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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예고편 <매트릭스2 리로디드>











김용운 기자
 





















영화 포스터
ⓒ2003 워너브러더스

영화의 상영시간은 2시간 18분. 난생 처음 보는
영상기법들은 한 순간이라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경험하지 못했던 시각 정보들은 종내 버거울
정도였다. 영화가 끝나고 10여 분에 걸친 종영 자막이
올라갔다. 결국 그 끝에 나온다는 3편의 예고편까지
보고야 극장을 빠져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트릭스 2 리로디드>는 3편의
거대한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나의 완결성을
지녔던 1편과는 달리 리로디드는 3편 <매트릭스
레볼루션스>을 위한 일종의 서막의 성격이 짙었다.



그만큼 영화는 말하는 바에 있어 중심을 잡고
기승전결로 스토리를 이어나가기보다 3편의 완성을
위해 각종 복선을 깔아 놓는 선에 그치고 만다.



매트릭스1편은 분명 충격적인 영화였다. 촬영기법의
참신함과 스토리의 심오함은 SF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영화팬들은 이에 열광했고 이 성공을 바탕으로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는 결국 자신들이 원했던 매트릭스 3부작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최소한 매트릭스 2편은
성서적인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영화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물론 모피어스가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내가 한바탕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되뇌어보지만 그것이 매트릭스의 주된 세계관은
아니었다고 보았다. 기자의 눈에는 기독교 문명 특히
성서의 줄거리에 더 무게를 둔 것 같았다. 물론 이러한
시선에 논란이 있음을 인정한다.



성서를 읽다보면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야훼를 만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두려워하지 말라"이다.
이것은 신약성서에서도 이어진다. 예컨대 예수의
아버지 요셉이나 어머니 마리아에게 천사가 나타나
처음 한 말은"두려워하지 말라"였다.



인간이 전지전능한 창조주를 받아들일 때 가장 먼저
두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자신의 인식체계로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믿어야
한다는 것. 분명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그
믿음의 영역에 자신을 의탁하면 합리적 이성의
중요성은 전처럼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영화에서도 가장 자주 반복되는 말이"두려워하지
말라"이다. 주로 모피어스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은
성서 속에서 보이는 신과 인간의 만남 혹은 천사와
인간의 만남에서 가장 많이 연출되는 말이다.



믿음과 신앙은 합리와 이성의 영역을 초월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으로 인해 자신의 행동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 두려운 것이다. 기존의 자신과
결별해야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네오와 트리니티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살린다.
ⓒ2003 워너브러더스

네오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 그는 자신이 낯설고 그
주변사람들도 그가 낯설다. 그가 풍문으로 떠도는
예언의 그 메시아라는 증거는 시온의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것은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만의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네오도 자신이 예언의 그 메시아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가 트리니티를 사랑한다는 것만이 확실할
뿐이다.



성서와 다른 것이 있다면 모피어스는 신이 보낸 천사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는 시온의 군중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외친다.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 기계들이 자신들을 몰살시키려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메시아인 네오가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승리할 것이라고 공언한다.



그런 면에서 모피어스는 예수가 오기 전 이스라엘
민족에게 메시아의 탄생을 예언하며 물로 세례를
베풀었던 세례자 요한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따라서
3편에서는 모피어스가 죽지 않을까 개인적인 예상을
해보았다)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한 것은 세례자 요한이
처음이었다. 영화에서도 네오를 메시아인 '그'로
받아들인 것은 모피어스가 처음이었다.

























네오가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는 것이 2편의 특징
ⓒ2003 워너브러더스

네오가 기계에게 억압받는 인간들을 해방시킬
구세주라는 결정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들은 없다.
모피어스 역시 말뿐인 예언을 믿고, 네오를 믿고 그를
구세주로 영접(?)한 것.



결국 네오는 그들의 믿음대로 치유의 기적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하고 시온 사람들의 메시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한다.(네오는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
예수가 그러했듯이)



과학기술의 극단인 미래에도 결국 전자신호로 계량화
할 수 없는 믿음을 통해 기적적으로 인간의 운명이
바뀌는 것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리로디드는 1편보다
성서의 스토리와 한층 가깝게 다가갔다고 본다. 게다가
성서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부활의 메시지는 2편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반복된다.



그리고 미래의 시간은 결국 인간의 선택에 의하여
결과가 바뀌는 것인지. 혹은 이미 예정된 것에 의하여
진행하는 것인지. 이러한 미래에 대한 상이한 태도 역시
리로디드에서 중요한 질문이다. 즉 자유의지에 따른
인간의 운명과 인과응보에 따른 인간의 운명. 어느 이
맞는 것인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시간 자신은 살아있다는
것. 모피어스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느브갓넷살이라던가 트리니티, 시온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성서에서 연유된 이름들. 물론 페르세포네와
니오베 같이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인물도 있지만 2편의
정서는 기독교의 성서 세계관이 주류정서였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3편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세계관이 더욱
두드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의 여전사
같은 인물도 등장할 것 같았다.























네오는 자신 이전에도 그 위치에 선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다.
ⓒ2003 워너브러더스

매트릭스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공간이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모두 프로그램 된 것이고 우리는 그 프로그램의
실행결과 들이라고 주장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었던 매트릭스의 문제제기는
분명 현대철학의 중요한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삶에 대한 다른 시선을 요구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 모든 철학적 혹은 사상적
함의들이 결국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귀결된다고 여겨졌다. 그것은 매트릭스 1편에서
중요한 화두였고 2편에서는 그 화두에 대한 묵언정진의
수행보다는 메시아에 대한 믿음에 더욱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1편과 달리 2편에서 제기된 문제 중에 하나는 기계와
인간의 공존이다. 인간이 기계를 피해 만든 시온 역시
기계의 힘이 없으면 붕괴되는 도시이다. 이것은 SF계열의
수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이다.



로봇이나 컴퓨터 없이 인간의 힘으로만 미래가 구성될
수 있느냐 없느냐 혹은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느냐
마느냐



하지만 그런 문제제기들이 지금 우리 현실에서는 다소
동떨어진 것으로 느껴졌다. 인간은 기계의 노예 이전에
자신의 노예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매트릭스는 논쟁의 요소가 무척 많은 영화이다. 기자의
짧은 지식은 분명 많은 부분 곡해의 소지가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다만 리로디드에 대하여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1편보다
극적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과 볼거리는 확실히
늘었지만 1편처럼 묵직한 충격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3편 레볼루션과 함께 보아야 리로디드의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온에서 연설하는 모피어스. 연설이 끝난 후
관능의 춤판이 벌어진다.
ⓒ2003 워너브러더스

몇 가지 사소한 것을 지적하자면 모피어스의 시온 연설
장면은 꼭 십계의 모세 연설을 떠올리게 하였고 그 후
벌어진 춤판은 영화에 있어 그다지 중요한 장면이라고
보이지 않았다. 무슨 브라질 삼바축제를 연상시켰다.



영화 밖에서 선전하던 우리나라 대기업의 PPL 휴대폰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계속 눈여겨보았으나 끝내 그
로고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영화들의 액션신들을 볼 때보다
매트릭스의 액션신을 보면 그 자체의 폭력성에 대하여
무척 관대해진다. 물리적 폭력의 대상들이 실제의
인간들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자체가 종종 섬뜩했다.



3편의 예고편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네오와
스미스와의 결투 장면이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길
양편에 복제된 스미스가 사열해있고 네오와 스미스는
서로 주먹을 겨누며 상대방에게 달려간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 그 장면을 보았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박중훈과 안성기가
서로에게 달려가 주먹질을 하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바로 그 장면 아니었던가?






















3편의 예고편에서
ⓒ2003 워너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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