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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4 14:44

빚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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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고 문형린 장로의 글입니다.
1989년 [캘거리]리한인연합교회 발행 [복음] 제 2호, 27-30 쪽.
담백한 신앙의 고백이 담겨 있는 글입니다.
-운영자

빚진자

문형린 집사
         
1967년 8월 26일, 토요일 오후의 캘거리 시내는 그 당시 한국의 대구나 대전에 비할 만큼 조용하고 조그마한 도시였던 것 같았다. 서울에서 익힌 밀치고 미는 데 익숙했던 몸에는 마치 인생의 노년기에 달한 몸이 유양지에나 와 있는 듯한 조용하고 아담한 곳이기도 했다.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들[엔] 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지금 알고 보니 다운타운이라는 곳은 많은 사람들에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생활터인 것이었다. 그러나 평일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과 몸에서 친절미가 뚝뚝 흘러 넘친다. 동양의 예의지국에서 온 사람이 부끄러울 정도로 사람들이 예의 바르고 상냥하고 화평해 보인다. 이런 곳을 가리켜 지상천국이라 하겠지 마음속으로 크게 감탄하면서 고국의 어머님과 동생들, 누나, 그리고  친구들을 생각했다. 이 낙원을 누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 만난 한국사람들도 무척 친절했다. 말과 행동이 형제나 친구를 대하는 것과 같았다. 사람의 가치가 높은 때였던 것이 틀림없고 특히 사정이 많이 달랐던 한국에서 [갓] 이민 온 나에겐 만나는 모든 사람, 아니 이 사회전체가 나에겐 은인이었고 나는 한마디로 빚진 자였다. 빚진 자가 된 다는 이미 요행이나 행운을 지축하며 지날 때를 넘어섰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무리 철면피판 사람이라도 나와 같은 과거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건져내 주신 역사의 주관자요 인생의 목표인 창조주 고마움과 빚진감을 느끼지 않을 자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본능이기도 한 것이다. 내가 처음 느낀 잊을 수 없는 고마움은 나의 부모님에 대한 것으로 6.25 동란 후 대구 피난 생활 중이었다. 피난민들이 아직도 매일 활물차가 넘쳐 흐를 정도로 차서 들어오는 시절 대구 역전과 근처의 시장 바닥에서 목판에 엿이나 땅콩을 담아 목과 배에 걸쳐 들과 다니며 소리쳐 팔 때이다.

우리 부모님은 아동복을 파는 장사를 역시 그 시장에서 하시던 때였다. 몇 달 동안 했는지를 잘 모르지만 하여튼 어린 내 맘에도 어렴풋이 장사는 날로 어려워만 가고, 언제나 나도 남들처럼 한국에 자리잡고 좀 볼만한 장사를 해볼 수 있나 하는 이를 테면 장삿길에 들어선 젊은이의 고민과 사업계획에 몰두하던 때인데,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아버님이 학교엘 가자고 하셨다. “네 나이에 학교를 가야지 더 이상 이러고 지내다가는 장래를 망치겠다”고 하셨으며 그 날로 나는 국민학교[초등학교] 6학년에 입학[하여] 학생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때의 우리 가정형편이나 부모님의 사고 방식 등의 여러 가지 여건이 나로 하여금 학교 문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였다면 나의 현 위치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은 너무나 확실한 일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그런 것 쯤은 당연한 일이지 무엇이 그리 대단한 것이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후 장성하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렇게 느껴진다. 사실 그 당시의 형편으로 학교에 못간 아이들도 꽤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무척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는데 그 종류나 수가 얼마나 많은지 모를 정도로 많다. 서양 속담에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할 때 지금까지 받은 은혜가 얼마나 많은지를 세어보라”는 말이 있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나와 같이 한국에 일하던 사람은 자기가 결핵일 것이라는 확증이 여럿 있음에도 돈 들 것이 두렵고 알고도 못 고칠 것이 두려워 아예 단순한 기침이나 좀 지나면 낫겠지 하면서 잊으려 하는 것이었다. 어린 자식을 데리고 홀로 사는 늙은 부인이 돈은 없고 혼자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기가 힘들어, “우리 애는 머리가 나빠 학교 가서 공부도 못하니 나하고 이렇게 나무나 해다 팔고 동네 품팔이도 하며 같이 사는 것이 최상책이라” 하며 학교 얘기만 나오면 회피하는 것도 보았다.

애써 재산까지 팔아가며 자식을 공부시키는 부모를 버리고 떠날까봐 일찌감치 결혼과 일의 멍에를 매이며 사는 보모들의 사례도 많이 들었다. 또한 마음에도 없는 말을 이해타산에 매여 사는 사람들. 살기 위해 거짓증언 해야 하는 사람들. 명예나 위신을 얻거나 지키기 위하여 있는 체 혹은 아는 체 혹은 모르는 체 혹은 못 본체, 못들은 체 하며 사는 사람들도 또 얼마나 많은가? 그뿐이랴? 예수라는 말은 많이 들어 왔지만 그런 것은 예수생이나 혹은 종교를 필요로 하는 사람게게나 해당되는 것이지 나에게는 해당 안되니, 이 바쁜 세상에서 할 일도 많고 시간도 흥미도 없으니 아예 그런 얘길랑 다시는 하지 말아 달라는 딱한 정을 오히려 받을 때에는 주를 믿는 나로서는 전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아 할 말과 용기를 읽고 만다.

예수님의 제자 중에는 한 사람이 주님을 따르기 전에 한가지 할 일을 먼저 하게 해 달라고 정하였을 때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 두고 너는 나를 따르라”는 말씀의 뜻을 생각하면서 낙심에서 헤어나는 위로를 받게 된다. 이런 일은 사람이 하는 곳에서는 어디나, 한국이나 이민 온 북미주 사회에서나 같은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이런 딱하고 처참한 [지경에서] 나를 보호해 주시고 다시 소생시켜 주시는 이는 우연의 신도 아니고 자신도 아니고 분명히 나의 절대주이신 하나님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참으로 많은 빚을 지고 사는 사람이다. 이렇게 큰 빚을 진 내가 캐나다에 온 후에 느끼는 점이란 당연히 “어떻게 인생행로 중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도 캐나다에 와서 배운 것인데, 신세는 받은 사람에게 갚는 것이 아니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갚는 다는 것이다. 

이민초기로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베풀어 준 신세를 그들에게는 다시 돌려 갚을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들은 참으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 중에는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세상은 공평하기도 한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섭리인 것도 같다. 빚진 자로서 하나님께 충성하고자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니 나의 존재와 생명유지조차도 그 한 순간이 주님이 베푸시는 자비심에 의함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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