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왕

by 문영환 posted Dec 3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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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왕      2003 년 12 월
        너무나 오랜 동안 아브라함의 후예들은 평화를 기원했다.
강자들 틈바구니에서 쓰라린 삶을 살아온 저들은
평화의 나팔소리만을 기다렸다.
2 천년 전 팔레스틴의 천민들도
평화의 왕의 도래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샛별이 밝은 어느 날 밤
저들 사이에 한 아기가 태어났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이 구유에서 잠이든 아기는 
평화를 알리는 새벽 별.
그 별 빛을 따라 동방의 현자들이 찾아 왔고
하늘의 천군 천사들의 노래로 선포했다.
“땅에 평화. 하느님께 영광”이라고.
그리고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이 찾아가 경배를 했다.

이 아기가 키가 자라고 지혜가 더해지더니
낮고 천대받는 자들 사이에서 평화의 잔치가 벌어졌다.
그 잔치는 누룩처럼 확산이 되어
어린들 입에서도 노래 소리가 들렸다.
십자가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에게 몰아치자
불안에 떠는 제자들에게 그는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평화를 주마.
    이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르다“

그 말이 의미를 저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다시 사신 예수님이 저들에게 나타나셔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을 지어다” 라고 말씀하시고
그의 영을 불어 넣어주시자
그들 마음의 어둠이 사라지고
참된 평화를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저들은 깨달았다.
그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로마는 자기들이 평화의 수호자라고 자처했다.
그러나 밑바닥에 있는 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율법을 지켜야 평화를 얻는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바리새파 사람임을 자랑했던 바울은
“오호라. 나는 괴로운 사람이다” 라고 가슴을 쳤다.
대 사제들은 하느님께 제물을 드리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저들은
때를 따라 로마 총독에게 뇌물을 바치는 데도
마음의 검은 구름은 개일 줄을 몰랐다.
저들은 언제나 갈등 속에서 살았다. 
불안 속에서 나날을 보냈다.

아기 예수는 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오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담을 헐고
민족과 민족 사이에 있는 분쟁을 해소하려 오셨다.
갈릴리에서 이루어진 화해의 공동체를 보라.
세리와 죄인이 먼저 하느님나라 시민이 되지 않았는가!
사랑과 섬김으로 하나가 되었을 때
저들과 하느님이 사이의 장막은 찢어지고
이방인들과의 사이의 오랜 담도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새로운 삶의 찬연을 맛본 저들 마음에는
평화의 비둘기가 깃들였다.

오늘도 인류는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
마음과 마음이 시기와 질투로 갈라지고
나라와 나라가 국익으로 맞서서
또 다시 어두운 광풍에 휘몰아치려고 한다.
오늘도 강자들은 자기들이 평화의 수호자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러나 우리는 확실히 안다.
구유에 나신 아기 예수만이 참된 평화의 왕이시라고.
모든 생명 있는 것을 사랑하는 자들이
평화의 역군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