주건달’들이 ‘좌파’까지 끌어안으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입니다. 반민주세력이 종종 그들을 ‘좌파’라고 몰아세우는데 ‘민주건달’들은 이를 은근히 즐기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건달’의 미덕으로 보더라도 온당치 않은 일입니다. ‘꿩 먹고 알 막고’도 유분수입니다.

과문의 탓인가요? 저는 ‘민주건달’에게서 노사관계에서 방향키를 반대로 바꾼 것에 대해 옹색하나마 그 이유를 들은 바가 거의 없습니다. 대미관계 또한 그 방향타를 반대 방향으로 틀었는데 궁색하나마 그 이유를 들은 바가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초심을 부정한 사람들이, 그래서 민중을 말했던 과거의 자신을 배반한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좌파’를 들먹이는 행위는, ‘왕의 남자’ 앞에게도, ‘중세의 부퐁’ 앞에게도, 왕후장상에게 예속되었던 예술인들 앞에게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래서는 과거에 반민주에 맞섰던 민주의 ‘아우라’까지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말을 빌려서 한마디 해봅니다.

“‘민주건달’님들, 살림살이 확 나아지셨습니까?”

http://wnetwork.hani.co.kr/hongsh/contents_view.html?log_no=2202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 드림
편집 : 한겨레 주주독자센터
?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글쓰기 및 편집 방법 2 file 다중이 2016.06.12 48840
201 Last Feast of The Crocodiles 플로렌스 2013.04.18 10726
200 아무도 찾지않는 이름모를 잡초야--오마이 뉴스 운영자 2003.05.10 10764
199 중세인가 포스트모던인가 -진중권   운영자 2003.03.02 10807
198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로즈마리 2007.10.30 10868
197 문성근 초청강연: 영화에서 정치까지 운영자 2003.04.15 10885
196 퀴즈 2 11 먼동 2012.01.30 10915
195 Cute 님 열린이민이야기 답변 감사합니다. 또있어요. 2 None 2010.06.14 10916
194 Schools at mercy of funding policy - Calgary Herald 운영자 2003.09.08 10958
193 여러분의 차의 타이어는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1 마틴 2010.04.05 11018
192 미 정부, `친미 언론인` 조직적 양성 운영자 2003.12.11 11053
191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갈란테 노래] 운영자 2003.07.17 11160
190 화염과 소화분말에 얼룩진 4.19 t-김정일 타도! 미 합중국 만세-오마이뉴스 운영자 2003.04.22 11197
189 Chester Lake 하이킹 공지 ElbowRiver 2010.10.10 11246
188 내 살다가 이런 눈은 처음이다` -포토 에세이 (오마이뉴스) 운영자 2004.01.22 11275
187 뮤지컬 감독 Coleen Park 2 ch 2010.10.01 11309
186 게시판을 본래대로... 1 교우 2010.04.29 11358
185 우리 그룹 구역 예배 일정과 관련하여 7 문준혁 2011.01.21 11426
184 "우주가 사라지다" 빌려 드립니다. 5 Jung 2010.10.22 11432
183 간송 전형필 플로렌스 2013.03.23 11455
182 동양인 서양인 관점의 차이 마틴 2010.05.13 11505
181 친일과 반공이 보수를 죽였다 - 한겨레 운영자 2003.02.21 11524
180 기적수업 한국 모임 홈페이지를 안내합니다. 1 구정희 2010.07.05 11528
179 이집트 콥트 교회인 Abu Serga 플로렌스 2012.11.02 11641
178 인터넷 떠도는 주민번호 -한겨레 운영자 2003.10.03 11664
177 Angel Voices I Have a Dream 플로렌스 2013.03.29 11696
176 아르바이트 하실분 김창수 2003.11.09 11698
175 학문의 즐거움-한겨레 유학생한마당 퍼온글 운영자 2003.04.23 11718
174 The Lord`s Prayer 운영자 2006.09.24 11794
173 ufo 관련사이트 소개 7 UFM 2010.12.24 11847
172 사막으로 되어 가는 스페인 1 ch 2010.11.27 118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0 Next
/ 20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