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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menu=c10800&no=141490&rel_no=1
"내 그 고통 다 알지, 이젠 좋은 곳으로 가"
'해원진혼굿' 에서 만난 일본 위안부 혼령들


"이렇게도 억울하고 분통하나 누가 알아줄까. 살기도 힘들고 죽기도 힘들은 모진 세월을 살았던 시절을 내가 무슨 말을 해야 전달이 될까. 누가 내 말을 들어줄까…."

한 여성이 주저앉아 넋두리를 하고 있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가슴팍을 치며 비통한 신음을 뱉어낸다.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울리는 그런 울음이다. 지켜보던 사람들도 이내 눈물을 쏟고만다.

꿈속에 나타난 단발머리 여자아이들

'일본군 위안부를 위한 해원진혼굿'이 지난 27일 서울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황해도굿보존전수회(전수회)에 의해 열렸다. 해원(解寃)굿이란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천도를 기원하는 굿을 말한다.

전수회와 위안부 원혼들과의 첫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하나의 문화(또문)' 동인들의 부탁을 받은 전수회는 1990년 수유리에서 위안부를 위한 굿을 한차례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굿을 먼저 제안한 쪽은 전수회 무당들이었다. 당시 '새끼무당'으로 굿을 지켜보았던 김상순 만신의 꿈에 단발머리 여자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전수회 무당들은 굿을 준비하면서부터 그 꿈을 한번씩 모두 꾸었고, 급기야는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혼신들이 아파하면 그 혼신에 빙의되는 우리 무속인들도 아파요. 다들 계속 병원을 들락거렸죠. 오늘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접신하고 빙의되느라 몸이 아파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김만신씨는 "원혼들이 죽은 지 너무 오래되어 묵은 지노귀(지노귀란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는 의식을 말하며 죽은 후 49일이 지난 후 행하는 것을 '묵은 지노귀'라고 한다)라고 할 수도 없다"고 안타까워하면서 "혼들이 충분히 한을 풀 수 있도록 끝까지 자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내 고통 말로 다 표현 못합니다"

굿은 신을 맞기 전 굿청을 맑게 하는 신청울림으로 시작되었다. 당신을 맞아들이는 상산맞이, 신이 굿을 잘 받았는지 확인하는 영실감응 다음에는 열수왕문을 열어 혼신을 불러모으는 수왕제석 굿거리가 진행되었다.

이어 혼신들을 선한 사자와 만나게 하는 사자군웅거리가 펼쳐졌다. 팔도에 한 마리씩 생돼지 여덟마리를 군웅먹이로 바치는 군웅거리는 전수회에서 가장 연륜이 높은 노순자 만신이 맡았다. 돼지를 삼지창에 꽂아서 세우는 의식을 군웅사슬이라고 하는데, 돼지가 잘 세워지면 신들이 정성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날 군웅사슬은 만신들의 지극한 정성 때문인지 한 분도 애먹지 않고 잘 섰다.

참석자 모두의 탑돌이가 끝난 후 팔도 원혼들의 수왕천 가르기가 시작됐다. 수왕천 가르기란 저승길을 의미하는 수왕천을 몸으로 가르면서 혼령들의 저승 가는 길을 닦아주는 굿거리를 일컫는다. 전국 팔도를 맡은 (이북 지역은 부모의 고향에 따라) 8명의 무당들은 순서대로 원혼들을 불러들여 그들의 한을 대신 풀어놓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 고통 말로 다 못한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함경도를 맡은 이용녀 만신은 접신하자마자 닥치는 대로 음식을 먹어치우며 "배고프고 춥다"고 몸을 떨었다. 그는 "나만 남겨두고 저희만 살려고 도망갔다"며 생존자 할머니들에게 눈을 흘겼으나, 곧 "너무 속이 상해 험한 말을 했다"며 사죄를 구했다. 그런가하면 경상도 정금녀 만신은 사과를 먹으면서 한방 중에 자다 끌려간 원혼의 넋두리를 대신했다.

"우리가 대신 그 원한 갚아줄께!"

만신들은 원혼을 불러들이면서 정신을 잃기도 하고, 숨거나 손을 모아 비는 등 원혼들의 고통스러운 순간을 재현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만신들에게 다가가 "내가 그 고통 다 알지", "이젠 좋은 곳으로 가. 우리가 사죄 받아서 원한 다 갚아줄게"하면서 그들의 원혼을 달래주었다.

8명 만신들의 수왕천 가르기가 끝나자 굿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원혼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번 굿을 진행한 김상순 만신은 "굿을 준비하면서 만난 원혼들은 이 땅에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죄냐며, 왜 자신들이 억울하게 죽어야만 했는지 원통해했다"면서 "시간과 능력의 부족으로 아쉬움이 많았으나 이를 시발점으로 위안부 원혼들을 위로하는 굿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굿에 참석한 84세의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씨는 당시의 경험을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고통"이라고 회상했다.

"꼭 죽는 줄 알았지. 맨날 두드려패서 말 한마디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어. 죽을 고비를 얼마나 넘겼는지 셀 수도 없어."

황씨는 "그 한을 풀려면 돈이 아닌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굿에 참여하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또 다른 피해자 이용수씨는 "15살에 끌려가 18살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렇게라도 우리 친구들의 한을 풀어주니 흐뭇하고 고맙다"며 웃었다. 또 그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위안부 문제가 점차 잊혀져 가고 있다"며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끝으로 "이 마저도 우리가 살아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는 이씨의 말이 내내 가슴에 남았다.

"무당굿처럼 좋은 사이코세라피는 없어" 
[미니인터뷰1]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 

이날 굿에 함께 한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는 "문광부에서는 이런 좋은 전통행사를 왜 지원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힐난으로 말문을 열었다.

-굿을 본 느낌은?
"굿은 일종의 공연이면서 신내림을 통한 상황의 재현이다. 단순히 흉내를 내는 게 아니다. 진짜 전통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굿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부분이 있다.

사자군웅거리를 하는 만신의 막강한 힘이라든가, 만신들이 드러내는 분노라든가. 굿은 말을 하지 못할 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인류학자인 한 친구는 무당굿처럼 좋은 사이코세라피는 없다고까지 말하더라."

-혹시 오늘 굿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현대인들이 굿이라는 훌륭한 전통을 즐길 훈련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굿은 함께 울고, 빌고 또 달래는 것이다. 오늘은 함께 운 사람들은 많았던 것 같은데, 원혼들을 달래는 적극적인 구경꾼들은 별로 없었다. 옛날에는 이러한 굿을 즐기는데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지 않았다. 부락제 사회다 보니 굿에 참가한 사람들이 그들의 아픔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절로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보니까 기다리는 것도 잘 못하더라. 7시에 끝난다고 했으니, 그때 딱 끝나야 되는 거다. 굿이라는 것은 혼이 지피면 시간이 얼마나 갈지 모르는건데 말이다. 굿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교육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곧 우리의 파행적 근대화를 이해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런 굿이 작게는 일본 군국주의에 희생당한 여성들을 위로하는 의식인 동시에 크게는 반전운동의 한 형태라고 본다.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 중 하나가 여성들이다.

위안부문제는 다양한 모순을 집약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풀기가 어렵다. 이 행사가 억울한 여성들의 한을 풀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례가 되길 바란다." / 송민성 

생존자 할머니들과 일본 땅에서 위로받고 싶다" 
[미니인터뷰2] 오수자 만신 

굿을 끝내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도 오수자 만신은 "다음에는 더 잘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굿을 준비하면서 온 몸이 가렵고 아파 하체를 쓸 수 없는 병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위안부라는 말만 들었지, 위안부 여성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알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그 고통이 몸으로 오더라구요. 딸을 내어주지 않으려고 일본군에게 맞는 부모를 보면서 제 발로 군인을 따라나설 때의 고통, 한장 한장 전표를 모으며 고향에 가기를 고대하던 간절함, 그리고 그 간절함이 좌절되었을 때의 안타까움, 후퇴하면서 증거를 없앤답시고 구덩이에 밀어넣고 총칼에 찍히던 아픔, 누구 자식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악몽같은 슬픔들이 고스란히 다 느껴졌어요."

그를 비롯한 전수회 만신들은 강제징용으로 희생된 원혼해원굿과 함께 처녀총각 원혼들을 위해 영혼결혼굿을 열 예정이다.

"다 풀어드려야죠. 그 분들도 그 분들이지만 살아계신 할머니들도 안타까워요. 원혼들은 좋은 옷이라도 입고 저승길을 떠났지만 저 분들은 언제 좋은 세상을 보고 눈을 감으실 수 있을까요?"

한편 오수자 만신은 "생존자 할머니들과 손잡고 일본 땅에 가서 위로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 송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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