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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석학과 명저:
프리고진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국민일보 2000년 12월 12일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과연 자연은 정해진 법칙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자동기계 장치이고,그런 자연법칙을 알아낸 인간은 초자연적 존재일까? 그리고 역사를 지배하는 ‘시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열역학의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사상가이며 저술가인 일리야 프리고진이 ‘복잡계의 과학’으로 해결하려는 궁극적인 의문들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던 1917년 모스크바의 유복한 화공기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혁명의 소용돌이를 피하여 베를린으로 갔던 그의 가족은 나치의 핍박 때문에 다시 브뤼셀로 이주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피아노 연주자를 꿈꾸던 그는 철학,고고학,문학에 깊이 심취했었다.그러나 청소년기에 법률가가 될 생각으로 범죄심리학에 관한 책을 찾던 중에 우연히 읽게 된 뇌의 화학적 조성에 대한 글을 읽고 화학에 매력을 느껴 화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열역학을 전공하게 된 그는 ‘비평형 상태’와 ‘비가역 변화’에 관심을 가져 ‘비평형 열역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고,그 공로로 1977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에너지 보존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바탕으로 하는 열역학은 기본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평형 상태’를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그릇 속에서 일정한 온도로 유지되고 있는 물이 바로 그런 평형 상태에 해당한다. 주위의 온도가 낮아져서 얼음이 되면 또 다른 평형 상태에 이르게 된다. 평형에 있던 물이 얼어서 새로운 평형 상태의 얼음이 될 때의 에너지 변화를 분석하는 것이 바로 평형 열역학의 목적이다.

물을 얼렸다가 다시 가열해주면 처음과 똑같은 물이 된다. 그런 변화를 ‘가역 변화’라고 하는데,가역변화는 주위의 조건에 따라서 어느 방향으로나 일어날 수 있다. 물이 얼고,얼음이 녹는 것이 바로 그런 변화다.

그러나 물에 잉크를 떨어 뜨리면 잉크는 물 전체로 퍼져나가서 새로운 평형 상태에 이르게 된다.이 경우에는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잉크가 처음에 있던 곳으로 모여드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한쪽으로만 일어나는 변화를 ‘비가역 변화’라고 하고,이런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 바로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이다.

평형 열역학에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있음’에만 관심을 두고,잉크가 퍼져 나가고 있는 것과 같은 ‘됨’의 상태는 단순히 ‘일시적’인 것으로 여겨왔다. 있음의 상태는 안정성이 그 특징이고,그 변화의 방향과 결과는 뉴턴역학이나 양자론으로 확실하게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열역학적인 ‘있음’의 상태가 특별한 예외이고,오히려 비평형의 ‘됨’의 상태가 일반적임을 인식했다.그가 주창하는 ‘복잡계의 과학’은 바로 그런 비평형 상태에서 일어나는 ‘비가역적,비선형적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다. 복잡계는 설명에 필요한 변수가 많아서 복잡하다는 뜻이 아니라 평형에서 멀리 떨어져서 복잡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런 복잡계에서는 미시적인 요동(搖動)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평형에 가까운 경우와는 달리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요동이 증폭되기 때문에 불안정한 특성이 나타나게 된다.

프리고진은 물질과 에너지의 출입이 가능한 열린계가 평형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미시적 요동의 결과로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있는 주위에서 에너지를 흡수하여 엔트로피를 오히려 감소(무산,霧散)시키면서 거시적으로 안정한 새로운 구조가 출현할 수 있음을 밝혔다.그렇게 생성된 새로운 구조를 ‘무산구조’라고 하고,그런 구조가 자발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뜻에서 ‘자생적 조직화’라고도 한다.평형 열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생명 탄생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실마리가 되는 개념이다.

복잡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서는 ‘가지치기’와 같은 현상 때문에 비가역적인 것이 그 특징이다. 즉,복잡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어느 순간에 두 가지 이상의 경로를 따라 진행할 수 있으며,그런 변화가 거꾸로 진행되더라도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그리고 실제로 어떤 경로를 따라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는 ‘확률론적’으로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복잡계의 변화는 생물계의 ‘진화론’과 닮은 점이 많다.복잡계에 해당하는 자연을 결정론적 자연법칙이 적용되는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하더라도, 부분을 합한 전체에서는 확실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프리고진이 과학철학자 이사벨 스텐저스와 함께 저술한 ‘새로운 연합’은 지금까지 17개국어로 번역되어 생물학에서부터 문학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논쟁을 일으켜왔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비가역 변화를 연구한 프리고진이 ‘시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는 1996년에 발간한 ‘확실성의 종말’에서 시간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고,‘대폭발’도 그런 시간의 흐름에서 일어났던 하나의 사건이었다고 한다. 다만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는 경우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래서 지능이 발달한 동물도 나타나고,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하강할 수 있는 바다새도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의 사상은 인문학자들에게 극도의 거부감을 주던 데카르트적 세계관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극도의 비평형 상태에 있는 자연은 결정론적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장치가 아니라,인간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그 변화의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자연도 인간과 똑같은 존재라는 주장이고,자연을 ‘스스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는 동양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렇다고 프리고진이 주장이 기존의 평형 열역학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양자론이 그랬던 것처럼 프리고진의 새로운 이론도 평형 열역학에서는 무시했던 비평형 상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고,평형에 가까워지면 복잡계의 과학도 기존의 평형 열역학과 마찬가지로 안정성과 확실성을 되찾게 된다. /이덕환교수(서강대 화학과)

◆이덕환교수는
△서울대학교 화학과 졸업,동 대학원 졸업
△코넬대학교 이학박사
△프린스톤대학교 연구원 역임
△역서-‘확실성의 종말’(1997),‘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1996)

◆일리야 프리고진 연보
△1917년 모스크바(러시아) 출생
△1921년 리투아니아를 거쳐 베를린으로 이주
△1927년 나치박해를 피해 벨기에로 이주,정착
△1939년 브뤼셀자유대학교에서 화학 및 물리학 학사
△1941년 브뤼셀자유대학교에서 ‘비가역 현상에 관한 열역학적 구조’로 화학 박사
△1947∼87년 브뤼셀자유대학교 화학물리 교수
△1977년 노벨화학상 수상
△1987년∼현재 브뤼셀자유대학교 명예교수
△1959년∼현재 국제 물리 및 화학연구소 소장
△1967년∼현재 미국 텍사스대학교 물리 및 화학공학 교수,통계역학,열역학,복잡계 연구센터 소장
△1990년 일본 ‘떠오르는 태양’ 훈장

◆주요 저서
△1954년 ‘화학열역학’
△1954년 ‘비가역 과정의 열역학 입문’
△1962년 ‘비평형 통계역학’
△1971년 ‘구조,안정성,요동의 열역학 이론’
△1977년 ‘비평형계의 자기 조직화’
△1979년 ‘새로운 연합-과학의 변형’-한국어판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정음사(1988),고려원(1993))
△1980년 ‘있음에서 됨으로:자연과학에서의 시간과 복잡성’
△1988년 ‘시간의 탄생’
△1989년 ‘복잡성의 탐구’
△1992년 ‘시간과 영원 사이’
△1993년 ‘시간의 패러독스’ ‘카오스의 법칙’
△1996년 ‘확실성의 종말’





이 글은 교육용으로 사용해도 좋으나 출처를 반드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http://chemistry.sogang.ac.kr/~duckhwan/essay/essay-prigogin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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