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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광우병, 천안함…'이것'으로 더욱 뜨겁다!

[프레시안 books] 강윤재의 <세상을 바꾼 과학 논쟁>

기사입력 2011-08-19 오후 7:11:21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819113515&section=04


얼마 전 내린 폭우로 서울 서초구의 우면산이 흘러 내렸다. 주민에게 도심 속의 전원생활이라는 꿈의 한 조각이던 자연 경관은 순식간에 재앙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강남이라는 기형적인 부촌에 내린 하늘의 심판이란 소리를 했다. 부자 동네도 재해 앞에서 부질없다는 사실에 누군가는 통쾌함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사고는 원인을 찾는 법이다. 피해자는 눈에 불을 켜고 원인을 찾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범인이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다. 우리는 우면산을 가해자로 지목할 수 없다. 설사 우면산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해도 손해 배상은 어떻게 청구할 것인가? 도토리로? 한 토목공학자의 분석은 이렇다.

"이런 산 아래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방재 시설을 전혀 만들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이건 후진국 수준…." (<동아일보> 2011년 7월 29일자)

결과적으로 우리는 또 "이번 재해는 '인재'였음"을 씁쓸하게 되뇔 뿐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는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 <CSI(과학수사대)>의 한 장면처럼 합리적인 방법, 즉 과학은 최종 판결로 가는 통로다. '디케'(Dike : 그리스 신화 속 법의 여신)의 왼손에 들린 저울이 '과학'이라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난 광우병 사태와 천안함 침몰 같은 사례를 보자. 과연 과학적인 결과는 이해 당사자를 설득했는가? 오히려 사태는 악화됐다. 양측 진영에서는 서로의 이해를 대변하는 과학적 증거를 내세웠다. 논쟁의 추이는 누가 더 "과학적인가?"의 문제로 흘러가고 있었다. 수많은 사회적인 의구심은 과학적 타당성 뒤로 밀려났다.

그리하여 과학의 권위는 상승했을까? 오히려 과학의 지위는 흔들렸다. 과학은 논쟁을 부추길 뿐 종결 시킬 수 없었다. 왜일까? 보통의 오해와는 달리, 세상에는 한 가지 과학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광우병 사태와 천안함 침몰처럼 논쟁의 동기가 개인의 안위이든 정치적 신념이든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해석 방법이 동원되다.

이렇게 다양하게 얽힌 상황적 맥락 속에서 순수한 의미의 단 하나의 과학, 즉 과학의 중립성을 논할 수 있을까? 몇몇 과학자는 나의 견해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표현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과학자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연구 활동을 힐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단지 그들의 연구실이 사회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과학기술이 삽입되는 현대 사회에서 논쟁은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순환한다. 실라 재서노프는 <법정에 선 과학>(박상준 옮김, 동아시아 펴냄)에서 수많은 소송 사건이 "사회적 관계 속에 파고들어 있는 과학기술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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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꾼 과학 논쟁>(강윤재 지음, 궁리출판 펴냄). ⓒ궁리출판
강윤재의 <세상을 바꾼 과학 논쟁>(궁리출판 펴냄)은 이렇게 복잡한 시대의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과학기술 논쟁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저자가 제시한 여러 가지 과학기술 논쟁-과학기술 공동체 내부의 다툼 혹은 과학기술로 인해서 사회에서 발생한 다툼 등-을 따라가면서 과학 자체가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과학을 사회적으로 본다? 말은 생소하지만 방법은 간단하다. 어떤 과학자, 어떤 기술이 왜 시대를 대표했고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기술해 보자는 것이다.

이 책은 천동설과 지동설, 빛의 입자설과 파동설 등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이를 설명한다. 토머스 쿤은 한 시대의 지배적인 이론 체계를 '패러다임'이라 부른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설명 방법을 정교화 하고자 기존의 과학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과학 방법을 채택할 수 있다.

하지만 천동설과 지동설과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적 요건이 새로운 방법을 승인할 수 없다면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과학은 박물관의 연표처럼 누적되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사회가 지속적으로 부딪히면서 어느 한 순간에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어째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무시에서 논쟁으로 나아가야 할까? 우선 논쟁은 특정한 사건을 관심의 대상으로 올려놓는다. 마녀 사냥이라 할지라도 특정한 사건이 공론화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논쟁의 대상 앞에서 각자의 선택을 한다. 개인의 선택이 누적되어 특정한 과학에 집중될 때 우리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심도 있게 다루고 있지 않지만, 과학기술학(STS)의 방법론 중 하나인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ANT는 과학과 그것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가 만드는 집합에 초점을 맞춘다. 이 집합 속에서 과학자는 특정 맥락의 주요한 행위자로 간주될 뿐이다.

다양한 행위자의 이해관계가 과학자의 연구를 통해 달성되는 것이다. 논쟁을 과학의 일부로 취급한다는 말은 바로 이 이해관계가 이합집산하는 과정을 살피자는 말이다. 논쟁을 통해 다양한 행위자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연결망을 구축한다. 이런 접근은 이 책 전체의 여러 가지 논쟁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을 제공한다.

논쟁의 양상은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 책이 주목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관점은 크게 두 가지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과학기술이 사회를 바꾼다는 과학기술 결정론, 사회가 과학기술을 바꾼다는 사회 구성론이다. 하지만 저자가 보는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두 관점은 묘하게 얽혀 있다.

그리하여 강윤재는 상호 보완적인 제3의 관점을 내세운다. 이미 사용되고 있는 과학기술이 사회적으로 공고한 입지를 다진다면, 되돌리기 힘들다. 과학기술의 '경로 의존성'이다. 과학기술의 경로 의존성은 과학기술 결정론과는 달리 과학기술의 사회에 대한 우월성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과학기술이 인간의 습관마저 바꿨음을 의미한다. 이런 단계예서는 과학과 사회, 과학과 문화를 이분법으로 나누고 둘 중 어느 것이 우월한지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미 둘은 서로 엉겨 붙어서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과학과 사회는 상호 작용하는 관계이다.

이런 관점에서, 강윤재는 아직 개발 되지 않은 과학기술을 공론의 장에 앉혀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 후쿠시마에서 터진 핵발전소처럼 과학기술은 이미 인간의 통제 영역을 넘어섰다. 과학기술의 산물은 공생 가능한 물질 또는 위험한 물질로 인간의 주변에서 맴돌 뿐이다.

강윤재는 짧은 인간의 역사에서 이런 위험한 순간을 계속 볼 수 없다고 경고한다. 나노기술, 생명공학처럼 훗날 어떤 인간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 올지 모르는 과학기술을 제어할 수 없다면 보류라도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를 과학기술의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파악한다. 과학기술의 수혜자 또는 피해자라는 측면에서 대중에게 그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옳은 소리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한 '논쟁'은 과학기술의 민주화로 이끄는 필수 과정이다. 우리의 식탁에 올라온 두부가 훗날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면 과연 우리는 유전자 조작 작물을 식량의 미래로 칭송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논쟁은 우리가 몰랐던 것을 아는 순간 유발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과학기술의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국가다. 과학기술학을 대중적으로 개괄하는 이 책에서 한국의 사례는 황우석 사태와 핵발전소 두 개가 언급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중심에 모두 국가가 깊게 박혀 있다. 국가 주도적인 과학기술 개발은 대중에게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통보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비공개주의는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과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곤 한다. 이른바 '국가주의'라 불리는 것 말이다. 과학기술의 성과 앞에서 우리는 '붉은 악마'가 되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즉,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 문화적인 고찰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과학기술의 민주주의라는 골치 아프지만 필요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과학기술 민주주의를 위해서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 지난 2005년 시민과학센터는 시민참여회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시험했다.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과 전문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특정 과학기술 문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논쟁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시민합의회의는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시민들도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면, 다양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경제적, 제도적인 제약 앞에서 무력했다. 그 이후 정부 주도로 이뤄진 시민합의회의는 무의미할 정도로 패널의 작위적인 선택 또는 정보의 편향적인 제공 등이 문제가 됐다.

이렇게 낙관할 수 없는 한국의 상황에서 과학기술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촉구하는 <세상을 바꾼 과학 논쟁>과 같은 책이 발간됐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 책에 실린 여러 가지 논쟁을 통해서 독자들은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때로는 가로저으며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자.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더 싸움에 끼어들자. 그래야 과학기술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

(사족이지만, 이 책의 11장(우주 개발과 로켓)의 185쪽에 나온 우주 정거장 '미르'는 '국제 우주 정거장(ISS)'으로 고쳐야 한다. 러시아의 미르는 2001년 퇴역했고, 김소연이 타고 간 TMA-12가 도킹한 곳은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등의 국가가 참여한 국제 우주 정거장이다.)

/한광희 시민과학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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