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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1. 비자 취득 기간이 6개월로 길어진다나 어쩐다나 하는 뉴스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버지께서 쩨깍 전화를 걸어오셨고 학생 비자는 예약 없이 인터뷰 당일날 바로 결과가 나옵니다 알려드려도 내심 찜찜하신 모양이다. 거 뭐냐 내 친구 아들 하나도 동부 어디로 편입을 갔는데 젤 처음엔 빠꾸 먹은 모양이더라. 이제 한번만 더 들으면 백번.. 까지는 아니고 열번은 될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내 짐작에 그 친구분 아드님이란 분은 분명 비자 인터뷰를 위한 사전준비를 어디 한군데라도 성실히 하지 않았음이, 아님 유학원에 일체 일임한뒤 턱하니 방심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왜냐. '국무부에서 허가가 나지 않아서' 비자를 내줄수 없다 했단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그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에게, 다시 우리 아버지에게서 내가 전해 들은 말이다. 아드님이 알카에다 조직원도 아닐터.. 많고많은 미국 학생 비자 신청건에 국무부까지 그렇게 직접 개입되었단 말은 듣도 보도 한 적이 없음이다. 80년대 운동권 출신이 간혹 가다 비자 발급이 거부되었단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어도. 아무튼 아버지, 염려 마세요. 저는 워낙에 평범한 넘이라 국무부까지 끼어들 일이 전혀 없다니까요.

2. 지식은 그만큼의 한계일 수도 있다. 이른바 문자독이란, 앎으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그러한 무지와 편견을 가리킨 것은 아니었을까. 갑자기 무슨 말이냐 하면, 올해 출국하는 업계 동료들과의 자리에서 좀 재밌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전공의 특성상 수학과나 통계학과 출신들이 갈수록 증가 추세이고 올해도 적지 않은 숫자가 그런 분들이었는데, 재밌는 것 하나는 서로가 서로를 은근히 부러워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과 출신은 수학/통계학과의 그 엄청난(!) 수학 실력을, 수학/통계학과 출신은 경제학과의 그 엄청난(?) 전공 지식을. 이런 경우 다들 자비타존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인다는 뜻의 정체불명의 고사성어) 하기 마련인데, 그런 가운데서도 간간히 해프닝은 벌어지는바 가령 이렇다. 기본전제를 이해하고 그 다음 바로 답을 구하는 수학 공부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은 간단한 미분 공식 하나에도 그렇게 심오한 이해가 전개과정 내내 깃들어 있는지를 전공자들을 만나보지 않는한 인식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물론 역도 가능하다. 경제학엔 크게 시카고대의 시카고 학파와 하버드/MIT의 케인즈 학파 이 두개가 있는데 노벨 경제학상은 그 두 주류 학파 간의 우열을 가름하는 척도이다.. 이렇게 알고 계신 분도 실제로 계셨다. 물론 그 분을 탓할 것은 아니다, 경제/경제학 관련 각종 찌라시들의 해독일뿐.

3. 이뿐이랴. 가령 맑스를 제대로 읽기 위해선 방대한 정지작업이 아울러 필요하다. 무엇보다 독일 관념 철학에 대하여. 19세기 중반 서유럽 자본주의의 발전 상황에 대하여. 애덤 스미스와 리카르도, 멜서스도 당근 꿰고 있어야 하며 그럼 다시 로크, 흄, 루소, 밀 등도 아니 나올 수 없게 된다.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인도까지 포함하는 당대 거시사도 필요해진다. 프랑스 혁명사도 알아야 하고 제 1, 제 2 인터내셔널 성립/붕괴사도 알아야 한다. 맑스주의 자체를 고전파 경제학의 한 흐름으로서 인식한다면 20세기 초까지의 다른 고전파 경제학 원전들도 빼놓을 수가 없다. 기본적인 미적분은 기본이다. 요까지가 최소한 맑스를 기본적인 텍스트로서 좀 읽었다 양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수준일 것 같은데 문제는.. 이게 말이 쉽지 상당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헤겔은 헤겔 입문서 한권으로 일단 정리하고, 애덤 스미스와 리카르도 등도 경제사상사 한두권이면 대략 일별할 수 있다. 이것이 3세계 학삐리들의 인생이라면 어쩔 수가 없다, 근데 우리 공부란게 어떤땐 정말 모래 위에 누각을 짓는 것이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원전을 모르고 그 해설서들만 본다. ..에 의하면, .. 논문에 따르면, 논의 자체가 이런 식으로밖엔 성립이 안 되는 판이니 의미있는 논쟁이나 토론 자체가 어떤 면에선 솔직히 불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사회과학 분야에서 자체적인 축적이 여태껏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유학 다녀온 교수/박사들은 전부 각개약진만 할뿐, 업계 동료들의 한국어로 된 저작은 자의든 타의든 무시만 하는 풍토를.. 언젠가 존경하는 선배 하나가 한탄하던 기억이 난다.

4. 편협한 민족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리라 믿는다. 학문의 매판성을 비판하는 척 하며 교묘하게 대중에게 영합하는 반지성도 아니다- 요즘 정치하시는 유모씨가 문득 생각난다. 아무튼 어렵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제대로 하기란 정말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이제 똥폼 그만 잡고 술이나 마시러 가야겠다.

어느 배운 친구가 제3의 물결 같은 미래학은 사화과학이 아니라 하더군요.

그러니 갑자기 생각나는데, . . . . .
맑스, 베버, 뒤르껭, 이런 애들이 옛날 사회학이라 했다던데, 그 중 맑스 . . .

꼭 사회학에 한정하지는 말고 . . . .

어쨌던 맑스가 무슨 무기명 설문지 돌리고 그걸로 통계 내고 수치 계산한 것 같지는 않은데. . . .

맑시즘-레니니즘 중 어느 부분이 과학이고 어느 부분이 과학이 아니며, 왜 그러합니까?
(맑시스트들이 "과학"이라고 대중에게 선전하는 것은 논하지 말고)



메이져리그와 과학.. 그리고 퉁님께도


ML이라길래 메이져리그인줄 알았슴다.--;;

암튼,

보통 좌파들이 말하는 과학적 법칙으로서의 맑시즘은 인간 사회를 고찰하는데 있어 생산양식과 소유구조라는 틀로서 인식할 때에 타당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러한 물적 토대 제반에 관한 접근 방식이 그렇지 않은 종래의 신학, 공상적 사회주의, 기타 잡다한 부르조아 정치 철학들과 비교하여 그 성격과 내용에서 완연히 구분이 된다는 겁니다. 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신의 의지도, 교육과 계몽에 의한 인류의 자발적 개선도, 그리고 물적토대와 계급투쟁이라는 핵심을 비껴간 모든 정치, 제도, 문화적 요인들도 다 아니라는 거죠. 개인적으론 요부분에서 맑시즘이 하나의 사회과학으로서의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잡소리는 다 집어치워라, 핵심은 오직 물적토대와 계급투쟁일 뿐이다, 잃을 것이 없는 만국의 노동자는 단결하라.. 등골이 오싹해지는 맑스의 이런 주장 때문에 어떤 면에선 님이 언급하신 베버나 뒤르켐이나 포퍼 같은 이들이 일종의 반작용으로서 존재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 맑스를 공격하거나 아님 애초에 무시하거나 (혹은 무시하는 척 하거나), 어느쪽이든 맑스의 영향을 받지 않은, 맑스를 의식하지 않은 당대의 사상이란 별로 없겠죠.

경제학도로서 맑스에 대한 제 평가는 대충 이렇습니다. 위에서 서투르게나마 요약한대로 하나의 학설로서 별 손색이 없거든요. 지금 기준으로 봤을땐 벼라별 희한한 소리를 다한 다른 사상가들에게도 우리가 그걸 이유로 애초에 폄하하진 않는 마당에 맑스 역시 그냥 고전파 경제학의 한 흐름으로서 (사실 요부분이 맑시스트 친구들에게 제가 욕 먹는 이유입니다만, 맑스를 고전파 경제학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다니..!), 하나의 사회과학으로서 인정하면 될 일입니다, 제 생각엔.

문제는 오직 맑시즘만이 사회과학다운 사회과학이라거나, 사적 유물론이 이를테면 열역학 제 2법칙 같은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보편성과 필연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뭐 이런 부분들 입니다. 제 대답은 글쎄죠. 분석의 틀로서 맑시즘은 분명 과학적이라 인정받을만 하지만, 이를테면 그 이후의 전개까지 모조리 다 예측할 수 있다.. 인간 사회가 결코 그렇지가 않거든요.

사실 사회과학이란 개념 자체가 상당히 애매모호합니다. 사회-과학이라는데.. 그럼 과학은 우선 뭐고.. 사회과학은 얼마나 과학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사회과학에서의 '법칙'이란 또 뭔지.. 위에서 말한대로 분석은 가능하지만 논리적 일관성에 의한 예측은 불가능한 그런 법칙도 과연 법칙으로서 인정 가능한가.. 요거 아직도 논쟁 중입니다. 아마 영원히 안 끝나겠죠.

제3의물결이나 미래충격 같은 것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사회과학은 결코 아닙니다만 상당히 흥미로운 저작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파편화되어 있는 세부전공에만도 여력이 부족한 지금의 사회과학도들이 수행하기엔 어려운 작업을 어떤 의미에선 한거니까요. 고용안정 없는 불균형 성장, 국민국가의 해체, 계급 간의 새로운 이해 대립.. 거기 다 들어있습니다. 대신 아주 잡다하게 서술하고 있지요.

그리고 퉁님, 리플이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제 전번 리플은 오류투성이이고 퉁님 옹호 입장에서 한번 써본건데, 아무튼 기회가 된다면 박정희식 패러다임 혹은 동아시아 성장 모델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할 수 있기를. 근데 언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있을까 싶어.. 우선 싸이트만 하나 알려 드립니다.

NYU의 Roubini 홈쥐 ( http://www.stern.nyu.edu/globalmacro ) 동아시아 금융위기 관련하여 가장 방대한 링크를 소유하고 있는 싸이트입니다. 크루그먼, 삭스, 스티글리츠, 돈부쉬, 스탠리 피셔, 펠드스타인 등 대가들의 논평/기고에서부터 암에푸/세계은행/서방 및 한국 언론 등에까지, 암튼 입맛대로 골라 읽으시고 그래도 흥미와 시간이 나신다면 앞서 웹서핑 가운데 알게된 1,2차 저작들을 보시면 될 겁니다. 박정희 시대 경제관료들 홈쥐들도 제가 들러본 적이 있구요,

그 반대편 입장을 알고 싶으시면 변형윤 혹은 사회경제학회로 검색하시면 될 겁니다. 한국은행이나 KDI 홈쥐에도 97년 위기 관련하여 많은 글들이 있지요. 구매의 팁을 하나 드리자면, 인터넷 헌책방에서 2만원이면 저런 주제로 예닐곱권은 가까이 살 수 있습니다. 저것보다 더 좌파적인 시각도 원하신다면 new left review나 znet 홈쥐로 가시면 되고 국내에선 정치경제학으로 검색하면 류동민이나 장상환, 김수행 같은 노/소장 학자들 홈쥐가 주욱 나올 겁니다. 마찬가지로, 일차 웹서핑 후 관심가는 저작을 좀 더 읽어보는 그런 방식이 좋겠지요, 전공자도 아닌 마당에 자세히 읽을 필요도 없고 퉁님이 딱 필요한만큼만 읽으시면 될 일. 아무튼 해석의 입장도 제각기 다 다르고 수준도 천차만별입니다. 어떻게 이해하실지는 역시나.. 퉁님 몫이겠지요. 그럼 저는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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