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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위해 헌신했지만, 돌아온 건 '췌장암'     [서평] 김인선의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김현자 (ananhj) 기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59473&CMPT_CD=E0942

지독히도 못살던 지난 60~70년대 우리 정부는 외화벌이를 위해 수많은 청년들을 독일로 보냈다. 그들을 우리는 '파독 간호사', '파독 광부'라 부른다. 정희씨도 그들 중 한사람.


아래로 남동생 넷, 여동생 둘을 둔 집안의 장녀인 그녀는 대부분의 파독 간호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단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가족들에게 돈을 꼬박꼬박 송금했다. 번 돈 중 극히 적은 용돈만 뗀 거의 전부를. 독일 남성과 결혼해 아이 둘을 두었지만 한국으로의 송금은 계속 되었다. 그렇게 21살 앳된 나이에 고국을 떠난 그녀는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다.


그녀는 가족들의 생활비는 물론 여섯 동생들의 학비까지 책임졌다. 이런 그녀 덕분에, 가족들을 위해 머나먼 이국에서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며 형편없는 생활을 하는 그녀와 달리 여섯 동생은 번듯한 대학도 졸업하고, 그 덕분에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그리하여 모두 결혼해서 중류층 이상의 생활을 했다.


"다 소용없어요. 형제고 부모고 간에. 여기 남아 있는 우리만 불쌍하지요. 이제 늙어서 갈 곳도 없이 되었잖아요. 그동안 참 멍청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어머니 생신 때나 추석이나 설이 되면 아직도 돈을 보냅니다. 매번 '다시는 보내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40년을 넘게 해온 일을 갑자기 그만 둘 수가 없더라고요. 저 같은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닐 거예요. 아마 대부분의 파독 간호사'들이 나처럼 멍청하게 살았을 거예요. 한국의 경제가 발전하건 말건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어쩌다 한국으로 휴가를 가도 잘 곳이 없어서 호텔이나 여관 같은 데서 지내는 전직 간호사들이 많지요. 가족들이 있어도 마찬가지예요. 참 서글픈 일이지요." -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에서


그녀가 가족들을 위해 독일에서 일하는 44년 동안 고국을 방문해 가족들을 만난 것은 단 두 번뿐이다. 마음은 늘 태어나고 자란 고향과 가족들에게 갔지만, 그럴수록 그런 가족들을 위해 단 한 푼이라도 더 벌고, 그만큼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헌신과 달리 그녀를 대하는 가족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두 번 만난 그녀를 '먼데서 온 손님 대하듯', '남 대하듯'했다. 또한, 다른 간호사들의 가족은 김이며 고춧가루, 멸치 등은 물론 생일날이면 카드나 편지를 보내오건만 그녀의 가족들은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살가운 안부 편지 한 통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족들과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그녀는 그래도 은퇴를 한 후 자신의 고향인 한국에서 살리라, 죽음만이라도 한국에서 맞으리라. 언젠가 돌아갈 날을 꿈꾸며 말년을 보낼 집한 채를 사게 된다. 그런데 그 집 때문에 가족들에게 쓰라린 배신을 느끼고야 만다. 아니 이미 오래전에 돈벌이에 불과, 버려졌었다는 걸 확인하게 된 것.


"네가 사놓은 집말이야. 그 집 명의를 막내 이름으로 해주면 안 되겠니? 형들은 다 집이 있는데, 막내는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이 없잖니. 그것 때문에 그런지 애가 형들 앞에서 기도 못 펴는 것 같고…….어차피 동생 앞으로 해 놓는다고 어디 가는 것도 아니잖니…. 지금까지 독일에서 잘 살던 애가 한국엔 왜 나오려고 그래? 남편도 애도 있는데, 그냥 거기서 눌러 살아. 그리고 설사 한국에 온다 하더라도 그까짓 집 한 채쯤이야 동생한테 줄 수도 있잖아. 집 같은 거 잊어버려" (기자주 : 책속 정희씨 모녀의 대화 중 일부를 필자 필요에 따라 이어서 씀)


평소 전화조차 뜸하던 어머니가 웬일로 국제전화를 해 이처럼 요구, 거절하자 그녀를 무참하게 내치고 만다. 설상가상, 가족들에게 그토록 헌신하는 그녀를 독일의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65세인 그녀가 췌장암에 걸리고 만 것. 그토록 그리운 고향 한국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조금만이라도 삶을 연장해 달라는 그녀의 처절한 기도에도 그녀는 결국 한스런 삶을 마감하고 만다.


한 호스피스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에세이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서울문화사 펴냄)에서 읽은, 지난날 우리의 한 상징이었던 파독 간호사 '정희'씨의 이야기다.


우리의 경제 발전과 함께 돌아온 사람들도 있고 유복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정희 씨처럼 고국의 가족들에게 돈벌이로만 전락되어 버려지고 현지의 남편이나 가족들에게 고국의 가족들에게 그토록 집착(?)하는 것을 이해받지 못하고 이국에서 쓸쓸하게 삶을 마감하는 파독 간호사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그들이 차마 감지 못할 눈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편안히 감을 수 있도록 그 마지막 순간을 지켜주고 동행해 주는 사람들은 호스피스 자원 봉사자들. 이 책의 내용들은 버려진 그들에 대한 쓸쓸한 기록이자 한 호스피스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에세이다.


죽음의 순간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혼자 떠나야 하는 길이지만, 지금까지 서로 기대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왔듯이 죽음의 순간에도 나를 지켜보아주고 동행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운이 좋은 사람은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또는 화려하고 우아한 독립형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을 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외국의 어느 양로원이나 병원의 구석진 방에서 혼자 외롭게 죽어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30여 년 동안 독일 땅에서 간호사 일을 하면서 나는 독일인, 중국인, 한국인, 태국인 등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아왔다.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가족을, 부와 명예를, 이방인으로 죽어야 하는 서러움을, 하고 싶은 일들을 놓을 수가 없어 안타까워 몸부림치는 사람들. 그들을 보면서 나는 조금씩 내 삶을 정리하면서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외롭게 죽음을 맞이할 모든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이 바로 내 삶을 정리하는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 저자 김인선


이 책을 쓴 김인선은 1972년에 독일로 이주, 간호사로 일하다 자신의 생명 보험금을 털어 '사단법인 동행(이종문화 간의 호스피스)'을 설립했다. 그리하여 파독 간호사 정희씨처럼 이국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 현재 수많은 호스피스 자원 봉사자들의 대모로 불린다. 참고로 현재 동행에서 봉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150명이라고.


독일에서 유일한 이민자 호스피스 봉사단체인 김인선의 '동행'은 1960~70년대에 고국을 떠나 독일에서 일했으나 미처 돌아오지 못하고 독일에 남아 쓸쓸한 죽음을 앞두고 있는 파독 간호사들과 파독 광부들을 중점으로 호스피스 한다.


좀 더 잘 살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떠난 자신의 고향인 한국에서도 청춘을 보낸 독일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쓸쓸한 노년을 보내며 절망하는 그들이 삶의 그 마지막만이라도 따뜻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이와 함께 우리의 파독 간호사들과 파독 광부들처럼 독일로 이주, 같은 처지가 된 다른 아시아인들과 소수의 독일인까지 호스피스 봉사를 하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보겠다는 생존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함께 노년의 삶과 죽음, 그 질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이다.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비참하고 쓸쓸한 말년을 보내다 고독한 죽음을 맞을 확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지라 독일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은 종교계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각 분야에서 '웰 다잉'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호스피스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 간호사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저자는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을 통해 정희씨처럼 자신들의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독일에 남아 절망하다가 죽어간 수많은 이들의 삶 그 회한과 그 때문에 쓸쓸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죽음을 어루만진 이야기들과 함께 호스피스의 필요성과 그 역할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갈수록 그 필요성은 높아지지만 그 인식은 명확하지 않은 호스피스와 누구든 언젠가는 맞이하는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데 이 책만큼 좋은 동행이 있을까? 싶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는 더러 고민하곤 했지만, '어떤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때문일까? 책을 읽는 동안 지난날 내가 접했던 몇몇 사람들의 황망하기 이를 데 없는 죽음이 떠오르곤 했다. 책 덕분에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그리고 죽음 전에 꼭 해야만 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아름다운 삶 그에 대해서도.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가슴에 품고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덧붙이는 글 |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ㅣ김인선 씀ㅣ서울문화사ㅣ2011.10ㅣ13000원

2011.11.22 14:05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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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버기 2011.12.07 19:59

    저역시도 정희님과는 한국을 떠난 이유와 상황은 틀리지만 마지막은 비슷할것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루하루 마음을 굳게 하고 살아가는 이국생활, 겉으로는 친하지만 속마음은 혼자서 삯이고 가야만 하는 이민생활.

    가끔은 자식들에게 짐을 지위 준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그럴때 일수록 마음을 더 굳게 가져야 겠지요.

    성공...그 진정한 뜻은 무엇일까요?

    저는 지금도 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제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고 그 말을 하기 위하여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 말은


    살아 볼만한 인생이였다고, 더이상의 후회 없다고...


    12월이 되니 생각이 더 많아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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