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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스님들이 성탄예배 하러 교회에 간 까닭은?
뉴욕 한인 4대 종단이 모였다... '이웃종교들과 함께 드리는 성탄 예배'

최경준 (235jun) 기자


미국 뉴욕·뉴저지 한인 가톨릭·불교· 원불교·개신교 성직자들이 지난 18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작은자공동체 교회에서 성탄축하 예배를 함께 했다.
ⓒ 최경준
크리스마스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중심에 있는 워싱턴스퀘어 파크.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취임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워싱턴 아치' 앞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히고 있다. 아치를 뒤로 하고 남쪽으로 공원을 가로지르면 아치보다 더 오래된 저드슨 메모리얼 교회를 만난다.

117년 된 이 교회는 사회정의, 평화, 이민자와 성적 소수자 권익 등을 위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이 교회는 활발한 사회 참여와 함께 종교 간 연대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방적인 태도로도 유명하다. 9.11 테러 이후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에서 무슬림센터 건립이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이 교회가 나서서 무슬림을 옹호했다.

또한 지난 9월 금융자본가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저항하기 위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 시작되자, 가톨릭·이슬람교·유대교 등과 함께 종교연합체를 만들어 시위에 참여했다. 지금도 경찰에 의해 본거지인 리버티스퀘어(주코티파크)에서 쫓겨난 시위대들에게 숙식과 생필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교회를 바라보고 왼쪽 모퉁이를 돌면 '가든 룸' 입구가 나온다. 평일에는 뉴욕대학 학생들이나 예술가들의 회의장소로 쓰이지만, 일요일에는 한인교회인 작은자공동체(목사 김동균)가 예배를 드리는 장소다. 교회 안에 교회가 있는 셈이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 둔 지난 18일 30평 남짓한 이 작은 공간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른바 '이웃종교들과 함께 드리는 성탄 예배'가 그것이다.

미국 뉴욕·뉴저지 한인 가톨릭·불교· 원불교·개신교 성직자들이 지난 18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작은자공동체 교회에서 성탄축하 예배를 함께 했다. 뉴욕 불광선원의 일진스님(오른쪽)과 문종스님이 목탁을 치며 불교 경전인 '반야심경'을 독경하고 있다.
ⓒ 최경준
크리스마스

"예수 믿어야 구원?... 기독교의 오만"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탁탁탁' 목탁을 두드리며 두 스님이 불교 경전인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반야심경)을 리듬에 맞춰 읽는다. 뒤편 벽에는 '성탄예배'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게 붙어있다. 그들 옆으로 목사, 교무, 신부, 수녀가 나란히 앉아있다. 교회 안에서 독경과 목탁소리가 울려 퍼지는 낯선 풍경이 한동안 이어졌다. 독경이 끝나고 스님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계종 미동부해외특별교구 총무국장인 문종스님(뉴욕 불광선원)이다.

"(뉴저지주에 있는) 오렌지 성당의 조민현 신부께서 스님들을 초대한 적이 있다. 신부한테 고해성사는 안 해봤지만 신부 앞에 두고 구도자, 수행자로서의 어려움을 이야기 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미워하거나 배척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성인들의 발밑도 못 가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서로 화합하자. 예수가 이 땅에 와서 성경을 통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전해준 것을 기억하자."

앞에 앉아있던 30여 명의 각 종교 신도들이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이번엔 신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뉴욕 맨해탄 성 프란치스코 한인성당의 황안드레아 주임신부다.

"성탄절을 준비하면서 올해는 예수님이 어떤 모습으로 오실까 찾기 시작했다. 올해는 바로 이 자리에 함께 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좀 어색하기는 하다. 그러나 무엇이 옳고 그른가가 아니라 따뜻하게 서로 포용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뉴욕·뉴저지 한인 가톨릭·불교· 원불교·개신교 성직자들이 지난 18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작은자공동체 교회에서 성탄축하 예배를 함께 했다. 양상덕 원불교 미주동부교구장(뉴욕교당)이 축하 법문을 하는 모습.
ⓒ 최경준
크리스마스

문종스님에 앞서 성탄 축하 법문을 한 양상덕 교구장(원불교 미국 동부교구)은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은혜로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알고 보면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대동을 보지 않고, 작은 차이만을 자꾸 보게 되면 그 종교는 경직되고 박제가 되고 죽은 종교가 된다. 이 죽은 종교를 가지고 세상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나를 살릴 수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문동환 목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 목사는 오랜 시간 통일과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민중신학자로, 고 늦봄 문익환 목사의 동생이다. 그는 90세의 고령임에도 '앉아서 말씀을 하라'는 권유를 끝내 뿌리치고, 꿋꿋이 서서 이날의 감동을 온몸으로 전했다. 특히 문 목사는 이날 '기독교의 죄'를 고백했다. "기독교들 사이의 싸움은 사실 크리스마스에 뿌리가 있다"고 했다.

"서기 70년까지 예수 탄생 얘기가 없었다. 그때까지 중요했던 것은 예수의 삶이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예수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심정에서 예수를 신격화 했다. 예수를 하느님과 일체가 되게 하기 위해서 특별한 예수의 탄생이 필요했고, 아주 뒤늦게 탄생 설화가 시작됐다. 그러면서 기독교에서 '예수를 믿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교리가 생겼다. 2차 대전을 시작한 나라가 모두 예수를 믿는 나라였다. 자기들의 이권 때문에 온 인류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그것이 예수를 신격화한, '예수를 믿어야 구원을 얻는다'는 기독교의 오만이었다."

문 목사는 하루에 1달러로 사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22억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거듭 강조했다.

"예수님이 강림했다고 하는데, 예수님은 사실 모든 애기들과 똑같이 태어났다. 도시에서 수탈당해서 비참하게 떠돌았던 갈릴리의 애기로 태어났다. 주변에서 빈곤해서 몸을 팔고 노예가 되가는 무리들의 아우성을 들으면서 자랐다. 생명의 소중함을 어려서부터 알고 아파했던 예수는 젊은 시절 가출해서 30세에 깨달음을 얻었다. 종교를 절대화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과는 정반대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생명을 살리는데 온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은 모든 종교가 다 똑같다. 아닌가?"

미국 뉴욕·뉴저지 한인 가톨릭·불교·원불교·개신교 성직자들이 지난 18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작은자공동체 교회에서 성탄축하 예배를 함께 했다. 문동환 목사가 '기독교의 죄'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최경준
크리스마스

찬송가 50번 넘게 연습한 일진스님 "마음이 조금 열렸다"

이날 뉴욕·뉴저지 한인 가톨릭·불교·원불교·개신교 성직자들의 성탄축하 예배는 개신교회 중 하나인 작은자공동체 교회에서 주최했다. 행사를 시작하면서 김동균 목사는 "한국 개신교가 그동안 우리의 소중한 이웃 종교들을 배척하고 심지어 적대시 하는 관점과 태도를 보여 왔고 이를 당연시하기까지 했다"며 "이에 대해 회개함과 동시에 우리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이러한 자세를 돌이키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인 동포 분들께 종교 간 평화와 사랑을 보여드림으로써 성탄절을 맞이하여 마음의 평화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것은 '하느님께는 영광, 땅 위에는 평화'라는 성탄의 진정한 의미와 일치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성탄예배에 반야심경 독경 순서를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김 목사는 "예수님께서 생애를 걸고 이루고자 하셨던 궁극의 평화가 실현된 하느님 나라와 부처님의 열반의 세계가 우리들에게 궁극의 참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의미에서 함께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4대 종단 성직자들은 함께 '평화의 촛불'을 붙이고, '평화의 노래'를 합창했다.

일진스님(불광선원)은 이날 다른 성직자들과 함께 가톨릭성가인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합창하기 위해 지난 5일 동안 50번도 넘게 이 노래를 연습했다고 한다. 그는 "종교 간의 평화라는 말이 굉장히 관념적으로 느껴졌는데, 오늘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나니 서로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것 같다"며 "종교 간의 화합은 자신의 것만을 주장해서는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뉴저지 한인 가톨릭·불교· 원불교·개신교 성직자들이 지난 18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작은자공동체 교회에서 성탄축하 예배를 함께 했다. 4대 종단 성직자들이 가톨릭성가인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합창하고 있다.
ⓒ 작은자공동체
크리스마스

개신교 신자인 김영임(37. 뉴저지주)씨는 "그동안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단지 세례를 받지 않고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며 "그러나 그런 논리를 개신교가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만든 것이라는 문동환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위로가 되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가톨릭 모태신앙인 김가연(22.대학생)씨는 이날 원불교 성직자를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한다. 그는 "종교 화합은 결국 서로 욕하지 말자는 것 아니냐"며 "젊은 신자들은 서로 더 쉽게 친해지고 이해할 수 있으니, 나중에 4대 종단 청년연합회 같은 모임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성탄예배에 참석한 4대 종단 성직자들은 내년 여름 4대 종단 협의회와 청년연합회 구성 등을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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