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떠도는 주민번호 -한겨레

by 운영자 posted Oct 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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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회 등록 2003.10.03(금) 19:07


인터넷 떠도는 주민번호

검색 얼마 안돼 개인정보 '와르르'

개인신상정보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인터넷 세상에선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는 곧바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잠깐 검색으로 수백명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서 마음만 먹으면 주민등록번호를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한겨레> 취재진이 검색한 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아 한 인터넷 카페(동호회) 게시판에서 ‘여름캠프 참석자 보험용 주민등록번호’라는 파일을 발견했다. 71년생부터 90년생까지의 남녀 120여명의 실명, 주민등록번호, 집 전화와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정부쪽 사이트를 살펴 봤다. 서울 시내의 한 동사무소 민원게시판에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문의한 이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와 이메일이 무방비 상태로 올라 있었다.

개인간에 파일을 주고받는 피투피 사이트의 개인신상정보 노출은 더 심각하다. 한 프로그램으로 검색을 한 결과 120여건의 주민등록번호 관련 자료가 나왔다. 이중 ‘강** 주민번호’라는 파일을 여니 100여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나왔다. 여기에 실린 명단 중 일부에는 주소와 특정 사이트의 아이디까지 나와 있었다. 누군가가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입수한 개인신상정보를 모아 둔 파일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주민등록번호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정도만 알면 그 사람의 인터넷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알면 그 사람이 회원등록 할 때 넣은 개인정보를 모두 입수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민등록증을 위조할 수도 있고, 신용카드를 만들 수도 있다.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은행에서 사용하는 계좌, 신용카드, 휴대전화 정보 등도 줄줄이 뺄 수 있다. 이런 탓에 신용불량자들의 대출을 알선해 준다는 사이트나 카페에 들어가 보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정보를 돈주고 산다는 게시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28건에 그쳤던 개인정보침해 사건은 2001년 1109건으로 무려 40배가 늘어난데 이어, 2002년에도 2496건에 이르렀다. 올해의 경우 지난 7월까지 모두 1616건이 발생해,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범죄는 대부분 주민등록번호를 악용한 것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양근원 팀장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제공한 이들도 자신의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 제정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동기, 김성우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인터넷의 일상화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보고서에서 개인정보 보호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핵심은 주민등록번호다. 정부부처부터 민간기업까지 개인의 신원확인을 위한 수단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다 보니, 주민번호만 있으면 모든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총괄적으로 다룰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하고, 학생 때부터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동기 연구원은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이를 소홀히 생각하는 사회 전반의 인식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며 “온라인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더 큰 재난이 오기 전에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3/10/0050000002003100319073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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