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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완전한 나라


대통령이라고 항상 옳은 결정만 내리진 않는다. 책임질 결정만 내린다. 대통령의 국회 파병연설문은 마치 마키아벨리의 <정략론>을 풀어 읊는 듯했다.
"일이 조국의 존망에 걸려 있을 때는, 그 수단이 옳다든가 그르다든가, 관대하다든가 잔혹하다든가, 칭찬받을 만하다든가 수치스럽다든가 하는 것 따위는 일절 고려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목적은 조국의 안전과 자유를 유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시오노나나미,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파병 문제로 나라안이 시끌벅적하다. 파병문제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현안이다. 비록 국회 찬반 표결에서 파병안이 통과했다하더라도 파병을 해야 하는 현실은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명분을 억누르지 못했다. 절반이 넘는 파병 반대여론에 대한 설득은 완성되지 않았다. 명분없는 전쟁에 불참한 국민은 현명하다.


토론대통령 답지 않은 섣부른 파병 결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앙금을 남겼다. 출발부터 바보노무현은 사라지고 대통령만 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즈음, 미국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대북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대통령의 연설과 "우리와의 합의가 없는 한 미국은 북핵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믿음 사이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한나라당의 등에 탄 대통령의 모습은 참으로 요상스럽기까지 하다.


파병은 우리에게 뿌리깊은 치욕을 선사했다. 침공은 미국 맘대로였다.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 앞에, 우리는 국가신용등급 관리에 신경이 가 있다. 민중단체는 “4월2일은 한국이 전범국가가 된 날”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파병 결정을 내린 노무현 대통령을 전쟁종범이나 '파블로프의 개'로 내칠 생각은 전혀 없다. "정치경제적 힘의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정책결정자를 푸들(애견=귀염개)로 몰아세울 경우, 자칫하면 명분의 푸들이 되기 쉽기(김진석)" 때문이다. 미국을 지원하고 나섰다는 이유로 우리나라를 전범국가로 낙인찍지는 말자. 석새 빠진 주장은 뒤웅스럽다. 우리가 전범국가가 아닌 것은 명명백백하지 않은가.


"저 언덕을 넘어서면 새 세상의 문이 있다 황색기층 대륙 길에 어서 가자 방울소리 울리며"


이라크로 가는 복지만리 길이 밉상이다. 베트남으로 갔던 길이나 이라크로 가는 길이나 미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역사 이래 가장 명분없다는 전쟁에 국익이 명분이라는 논리는 궤변이다. 이라크로 파병하면 북한을 봐줄 거라고 하는 논리는 억지요, 모순으로 보인다. 이라크 침공에 가담해서 얻는 환하게 밝아오는 내 조국의 아침은 얼마나 비루한가. 참여정부라지만 마지못해 이라크로 병력을 보내야 존립 가능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에 시대와 정면으로 불화하고 싶어진다.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뜻에 거역할 자유를 누리는 기분은 참으로 꿀꿀하다. 여태껏 노무현정부와 적대하기 위해 연호했나하는 만감이 고개를 든다. 시위를 맘껏해도 덤거리 민족의 지괴지심은 고스란히 남는다.


지금 미국은 가장 강력한 불량국가의 괴수로 지목된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영국을 끌여들여 이라크 민중을 고통속에 빠뜨리고 있다. 소련 몰락 이후 미국은 군사력 사용의 구실을 이들 제3세계 국가에서 찾아 인종청소에 한창이다. 인디언 사냥이 끝났으니, 그리고 소련이 몰락했으니 아랍을 사냥하는 것일까? 불량국가는 제3세계의 국가들 중 미국이 세계지배와 힘의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해놓은 몇몇 나라들이다. 그러나 미국이야말로 "국내의 권력이 규정해 놓은 국가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서도 아주 불결하게도 자신들을 세계의 심판자이며 집행자로서 선택받은 자처럼 행동하는 불량국가(촘스키)"이다. 그 불량국가의 대열 뒤에 숨어서 국익을 챙기려는 얄팍한 국가의 국민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을 수 없도록 부끄럽다. 곧 있으면 박애주의로 무장한 논란의 666 파병대가 뒷처리에 나설 것이다. 미안해요 베트남! 미안해요 이라크! 이라크는 우리 역사 앞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이다.


불량국가는 명목상으로는 '강대국의 명령을 거부한 나라'였으나, 미국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깡패국가가 되었다. 미군은 오폭도 마다하지 않았다. 겁에 질린 침략군처럼 마구잡이 학살도 했다. 사람잡는 '충격과 공포' 작전은 닉슨의 '미치광이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의 적들은 우리가 돌아버릴 수도 있고 예측이 불가능하며, 가공할 파괴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겁에 질려 우리의 요구에 순응할 것"이라는 맹신이 그 뿌리이다. 우리가 아름답게 부르는 아메리카는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었다. 그것은 라이트 밀스의 <들어라 양키들아>에 잘 나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양키정부와 양키제국주의의 크고 날카로운 칼날뿐이다. 우리에게 양키 정치라든가 양키제국주의란 말은 더러운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쿠바에서 살아온 일상생활의 현실이다. 할 일 없는 관광여행가, 설탕독점자, 바스티타 독재의 지지자, 바티스타의 살인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것, 우리가 일거리가 없어 더러운 오막살이 밖에 나와 길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도 토지를 놀려두고 있는 것, 우리는 미국을 이런 것들과 연결시켜 생각한다."


대통령에게는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했다. 국익부터 내세울 줄은 몰랐다. 민족공조를 염두에 둔 한미공조? 좋다! 한반도의 평화가 '악의 축' 부시의 비위를 맞춰야 보장된다는 것 정도는 잘 안다. 그래서 우리의 솔로몬 노통은 부시에게 평화를 구걸한 것일까? 과연 파병조치로 한반도 평화를 담보해낼 수 있을까?


애당초 나는 노대통령이 상식과 원칙의 반석 위에 틈실한 대한의 아침을 열어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파병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니올시다였다. 그래서 나는 노무현과 완전한 나라에 대해서는 잠시 기대를 접었다. 완전한 나라를 포기하고 대신 ‘안전한 나라’로 기대치를 낮추었다. 우리정부의 성격은 국군파병으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제국이나 속국, 깡패국가라는 것은 없어져야할 것들인데 우리정부가 생뚱맞게도 이에 편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땅에 얽힌 겨레는 어디쯤 오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반대를 외치는 우익들의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 나의역사인식으로는 아직 대한민국은 완성되지 않은 국가다. 문화국가는 멀었다.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김구, 나의 소원>


'양키고홈'이 '양키안정론'으로 되살아나는 현실 앞에, 우리는 이라크로 떠날 병사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내일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후일 조국의 안전과 자유를 이라크 파병으로 지킬 수 있었다고 할만큼 깊게 참회하면서 후일을 도모하자.


파병반대로만 쏠리는 우리의 몸살나는 반전시위를 한 단계 발전시켜, 전범국가와 결별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리고 참여정부가 "아닙니다, 아니고요"라고 정중하게 손사래칠 수 있는 '노(no)의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그 밑그림을 착실히 준비해야한다. 높낮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자존심 강한 좌우의 당신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우리의 정부는 고요하게 저항하는 것에 깊게 반응하는 '참회의 정부'가 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노무현정부가 '내가 원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어찌 성공한 김구주의자 노무현 대통령만의 꿈이겠는가. 노무현과 완전한 나라는 그저 꿈꾸는 국민의 정부로 남아서는 안되리라.


하니리포터 서태영 기자 orangkae@senu.com

편집시각 2003.04.04(금) 14:2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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