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41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정년퇴임하는 김경재 한신대 교수

“기독교 더 겸손했으면 좋겠다”
김경재(65) 한신대 교수는 7일 서울 수유리 북한산 기슭에 있는 한신대학원에서 해석학과 종교신학을 종강했다. 1959년엔 논밭 사이로 계곡을 따라 온 이 캠퍼스에 발을 들여 놓은 지 46년, 교직에 몸담은 지 35년이 훌쩍 지났다. 그는 이 캠퍼스에서 장공 김재준과 문익환, 안병무 등 신학계의 거목들과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며 살아왔다.

후학들이 그의 부재를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은 그가 5년 전 한신대 총장 추대 움직임을 거부한 채 한신대 신학대학원의 기숙사 사감(생활관장)으로 교직 생활을 마감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갈수록 돈과 교단 권력을 장악한 목사의 눈치를 보며 소신이 잦아드는 신학계에서 그는 “내몰테면 내몰아라”며 소신 발언을 할 수 있었던 드문 신학자였기 때문이었다.

서구 선교역사 답습하는
한국교회 모습 안타까워

퇴임후 계획요?
목회현장서…봉사…
할 일 많지요

그는 기독교장로회(기장)와 한신대 설립을 주도하고 박정희의 삼선개헌을 반대하는 범국민투쟁위원회위원장을 맡았다가 캐나다로 망명했던 김재준을 스승삼아 그의 사상을 계승했고, 함석헌의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으로 참석하면서 그의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이런 맥을 이어 크리스천아카데미 원장 등으로서 기독교와 다른 종교간의 대화를 줄기차게 시도해온 그는 ‘배타성’과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슬로건으로 성장을 지향하는 보수 목회자들에겐 ‘눈엣 가시 같은 존재’였다.

“다른 종교를 깊이 알고 이해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잃는 것이 아니지요. 오히려 이를 통해 서로 더욱 풍요로워지고, 깊어지고, 성숙되는 것이지요.”

그는 “불교와 유교 등 동양의 종교에 비해서 이 땅에서 훨씬 젊은 기독교가 더 겸손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리고 “먼 미래에 동아시아 문명에 촉매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동양문화를 깊이 이해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차원을 보는 사고의 유연성이 그런 비전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전체 과정을 보지 못한 채 자신이 피해당한 것에만 집착해 끝내 북한과는 대화도 해선 안 된다는 시대착오적인 반공주의도 이런 유연성을 잃어버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 기독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꿰뚫고 있다. 그가 가장 가슴 아프게 여기는 것은 부익부빈익빈의 현실을 아파하고 빈자를 보듬어야할 교회가 자본주의적 성장과 경쟁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세계 각국의 토착적인 문화와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군대를 앞세운 채 선교사를 파견한 서구 선교역사를 답습해 십자군식의 선교에만 매달리는 현실이다.

그는 “이런 얘기를 교회의 누구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신학자에겐 신학적 진실을 말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아프게 고백했다.

그의 퇴임을 안타까워하는 채수일 한신대 신학대학원장 등 후배들이 그의 진솔한 삶이 닮긴 글들을 모아 <아레오바고 법정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삼인 펴냄)를 냈다. 아레오바고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1㎞떨어진 낮은 언덕이다. 바울은 이곳에서 ‘하나님은 건물에 있거나 저 높은 하늘 보좌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계시다’는 것을 역설했다. 이런 바울의 메시지야말로 현재 한국 교회에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런 생소한 제목을 붙였다. 그의 정년 퇴임 및 출판기념회가 10일 오후 3시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린다.

그는 퇴임 뒤 계획을 묻자 이론을 뛰어넘어 인도나 북한 등에서 고통 받는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에 뛰어들고 싶기도 하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주장한 것을 목회 현장에서 실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우리의 심성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김교신, 유영모, 김재준, 함석헌, 문익환 등을 재조명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캠퍼스를 떠나지만 그는 여전한 청년의 마음이다. 후학들은 그의 퇴임을 우려하지만 그의 퇴임이 오히려 새로운 출발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려는 것일까. 인터뷰 내내 까치들의 흥겨운 지저귐이 계속됐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20/2005/06/009100020200506081832038.html
?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최근 수정일
275 WCC, `폭력 감시 집중 대상`으로 미국 지목 운영자 2003.09.07 6021 2003.09.07
274 히틀러 총애 여감독 리펜슈탈 101세로 사망 운영자 2003.09.09 6400 2003.09.09
273 `이단시비` 박옥수 목사 성경세미나 - 캐나다 한국일보 운영자 2003.09.11 6738 2003.09.11
272 `검은 불자` 늘어난다 - 캐나다 한국일보 운영자 2003.09.11 6380 2003.09.11
271 동성결혼 반대 `도시속의 예수` - 캐나다 한국일보 운영자 2003.09.11 6036 2003.09.11
270 김홍도 목사 구명에 토론토 일부 목사들 참여- 토론토 인터넷 신문 운영자 2003.09.11 7142 2003.09.11
269 김홍도, 그는 누구인가? 운영자 2003.09.11 7113 2003.09.11
268 ‘이단’ 생산의 뿌리 추적 운영자 2003.09.17 7673 2003.09.17
267 Same-sex challenge defeated 137-132 -Calgary Herald 운영자 2003.09.17 9041 2003.09.17
266 이슬람,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 오마이뉴스 운영자 2003.09.24 6515 2003.09.24
265 신학·문학·영화로 버무린 어둠의 세계 - 오마이뉴스 운영자 2003.10.17 5730 2003.10.17
264 영생교관련기사 운영자 2003.10.21 6193 2003.10.21
263 불교학 연구를 위한 언어적 지침. 정진형 2003.10.21 6187 2003.10.21
262 지정의(知情意)는 어디서 유래한 말인가요? 1 정진형 2003.10.21 8604 2021.04.05
261 한국불교는 선불교인가? 정진형 2003.10.22 5333 2003.10.22
260 [‘교회 性차별’이대론 안된다-上] ‘여성은 남성 보조자’ 역할 구조화 운영자 2003.12.09 7399 2003.12.09
259 개신교 성차별 곪아터졌다 운영자 2003.12.09 5287 2003.12.09
258 기저귀 차고는 목사 못된다` 운영자 2003.11.18 7228 2003.11.18
257 `해원진혼굿` 에서 만난 일본 위안부 혼령들 운영자 2003.11.30 5235 2003.11.30
256 스리랑카의 불교 법난사 운영자 2003.12.23 5392 2003.12.23
255 로마황제의 계보 운영자 2003.12.23 8541 2003.12.23
254 콘스탄티노플 지도 운영자 2004.01.06 8809 2004.01.06
253 한국에서 인사드립니다. 안드레 2004.01.18 5034 2004.01.18
252 Bishop Spong Q&A on the Devil in the curriculum 운영자 2004.01.21 7033 2004.01.21
251 퇴색하지 않는 아름다움, 늦봄 문익환 -오마이뉴스 운영자 2004.02.04 4613 2004.02.04
250 the Archbishops of Canterbury have been gay 운영자 2004.02.09 5240 2004.02.09
249 [ 고대 언어 아직도 살아있어 ] 운영자 2004.03.16 37511 2004.03.16
248 “인간이 초월적 존재 창조” 경건한 무신론자 포이어바흐 운영자 2004.03.22 6122 2004.03.22
247 수구 기독교인들: `친미·반북`이 곧 하나님의 뜻 운영자 2004.04.15 4226 2004.04.15
246 비오신부의 기도문 이동진 2004.04.22 4784 2004.04.2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