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870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스피노자의 신, 스피노자적 재발견


신은 모든실존과 표현의 관계

유한양태인 인간은 선택 직면

조화와 자유의 극대화 길 시사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질 들뢰즈 지음·권순모 이진경 옮김

인간사랑 펴냄·2만5000원

 

가타리와 혼성되기 이전의 들뢰즈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1960년대에 이루어진 그의 철학사 연구들은 너무
차분하고 치밀해서 금욕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는 흄,
니체, 칸트, 베르그송, 스피노자 등 많은 철학자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지만, 연구태도만은 철저히 ‘스피노자적’이었다.
‘식칼 테러’에 찢긴 외투를 걸어 놓고 “조심하라”는
말을 되뇌면서,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냉정하게 문제를
파고들었던 스피노자의 금욕주의―그 폭풍을 불러오는
고요한 말들의 거처!

들뢰즈는 고요하면서 또한 떠들썩했던 그 자신의 작업을
철학자들의 ‘사생아 만들기’라고 불렀다. 당사자조차
당황해서 자기 자식임을 부정하게 만드는 그런 사생아
만들기. 하지만 그 분야라면 스피노자야말로 대가였다. 그는
신의 말씀을 연구함으로써 신의 사생아를 만들지 않았던가.
때문에 독실한 기독교 청년은 신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스피노자에게서 악마의 얼굴을 보았고, 이성의 철학자들은
그의 날카로운 이성 때문에 이성의 시대가 위험에 처했음을
직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를 들뢰즈가
낳은 사생아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이유는
알튀세의 표현처럼, “이단적 스피노자주의야말로 정통
스피노자주의”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스피노자 자신이
이미 별종이고 괴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생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에는 분명 스피노자도 놀랄 만한 독특한
표정이 있다. 과연 그 표정을 만들어낸 것은 무엇인가. “철학의
힘은 그것이 창조하거나 의미를 갱신하는 개념으로
측정된다.” 스피노자 철학의 힘. 들뢰즈는 그것이 ‘표현’이라는
개념을 통해 드러난다고 말한다. 스피노자가 발견하고
재창조했다는 개념. 그러나 우리는 ‘표현’이라는 개념을
스피노자에게서 발견하고 재창조한 것이 들뢰즈 자신임을
안다.

들뢰즈에 따르면 스피노자의 신은 실존하는 모든 것들과
표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만물은 신의 표현이며, 신은
만물을 통해 구성된다. 표현된 것은 신의 능력이며,
표현되지 않은 것, 즉 신의 무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은 세계, 표현되지 않는 관념을 추방하는 것.
모든 초월성을 거부하고, 내재성을 ‘이 세계’의 원리로
받아들이며, ‘이 세계’의 모든 생성을 축복하는 것.
그것이 스피노자의 철학이다.

그러나 스피노자의 말은 신에 대한 찬송가로 준비된 게
아니다. 그의 철학은 신의 위치가 아니라 유한 양태들, 바로
우리들의 위치에서 구체적 의의를 획득한다. 세상 모든 일을
긍정하는 신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다른 양태와의
돌발적인 마주침을 피할 수 없는 나, 숱한 생성의 과정에서
자신을 지키고 능력을 확장해야 하는 유한 양태로서의 나.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그런 나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물의
리듬을 타느냐 못 타느냐가 수영선수와 익사자를 가르듯,
내가 다른 사람이나 사물과 관계하는 양상은 내 능력의
극대화로도, 해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와
관계하는 무수히 많은 것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동시에
어떻게 우리의 자유를 극대화하고 우리 자신의 특이성을
만개하게 할 것인가. 들뢰즈의 스피노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매혹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고병권/수유연구실+연구공간‘너머’ 연구원




?

Title
  1. 12
    Jun 2016
    20:59

    글쓰기 및 편집 방법

    By다중이 Reply2 Views48727 file
    read more
  2. 17
    Jul 2003
    04:38

    유키 구라모토 -- 세느강의 정경 [음악]

    By운영자 Reply0 Views8617
    Read More
  3. 18
    Sep 2003
    16:15

    Earth from Above (공중에서 본 지구)

    By운영자 Reply0 Views8623
    Read More
  4. 26
    Oct 2003
    16:12

    Worship Korea 2001 [동영상]

    By운영자 Reply0 Views8625
    Read More
  5. 26
    Feb 2010
    08:18

    김연아 경기모습 다시보기

    Bykorea Reply0 Views8626
    Read More
  6. 27
    Nov 2004
    02:08

    [우울한 고교 교육 헌장]

    By운영자 Reply0 Views8634
    Read More
  7. 27
    May 2010
    12:29

    The Pilgrim's Progress

    By마틴 Reply2 Views8634
    Read More
  8. 01
    Jul 2009
    06:39

    캐나다 한인 목회자 시국선언

    By마틴 Reply1 Views8637
    Read More
  9. 23
    Dec 2003
    17:14

    부시에 대하여

    By운영자 Reply0 Views8642
    Read More
  10. 22
    Nov 2007
    15:54

    췌장암교수의 마지막 강의

    By로즈마리 Reply0 Views8642
    Read More
  11. 23
    Jan 2007
    18:07

    More American Schools Stop Textbook Falsifying Korea

    By운영자 Reply0 Views8645
    Read More
  12. 14
    Feb 2009
    08:27

    인종차별

    By곽계훈 Reply0 Views8645
    Read More
  13. 05
    Nov 2010
    06:26

    용서 이야기 (2)

    ByJung Reply4 Views8645
    Read More
  14. 24
    Sep 2003
    01:19

    게시판 많이 컸네- 한겨레

    By운영자 Reply0 Views8647
    Read More
  15. 10
    May 2009
    17:40

    중국교포 김미아의 아리랑

    By마르셀 Reply1 Views8651
    Read More
  16. 04
    Dec 2009
    10:27

    오븐 찰떡 레시피

    Bymoonee Reply1 Views8652
    Read More
  17. 26
    Jul 2003
    11:07

    정대위 박사님 별세

    By김창한 Reply0 Views8657
    Read More
  18. 16
    Jul 2007
    23:21

    교회 이전

    By구정희 Reply0 Views8657
    Read More
  19. 25
    Nov 2008
    21:36

    Re: 안녕하세요...^^

    ByCharley C Park Reply0 Views8657
    Read More
  20. 21
    Nov 2003
    18:05

    글은 내삶의 버팀목` 소설가 유채림씨 -문화일보

    By운영자 Reply0 Views8659
    Read More
  21. 15
    Apr 2003
    16:49

    Noam Chomsky Interviewed -영문판

    By운영자 Reply0 Views8667
    Read More
  22. 04
    Feb 2004
    23:59

    얼짱·몸짱 물렀거라, 맘짱 나간다!

    By운영자 Reply0 Views8669
    Read More
  23. 22
    Jun 2003
    18:03

    30여년 전을 생각한다- 박노자 한겨레

    By운영자 Reply0 Views8677
    Read More
  24. 21
    Aug 2007
    16:52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계 2:7)

    By전남양 Reply0 Views8678
    Read More
  25. 05
    Nov 2010
    06:23

    용서 이야기 (1)

    ByJung Reply2 Views8680
    Read More
  26. 06
    Apr 2006
    06:57

    단 한가지의 목적

    By기적수업 Reply0 Views8683
    Read More
  27. 17
    Jul 2003
    04:56

    지고이넬바이젠

    By운영자 Reply0 Views8687
    Read More
  28. 12
    Nov 2009
    21:10

    “盧 죽음, 역사의 샘터 맑게할 것` - 문동환

    BySOON Reply0 Views8697
    Read More
  29. 09
    Apr 2010
    19:58

    Re: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By곽삐남 Reply0 Views8702
    Read More
  30. 02
    Mar 2004
    03:23

    오래된 책을 묶으며

    By운영자 Reply0 Views8706
    Read More
  31. 14
    Mar 2003
    11:05

    스피노자의 신, 스피노자적 재발견-한겨레

    By운영자 Reply0 Views870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0 Next
/ 20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