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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신, 스피노자적 재발견


신은 모든실존과 표현의 관계

유한양태인 인간은 선택 직면

조화와 자유의 극대화 길 시사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질 들뢰즈 지음·권순모 이진경 옮김

인간사랑 펴냄·2만5000원

 

가타리와 혼성되기 이전의 들뢰즈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1960년대에 이루어진 그의 철학사 연구들은 너무
차분하고 치밀해서 금욕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는 흄,
니체, 칸트, 베르그송, 스피노자 등 많은 철학자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지만, 연구태도만은 철저히 ‘스피노자적’이었다.
‘식칼 테러’에 찢긴 외투를 걸어 놓고 “조심하라”는
말을 되뇌면서,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냉정하게 문제를
파고들었던 스피노자의 금욕주의―그 폭풍을 불러오는
고요한 말들의 거처!

들뢰즈는 고요하면서 또한 떠들썩했던 그 자신의 작업을
철학자들의 ‘사생아 만들기’라고 불렀다. 당사자조차
당황해서 자기 자식임을 부정하게 만드는 그런 사생아
만들기. 하지만 그 분야라면 스피노자야말로 대가였다. 그는
신의 말씀을 연구함으로써 신의 사생아를 만들지 않았던가.
때문에 독실한 기독교 청년은 신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스피노자에게서 악마의 얼굴을 보았고, 이성의 철학자들은
그의 날카로운 이성 때문에 이성의 시대가 위험에 처했음을
직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를 들뢰즈가
낳은 사생아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이유는
알튀세의 표현처럼, “이단적 스피노자주의야말로 정통
스피노자주의”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스피노자 자신이
이미 별종이고 괴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생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에는 분명 스피노자도 놀랄 만한 독특한
표정이 있다. 과연 그 표정을 만들어낸 것은 무엇인가. “철학의
힘은 그것이 창조하거나 의미를 갱신하는 개념으로
측정된다.” 스피노자 철학의 힘. 들뢰즈는 그것이 ‘표현’이라는
개념을 통해 드러난다고 말한다. 스피노자가 발견하고
재창조했다는 개념. 그러나 우리는 ‘표현’이라는 개념을
스피노자에게서 발견하고 재창조한 것이 들뢰즈 자신임을
안다.

들뢰즈에 따르면 스피노자의 신은 실존하는 모든 것들과
표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만물은 신의 표현이며, 신은
만물을 통해 구성된다. 표현된 것은 신의 능력이며,
표현되지 않은 것, 즉 신의 무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은 세계, 표현되지 않는 관념을 추방하는 것.
모든 초월성을 거부하고, 내재성을 ‘이 세계’의 원리로
받아들이며, ‘이 세계’의 모든 생성을 축복하는 것.
그것이 스피노자의 철학이다.

그러나 스피노자의 말은 신에 대한 찬송가로 준비된 게
아니다. 그의 철학은 신의 위치가 아니라 유한 양태들, 바로
우리들의 위치에서 구체적 의의를 획득한다. 세상 모든 일을
긍정하는 신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다른 양태와의
돌발적인 마주침을 피할 수 없는 나, 숱한 생성의 과정에서
자신을 지키고 능력을 확장해야 하는 유한 양태로서의 나.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그런 나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물의
리듬을 타느냐 못 타느냐가 수영선수와 익사자를 가르듯,
내가 다른 사람이나 사물과 관계하는 양상은 내 능력의
극대화로도, 해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와
관계하는 무수히 많은 것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동시에
어떻게 우리의 자유를 극대화하고 우리 자신의 특이성을
만개하게 할 것인가. 들뢰즈의 스피노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매혹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고병권/수유연구실+연구공간‘너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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