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345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창현이 엄마.JPG

 

세월호 희생자 창현이 어머니의 기도문

 

창조주이시며 전능자라고 불리우는 당신께기도드리는 거 쉽지 않습니다. 3년 전 우리 아이들의 살려달라는 마지막 기도를 외면했었으니까요. 당신께 등 돌리고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디를 가든 당신이 계시더군요.

더 이상 울 힘 조차 없어 그저 멍하니 앉아 바다만 바라보던 팽목항에도, 차가운 시멘트바닦에서 하늘을 보며 잠을 청해야 했던 국회에도, 내리 쬐는 땡볕을 피할 그늘 하나 찾기 어려웠던 광화문에도, 하수구냄새에 시달려야 했던 청운동시무소에도, 침몰지점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동거차도에도, 그리고 병든 몸을 이끌고 세월호가 누워 있는 목포신항에도, 당신은 계셨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몰랐던 분들이 눈물가득 고인 눈으로 다가와서 안아주시며 같이 울어주시는 따뜻함에서 당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우리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당신께 기도할 때 그 기도 좀 들어주시지, 왜 우리 아이들이 없어진 지금 모르는 사람들을 통해 당신을 드러내시나요?

 

고난주간이면 우리 죄를 대신해서 당신의 아들을 내어 주신 그 사랑에 감격하기 위해 십자가의 고난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묵상하고 죄 짖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그 고통에 가서 닿으려고 노력했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없어진 이후엔 그런 노력 . .하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이 고난주간이고 십자가와 세월호는 동일시 되고 있으니까요. 당신의 아들이신 예수님이 인류의 죄를 대신해서 짊어지신 십지가와 수학여행가던 단원고 아이들을 태우고 가다가 침몰당한 세월호를 동일하게 여기는 것이 불경스러우신가요?

 

2천년전 오늘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세시간 동안 어둠이 덮치고, 성소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찢어지고, 땅이 진동하고, 바위가 터졌다는 기록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을 느끼게 해줍니다. 같은 아품을 나눌 수 있는 분이 하나님 당신이셔서... 다시 당신께로 향합니다. 십자가에 달리셨으면서도 자신을 못 박은 사람들이 몰라서 저지른 일이라며 저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시는 예수님 모습을 닮기란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렇게 기도하신 예수님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가장 잘 섬긴다는 큰 교회들은 자식을 읽고 울부짖는 세월호유가족들을 위로하기보다는 애써 외면하거나 오히려 비난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처럼 모르고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자신들을 위해 쌓아 올린 바벨탑이 너무 높고 견고해서,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저들을 어찌해야 할까요? 저들을 불쌍히 여기실 분은 하나님 당신 밖에 없습니다. 저들을 불쌍히 여겨주세요.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예수님이 짊어지셔야 했던 십자가의 고난이, 십자가의 용서가 저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세요.

 

낮은 곳으로,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당신의 임재와 사랑을 기다립니다. 팽목항에서,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청운동사무소에서, 동거차도에서, 목포신항에서 만났던 당신을 닮은 사람들이 오늘 이 곳에 가득합니다. 부디 이들에게 청결한 마음을 주셔서 당신을 보게하시고 세미한 당신의 음성이 들려지게 하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2017년 4월 11일 삼일교회에서의 기도

단원고 2-5 이창현엄마 최순화

?
  • ?
    다중이 2017.05.07 17:02
    하나님의 뜻은 저희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이 깊고 넓어서 어찌 판단하기가 정말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가운데서도 공의와 정의 그리고 낮은자들의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글쓰기 및 편집 방법 2 file 다중이 2016.06.12 48723
561 아스피린을 정기 복용하면 암발생을 줄인다. National Post 운영자 2003.03.08 26764
560 님은 먼곳에 7 플로렌스 2011.07.12 25313
559 Political compass (나는 우파, 좌파?) 2 SOON 2010.01.23 25270
558 Re: Ratatouille Charley C. Park 2009.02.12 25115
557 Ratatouille 곽계훈 2009.02.08 24977
556 Re: 유 튜브에 나온 것 마틴 2009.02.09 24564
555 BEANS 2 file 먼동 2012.01.18 24317
554 Greetings WONKYONG CHO 2008.11.13 24304
553 bersifat oaluyeifle 2010.01.28 24302
552 언니, 나 유방암이래요...& 운영자 2003.07.15 24073
551 UFO 존재-무지에 의한 논증 1 ch 2010.12.29 23936
550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해는 돋고 지네/의 노래 3 플로렌스 2012.02.23 23889
549 엄청난 양의 중고 책 (Used Books) 세일 운영자 2003.06.20 23702
548 바빌론의 강가에서 1 플로렌스 2011.12.12 23668
547 회의주의 사전 - 펌 운영자 2003.07.29 23640
546 시대 정신 Zeitgeist 2 플로렌스 2011.10.08 23469
545 새끼 코끼리 구출작전 1 플로렌스 2011.06.29 23461
544 Re: Greetings Charley C Park 2008.11.16 22882
543 혹시 "The cove" 라는 영화 가지고 계신분계신가요?......찾았습니다.^^ 3 향기 2011.05.12 22516
542 Inherit the Wind-원숭이 재판 영화 1 플로렌스 2011.03.01 22128
541 BBC-The Root of All Evil. 7 뚜버기 2011.03.28 21765
540 반지의 제왕 별전? Born of Hope - Full Movie 3 ch 2011.01.03 21762
539 고속도로에서 부상당한 개를 구한 동료 개 2 플로렌스 2011.05.16 21360
538 한시도 눈을 뗄수가 없었던 한민족과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 3 뚜버기 2011.09.20 21271
537 엄청난 여행-The Himalaya • Pakistan - India - Tibet - Nepal - China - Bhutan 2 플로렌스 2011.08.02 20895
536 불편한 진실 6 플로렌스 2011.06.09 20314
535 진정한 주님의 제자는 이런모습이 아닐까요? - 고 이태석 신부편 2 뚜버기 2011.03.04 20172
534 헨델 G. F. Handel Sarabande 로즈마리 2008.03.07 20001
533 캐나다 연합교회 총회장의 사순절 (Lent) 메시지 관리자 2011.03.08 19943
532 재일 한국인들의 일본 귀화 2 플로렌스 2011.08.11 1978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0 Next
/ 20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