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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석 도우미 목사’가 노점상된 사연




[인터뷰] 전 대광고 교목 류상태씨…“기독교 의식개혁 위해 거리로”


18일 낮 서울 도곡동 언주초등학교 앞. 아이들을 태우러 온 학부모들의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챙넓은 모자를 쓰고 허리엔 돈주머니를 찬 한 남자가 교문 쪽을 힐끗힐끗 보며 액세서리 좌판을 펼쳤다. 아이들의 눈길을 잡아끌 아기자기한 머리띠, 목걸이, 귀고리 등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류상태(49)씨. 류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대광고의 교목실장이던 ‘목사님’이었다. 학교 쪽에 예배선택권을 요구하며 45일간 단식을 벌인 강의석(19)군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했다. 강의석군과 류상태 목사는 모두 대광고를 떠났다. 강의석군은 곡절 끝에 대광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다. 류상태 목사는 징계방침을 내건 학교에 맞서 사표를 내고 스스로 떠났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 서있는 곳은 사뭇 다르다.


류상태·강의석, 같이 떠났지만 서로 다른 길


종교자유를 요구하다 제적을 당한 뒤 법원의 퇴학무효가처분결정을 통해 학교로 돌아온 고3학생 강의석군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종교계 학교의 학생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한 강의석군은 2004년 한국사회의 한 상징이었다. <한겨레21>은 강의석군을 2004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여러 매체들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물’ 등으로 소개했다.

‘공부기계’로 불리며 기본적 인권을 유보당하는 고3학생이 자신의 전부를 걸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것은 한국사회에 신선한 희망으로 받아들여졌다. 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한 강의석군이 서울대 법대에 지원한 사실은 일부 언론과 독자들에게 또다른 이야기거리였다. 강군은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

학교 안에서 외로운 주장을 펼친 강군을 후원하며 보듬은 류 목사는 지난해 10월 학교 쪽과의 갈등 끝에 목사직과 교사직을 모두 내놓았다. 그리고 거리로 나섰다. ‘액세서리 노점상’ 류상태. 지금 그는 초등학교 앞에서 좌판을 펼치는 노점상이다.

“‘강의석 사건’을 치르고 나서 기독교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고 분노만 생겼습니다. 생계를 팽개칠 수가 없어 잠시 고민했지만 생각과 행동의 일치를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렸습니다.”


손님 앞에서 “진짜인지 짝퉁인지 나도 몰라요” 하는 젬병 장사꾼


그는 자본금이 적게 들고 실패해도 손실이 적은 노점을 택했다. 노원구 월계동과 강남구 도곡동이 그의 영업무대다. 하지만 20여년 동안 학교에 있다가 사회에 나온 그에게 노점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지난달 15일 처음 좌판을 열었을 때, 하루 매출은 1만~2만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요즘은 형편이 나아져 3만~4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적어도 다섯 곳에서 좌판을 열고 하루 매출이 10만원은 돼야 생활이 될텐데….”

토·일요일을 쉬고 ‘주5일제’로 한달 동안 일해 번 돈 30여만원과 부인이 파출부 일을 해 번돈 60만원, 강연료 등을 합해봤자 100만원 정도. 이것으론 생활비를 충당하기 힘들다. 류씨의 가족은 대학교 2학년인 아들, 고3인 딸, 부인, 노모까지 다섯명이다. 지금으로선 학교에서 받은 퇴직금이 그나마 버팀목이다.

류씨는 이날 3천원짜리 귀고리에 관심을 보인 한 여자 손님한테 “제가 이 물건을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이게 진짜 은귀고리인지 확실히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손님은 그냥 갔다. 얼마전에는 귀고리를 사려는 초등학생들한테 “몸에 안좋으니 귀를 뚫지 마라”고 훈계했다. 장사에 ‘젬병’인 노점상이다. 그는 “생계유지를 위해 노점일을 시작했지만, (노점일을 하면서) 예수님이 그랬듯 어려운 이웃들의 ‘낮은 삶’을 경험해 본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가족한테 미안할 뿐이다”




그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떨치지 못했다. 살림만 하던 아내는 류 목사의 퇴직 이후 파출부로 나섰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같이 의논하지 않고 ‘통보’만 했다고 아내가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파출부 일을 한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고요.” 류 목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어머니에게도 “죄송스럽다”고 했다. 류 목사의 어머니는 서울의 대형교회 권사이다. 어머니는 교회에 다니면서 아들의 ‘이단행위’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본의아닌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아이들이 아버지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는 게 적잖은 힘이 되고 있다. 그는 “고3인 딸이 쉬는 날 노점일을 거들어줬어요. 나는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데 그 녀석은 한개 팔거 두개 팔고…아주 당찬 애에요.”라고 자식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는 “당장 ‘빵’이 없어서가 아니라 ‘빵’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은 집에 차에 적잖은 퇴직금까지 있다는 거다. 그는 “종교교사 말고는 다른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포기했다”며 “자영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면서 기독교계 의식개혁 운동에 매달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기독교계 의식개혁 운동에 매달릴 터”




그는 목사이지만 현재 한국의 기독교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다. “예수님은 절대로 독선적이거나 배타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안 믿으면 지옥에 간다’는 폐쇄적 교리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그는 “목사가 노점상을 하는 게 뉴스거리가 되는 이유는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휴머니즘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교인들은 봉사하는 척만 했지 진실되게 약자의 편에 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폐쇄적인 기독교계의 의식개혁 운동에 매달리겠다고 했다. 교회에 들어가 일할 기회도 여러 번 있었지만 힘든 노점일을 계속하는 것도 교회 바깥에서 한국교회의 본질적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그는 장사를 나가기 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불거토피아’(cafe.daum.net/bgtopia)에 글을 올려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불로소득을 거부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뜻과 아닌 것을 거부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라는 두가지 뜻을 담고 있는 카페다. 류씨는 한국교회의 문제점과 강의석군 사건 등을 다룬 책도 준비하고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일지라도 존재를 인정해주고, 진실되고 바르게 사는 게 진정한 신앙인입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5/04/005000000200504191620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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