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669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르완다, 식민분리주의의 악몽

기사섹션 : 특별기고 등록 2004.04.15(목) 20:40

중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1994년 4월부터 불과 100일 동안 르완다 민중 100만명이 죽임으로 몰린 대학살 사건 10주년이 되었다. 당시 죽은 100만명 중에서 30만의 어린이 희생과 10만의 고아가 발생한 인류 최대의 재앙이며 상상을 초월한 죽음의 폭거였다. 10년이라는 짧은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대중매체들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아마도 못살고 무지한 사람들이 아프리카 어느 구석에서 그들끼리 치고 박은 그들만의 종족투쟁쯤으로 아는 것 같다. 아니다. 100만명의 죽음은 서방 제국주의의 오래된 분리주의 식민정책의 결과임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벨기에는 1916년부터 1962년까지 40년 가까이 르완다를 지배하면서 철저히 종족 분리정책을 했다. 소수인 투치족에게 종족적 우월성을 부여하고, 종족의 실체를 엄격히 분리하는 신분증을 발급했다. 그들에게 더 나은 정치, 경제, 교육의 특혜를 베풀고 그 대신 후투족에 대한 통제권을 대신 행사하도록 했다. 벨기에는 한쪽에만 특혜를 베풀면서, 투치족과 후투족의 반목을 키워갔다. 이러한 지배방식은 이미 영국에 의해 정착된 다단계 식민지배 정책으로부터 배운 것이었다. 종족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다수 후투족의 반발과 분노가 커가는 것은 너무 당연했지만 서방 제국은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었다. 르완다 종족 간 내부 반목을 확대 조명함으로써 식민 지배의 합리화 명분을 국제사회에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투족의 사회적 분노는 투치족 2만명이 살해된 1959년 대규모 항쟁 이후 끊임없는 내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1994년 4월 하바리마나 대통령 암살 사건 직후 순식간에 르완다 전국은 죽음의 불구덩이에 빠졌다.

이후 프랑스는 과거사를 묻지 않은 채 당시 암살사건 책임을 현 대통령에 전가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벨기에는 그들의 군인 8명이 죽자 일체의 간섭을 회피했으며, 당시 유엔 안보리는 100만명이 죽어가는 현장을 옆에 두고서도 눈과 귀를 막고 있었다. 대학살 사태의 이면에는 서방의 분리주의 식민정책이 역사적 원인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 역사적 피폐는 르완다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친미국가였던 라이베리아 역시 찰스 테일러 대통령이 1989년 집권한 뒤 지금까지 50만명이 죽었다. 미국은 아프리카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대신에 그들의 독재정권을 눈감아 주었다. 서방세계는 라이베리아 내전을 그들만의 종교전쟁이라며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만, 그들의 필요성이 있는 이라크에서는 엄청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미국의 양면성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라이베리아 내전은 이미 시에라리온, 기니, 코트디부아르에 영향을 주어 그곳에서도 지금 무고한 민중들이 죽어가고 있다. 평화로웠던 콩고민주공화국도 역시 내전에 돌입했다. 소말리아 이후 중서부 아프리카에서만 지금껏 내전으로 400만여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그들은 전쟁만이 아닌 기아와 에이즈에 방치된 채 끝없는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강대국들의 자기중심적 오만과 분리주의 식민정책의 결과가 오늘의 중동지역 및 아프리카의 불행을 낳은 것임을 처절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 한국인의 처지에서 볼 때 르완다 대학살 10주기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29주기를 맞은 인혁당 사건 등과 같은 수많은 용공조작 사건에서부터 광주항쟁과 4·3사건 안에는 무시무시한 분리주의의 유령이 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분리주의의 위탁자들은 오늘도 역시 색깔의 분리, 지역의 분리를 조장하고 있다. 어렵사리 이끌어낸 민주화의 어린 싹이 지금 그 분리주의의 악몽에서 발버둥대고 있다. 우리는 권력 속에 숨겨진 분리주의의 썩은 뿌리부터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선거가 끝났지만 그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종덕 상지대 교수·철학

http://www.hani.co.kr/section-001005000/2004/04/001005000200404152040712.html
?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글쓰기 및 편집 방법 2 file 다중이 2016.06.12 48541
381 내 살다가 이런 눈은 처음이다` -포토 에세이 (오마이뉴스) 운영자 2004.01.22 11275
380 내 억울함 교육부·교육청도 외면- 오마이뉴스 운영자 2003.04.16 8758
379 내가 거듭나고 보니 김기태님글 2006.08.09 8942
378 내년에는 이 정도는 올라야 할 텐데 플로렌스 2012.10.27 8962
377 너 자신을 알라 기적수업 2006.03.29 9694
376 너는 생각에 대해 책임이 있다 기적수업 2006.10.13 8259
375 너무나 오랜만입니다. 홍미숙 2009.01.30 8163
374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군단 토론 후일담 운영자 2003.03.09 8892
373 노무현과 완전한 나라 -한겨레 운영자 2003.04.05 9038
372 노무현의 변신은 과연 무죄인가? 운영자 2003.05.17 8051
371 노엄 촘스키 `미국은 세계를 무력으로 지배할 것` -프레시안 운영자 2003.04.15 8813
370 노엄 촘스키 `제국과의 대결` 강연 링크 [필독) 운영자 2003.03.13 9588
369 님은 먼곳에 7 플로렌스 2011.07.12 25312
368 다문화로 가는 데 멀고 먼 한국 3 ch 2011.01.11 18132
367 다시 일터로 돌아와서 2 문준혁 2010.05.03 10069
366 다하지 못한 논의 1 SOON 2010.01.23 7931
365 단 한가지의 목적 기적수업 2006.04.06 8683
364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1 마틴 2009.10.13 10574
363 대운하에 대한 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서-퍼옴 이동진 2008.04.17 7969
362 대중가요 하숙생 로즈마리 2007.12.13 8287
361 대통령 선거 논쟁에서 주목해야 할 것 플로렌스 2012.10.06 9030
360 데미안과 함께 떠나는 카발라 여행 구정희 2006.05.08 8549
359 동물의 세계_The Bear 3 프로방스 2012.02.22 10294
358 동양인 서양인 관점의 차이 마틴 2010.05.13 11503
357 동영상_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1 마틴 2009.05.25 8406
356 또 하나의 각도 페다고지 2003.04.18 9165
355 또다른 미국과 기독교인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Jesus Camp) 2 뚜버기 2011.02.06 16918
354 룡천역 일대 불바다..곳곳서 울부짖음 운영자 2004.04.24 15778
» 르완다, 식민분리주의의 악몽-한겨레 운영자 2004.04.15 66904
352 리빙 스피릿 교회를 다니며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Jane Lee 2004.01.02 105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0 Next
/ 20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