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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30308142121


실크로드의 금발미녀 미라, '유럽인'이라고?

[프레시안 books] 제임스 밀워드의 <신장의 역사>

기사입력 2013-03-08 오후 7:10:33




신장(新疆). 18세기 중반 청의 건륭제가 이 지역을 정복하면서 '새로운 강역'이라는 뜻으로 처음 사용한 단어다. 중세의 이슬람 작가들은 이 지역을 '투르크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투르키스탄(Turkestan)이라고 불렀다. 투르키스탄 중에서도 엄밀히 동투르키스탄이다. 천산산맥을 두고 서쪽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을 서투르키스탄이라 하고 신장을 동투르키스탄이라 한다. 신장 또는 동투르키스탄은 현 중화인민공화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다. 이곳은 한반도의 7배의 이르는 거대한 분지다. 동쪽으로 기련산맥과 북쪽으로 천산산맥, 남으로는 곤륜산맥, 서쪽으로는 파미르에 둘러싸여 있다. 그 중심엔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타클라마칸 사막이 자리한다.

▲ 둔황의 명사산이다. 멀리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저 곳에서 수천 년 동안 쟁탈하며 죽어간 군사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저 명사산 아래 고대 도시 둔황이 잠들어 있다. ⓒ이상엽

유라시아 대륙의 허브, 신장

내가 이 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99년 여름이었다. 중국 서부의 시안에서 출발해 간쑤성 하서회랑을 통과해 둔황, 투루판, 우루무치, 투루판, 쿠차, 카슈가르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횡단했다. 이 길이 우리에게 친숙해진 것은 40년 전 한국방송(KBS)을 통해 방영된 일본 NHK의 <실크로드>에 힘입은 바 크다. 많은 이들이 이를 동경했고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90년대 여행 문호를 넓힌 것과 동시에 신장의 실크로드로 모험의 탐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미 1300년 전 신라인 혜초가 이 길을 갔고 신장의 서쪽 끝 둔황에서 그의 저서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됐다. 그렇게 우리는 과거 지식인들이 꿈꾸던 길을 통해 신장을 오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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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의 역사 : 유라시아의 교차로>(제임스 A. 밀워드 지음, 김찬영·이광태 옮김, 사계절 펴냄). ⓒ사계절
실크로드와 관련해 꾸준히 중앙아시아에 대한 귀한 책들을 발간하고 있는 사계절이 600쪽 분량의 야심작인 <신장의 역사>(제임스 밀워드 지음, 김찬영·이광태 옮김)를 펴냈다. 나는 이 책이 발간되기 1년 전에 편집자로부터 중국과 내륙 아시아의 전문가인 제임스 A. 밀워드 조지타운 대학 교 교수의 신장에 대한 역작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책의 표지에 쓸 만한 내 사진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한참의 세월이 지나 이 책이 상재된 것으로 보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그야말로 국내 유일의, 신장만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나에게 중앙아시아사(史)를 학습시킨 책들이 있다. <실크로드학>(창비 펴냄) 정수일, <유라시아 유목제국사>(김호동 옮김, 사계절 펴냄) 르네 구르세, <황하에서 천산까지>(사계절 펴냄) 김호동 등이다. 이 안에 동투르키스탄 또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역사가 담겨있다. 나는 이 책들을 배낭에 넣고 신장을 여행하면서 보고보고 또 봤다.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것은 신장만의 역사 그것이었다.

"'중국령 투르키스탄'이라는 용어는 이 지역의 문화적·정치적 다양성, 즉 여러 문화와 정치적 영향력이 서로를 배척하기보다는 중첩되는 이 지역의 성질을 함의하고 있다. 실크로드의 교차로로서 신장은 지중해 지역, 페르시아, 인도, 러시아 그리고 중국을 연결하는 통로에 걸쳐 있다." (<신장의 역사> 27쪽)

밀워드가 생각하는 신장은 단순한 시간적 공간적 대상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인간 삶의 총체적인 모습이었다. 배척되기보다는 중첩되고 폐쇄되기보다는 통로가 되는 그런 교차로, 또는 허브의 역할을 하는 지역인 것이다.

▲ 투루판의 교하고성. 오래전 초원에서 밀려나 디아스포라가 된 위구르인들이 정착한 타클라마칸 언저리의 오아시스 도시 투루판에 건설한 도시다. 하지만 10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 속에 황폐한 흔적만이 남았다. 위구르인의 전통 악기 후슈타르의 구슬픈 선율만이 그들의 역사를 기억하게 할 뿐이다. ⓒ이상엽

역사서를 보는 조금 다른 관점

"2009년 7월 신장위구르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인들의 분리 독립 운동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인민해방군을 보내 이들을 강경 진압했다. 197명이 숨지고 1700여 명이 다쳤다. 그러나 유혈 사태는 끊이지 않았다. 이맘때인 지난해 2월 28일에도 무장한 위구르인들과 공안의 충돌로 20명이 숨졌다. 위구르인들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와 테러가 계속되는 이곳을 외신들이 '중국의 화약고'라고 명명한 이유다." (☞바로 가기 : 동서 문명 교차로 '신장' 둘러싼 파란만장 쟁탈사(<한겨레신문> 2월 13일자 서평))

서평을 쓰기 전에 남이 쓴 서평을 찾아봤다. 의외로 이 책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다. 거의 모든 중앙 일간지에서 서평을 냈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 서평이 책의 현대사 부분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책은 신장의 근현대사에 절반 가까이 할애함으로서 과거의 책들과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서평 역시 중국과 위구르인들의 불화와 폭동, 분리 독립 등이 자주 언급된다. 아마도 뉴스와 학문 사이의 갭을 좁히려한 듯하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남의 역사를 읽어내는 묘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중국의 동북공정과 신장의 서부공정의 공감대를 표현하려는 것은 아닐까?

밀워드와 아주 비슷한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본 국내 사학자가 있다. 서강대학교 김한규 교수다. 그의 저작 <티베트와 중국>(소나무 펴냄)은 티베트 자체의 역사성에 천착했지만 우리와 직접적 연관이 없었던 관계로 널리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각을 그대로 연장한 <요동사>(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는 중국과 한반도와 독립적인 요동만의 독특한 역사 공동체가 있었다고 하면서 논란의 초점이 됐다. 바로 이 지역에 부여, 고구려, 발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역시 밀워드도 매우 건조하게 신장의 역사에 대한 현 집단 또는 민족의 귀속을 보류한다. 그래서 이 책은 중국 정부도 위구르인도 환영할 수 없다. 그는 신장은 그들 나름의 역사를 갖고 있었다고 이야기 할 뿐이다.

▲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투르키스탄 지도. ⓒ이상엽

내가 이 책에서 흥미를 느낀 것은 고대로 올라가 이 지역을 바라보는 오늘의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위의 지도는 고대 실크로드를 표시한 중앙아시아 지도다. 신장은 타클라마칸 사막 주변으로 긴 타원형을 그리고 있다. 그 타원형을 가로지르는 둔황에서 쿠차까지의 루트는 현재 사막의 확대로 인해 깊은 모래 속으로 잠들어 버렸다. 그 루트의 한 도시 누란에서는 3500 년 전 미라가 된 '누란의 미녀'가 발굴됐다. 그녀는 유럽인에 금발에 푸른 눈이라고 대대적으로 기사화됐다.

밀워드는 이에 대한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녀를 유럽인이라 하는 것은 영국 혈통의 미국인을 호주인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 미라는 백인은 맞지만 지금의 유럽인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흑해 이북 러시아와 터키의 초원에서 발원한 인도-유럽어족은 동서로 확산했고 누란의 사람들은 그 초기의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굳이 유럽인이라 칭하는 것은 "선정적인 유럽 중심주의며 이들을 유럽인이라 기술한다면 이란인도 북인도인도 유럽인이라 불려야 한다"고 갈파한다. 우리가 실크로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 그것을 개척 또는 도둑질한 제국주의 탐험가들의 인식에서 한 발자국도 못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신장위구르 자치구 쿠차에서 만난 양고기 음식점 사장 딸. 얼굴이 묘한데, 쿠차는 당나라의 승려 현장이 지날 갈 때도 인도유럽계 백인들의 나라였다. 이 후 초원에서 퇴각한 위구르인들에게 접수됐다. 인종적으로 혈통적으로 매우 복잡한 사람들이다. 단지 언어와 풍속으로 위구르민족이라 불린다. 거대한 카라부란(흑폭풍)이 지나간 초저녁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위구르 여성이라면 눈썹이 관건이다. ⓒ이상엽
▲ 신장의 정신적인 수도 카슈가르의 구도심이다. 한 위구르 청년이 멀리 메카로 성지 순례를 다녀 온 후 동료들로 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장차 이 청년은 이슬람 종교 지도자인 '이맘'으로 성장할 것이다. 원리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던 투르크인들의 종교 세계도 차츰 변화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그들의 변화가 두렵다. 골목 구석에서는 이들을 감시하는 공안의 눈초리가 번득였다. ⓒ이상엽

역사는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포함되는 것

필자 밀워드는 이 지역에 대한 역사적 판단을 유보한다. 중국과 위구르 사이에서 누구편도 들지 않는다. 대신 오늘의 시선이 아니라 당대인의 시선으로 역사를 구성한다.

"위구르 역사에 대한 잘 정돈된 단선적인 서술을 재구성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어떠한 서술도 불가능하다든지 특정한 지파들을 임의대로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 <신장의 역사>는 읽는 이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그 역사는 소유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그 역사 속에 포함되는 것인가?

"신장은 여러 민족의 고향이며 여러 역사의 무대였다. 신장이 특정 집단을 위한 배타적인 무대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두를 위한 공동의 고향이라는 사실에 서로 다른 민족들이 동의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이들이 이 지역의 역사를 어떠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달렸다." (504쪽)

▲ 신강위구르 자치구의 카슈가르를 떠나 파미르를 오르게 되면 하얗게 모래가 쌓인 백사산을 만난다. 그 옛날 구법을 위해 인도로 가던 승려든 비단을 팔러가는 상인이든 이 산을 바라보며 자연의 경이를 느꼈을 것이다. 누구도 저것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엽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가·<프레시안> 기획위원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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