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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2 21:33

님은 먼곳에

조회 수 25312 추천 수 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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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라는 영화 배우를 검색하다가 가수 거미가 부른 "님은 먼곳에"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세대차이가 나는지는 몰라도 저는 김추자라는 가수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노래가 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어릴 때 들었겠지만 기억이 전혀 안나더군요.

 

 

그래서 위의 노래가 참 좋다고 옆에다가 말했더니만, 거미의 노래는 별로라고 하며 진짜는 김추자님의 음성으로 이 노래를 들어 보라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찾아 봤더니 김추자님은 진짜 잘 부르시는군요. 

 

 

이 노래 이것 저것 듣다가 수애가 직접 부르는 노래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두어달 전이었죠. 그런데 며칠 전 다시 이 노래가 떠 올라 유투브 검색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이 노래와 수애가 부르는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이 노래와 영화 장면이 겹치는 것을 지난 번에는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아마추어로서 부른 수애의 노래가 소박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어떤 영화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김추자의 이 노래 제목과 영화제목이 같은 줄은 몰랐습니다. [수애 영화] 키워드를 넣었더니 영화 제목이 [님은 먼 곳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평을 두어 곳 보니 별로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구글 동영상을 찾아 보니 전반부가 있어서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라는 아주 단순합니다.  대학을 다니는 삼대 독자 아들 (박상길)이 어머니의 강권에 의하여 시골 처녀 (순이)와 중매로 결혼을 하고 군대를 갑니다.  이 시골처녀 역을 수애가 합니다. 시어머니는 군대간 아들에게 매달 며느리를 면회보냅니다. 혹시나 모를 사고로 대가 끊길 것을 두려워해서 며느리를 아들한테 씨받으러 보내는 것이죠. 그러나 애인이 있던 아들은 자신의 색시한테 눈길하나 보내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이 아들은 고참과 싸워서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귀로에 놓입니다. 영창을 가느냐 월남 파병을 가느냐...그래서 함께 싸움한 고참과 아들은 월남 파병을 선택합니다. 나중에 충격을 받은 시어머니는 아들 찾으러 월남을 간다고 하자, 며느리 순이 (수애)는 자신이 가겠다고 합니다. 순이는 우여곡절 끝에 사기꾼 음악 밴드를 만나 월남에 가서 이곳 저곳의 한인 병영에 위문하면서 군사물자를 받아 돈을 버는데...여러 에피소드 끝에 남편을 만난다는 이야깁니다. 영화평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고 심지어는 아예 없고,  부인에게 눈길조차 주지않은 남편 박상길을 찾아 월남까지 순이가 찾아가는 필연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혹평을 합니다.

 

1970년 초...시골의 양반집. 비록 몰락한 양반집이지만 전형적인 가부장적 가족...그리고 친정부모 또한 출가외인의 전통을 엄격하게 고수한 상태에서 순진한 시골 아낙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여필종부의 전통을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순이가 남편을 따라 죽음을 넘는 사선으로 갈 결심을 하게 되는 경위의 필연성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순이에게 마지막 남은 길은  남편을 찾아 씨를 받아 오는 길이 유일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한 평범한 시골 아낙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도 합니다.  이것은 감독이 의도한 이야기 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수애를 위한 수애의 영화라고 하는데 톰 헹크스의 [Cast Away]의 맥락과 비슷합니다.

 

어쨌든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다른 애인 땜에 괴로워하는 남편넘이 뭐가 좋은지, 아니면 그 동안 정이 들었든지, 또 아니면 남편이라고 마음에 둔 아내의 마음, 그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는 새 사랑이 싹텄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애증은 전통적인 한국의 아낙들이 갖는 정서였습니다. 사랑에 대한 선택권이 전혀 없고 부모가 점지해 준 배우자를 만나 애낳고 살면서 흔히 우리가 말하는 사랑, 또는 정을 키워 나갔는지도 모릅니다.  60-70년대의 어린 시절도 생각나고 영화의 세팅은 그런대로 당시의 시골과 시골 아낙의 정서를 제대로 표현한 영화인 것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항상 실존적 선택으로 사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우연히 찾아오고, 때론 폭풍처럼 삶의 인연이 찾아와, 삶의 의미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입니다. 그러므로 우연과 필연은 종이 한장 차이같습니다. 우연이 절대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바로 그것을 필연이라고 보는 우리의 의미부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슴에 묻어둔 인연의 고리를 지울 수 없어 베트남의 전쟁터로 찾아간 순이. 그리고 그녀가 상길을 만나서 한 일은 뺨을 날리는 것이었습니다. 흠, 우리의 일상은 아무런 매듭없이 흘러가지만, 어느날 예기치않게 삶의 매듭이 맺어지는 인연은 삶의 기적일 수 있습니다.  장진영의 [국화꽃 향기]라는 영화 다음으로 제게 오래남을 동화적인 영화 [ 님은 먼곳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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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P 2011.07.13 17:05

     영화 제목을 바꿔야할듯 합니다.


    "놈은 먼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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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버기 2011.07.14 06:35

    위에 평을 보고 빵 터졌습니다. 


    "놈은 먼 곳에" ㅋㅋㅋ


    전 개인적으로 수애를 참 좋아합니다.

    어딘지 모르는 수수함. 어릴적 초등학교 친구같은 느낌. 내가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느낌. 뭐 여러가지가 교차하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요즘 나오는 천편일률적으로 생긴 연예인보다는 수애 처럼 수수한 느낌의 사람이 더 호감이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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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렌스 2011.07.15 00:04

    수애는 전쟁의 신 아테나라는 드라마에서 멋진 연기를 펼쳤습니다. 전에는 수애가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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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uck 2011.07.15 21:16

    저도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인상적인 장면은 베트남에 돈 벌러간 딴따라 밴드(순이 포함)가 우여곡절끝에 베트공에 붙잡혀 지하 아지트까지 끌려갔을때 베트공 지휘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를 안고 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는 북베트남 장교의 모습은 흔히 보던 한국의 반공영화에 나오는 '빨갱이 적군'의 이미지가 아니었죠. 전쟁이 아니었다면 어느 시골학교의 선생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 어두운 지하 벙커에서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장면을 보며 그 어떤 치열한 전투장면 보다 더 전쟁의 비참함과 아이러니를 느꼈던게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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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uck 2011.07.15 21:29

    한가지 더... '님은 먼곳에' 노래가 아주 멋지게 나오는 장면이 있죠. 수애가 국군 헬리콥터를 타고 가는데 헬기 조종사가 노래 한곡 해달라고 해서 수애가 헬기 안에서 '님은 먼곳에'를 부릅니다. 노래와 함께 헬기가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장면이 나오죠. 베트남 전쟁영화에서 헬기가 뜰때면 대개 Rock음악이 겹쳐지는 게 익숙한데요. 또는 어쩌다가 장중한 교향곡을 집어넣기도 하죠(지옥의 묵시록중). 그런데 전혀 색깔이 다른 한국 가요와 베트남 전쟁터의 장면이 겹쳐지는게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신선한 감동을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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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렌스 2011.07.16 02:34

    Churck님, 예리하시군요. 글 올리신 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영화는 나름대로 잘 된 영화인데 시의적절성의 견지에서 별로 호소력을 갖지 못했다는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한 것이죠. 월남전과 관련해서는 이미 안정효 소설의 [하얀전쟁]에서 월남전의 참상과 어두운 면을 밝혀서 독창성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또한 월남이라는 나라는 한류의 대표적인 국가라서 적과 동지라는 적대적 이념이 희석되었다는 면도 무시하지 못할 것같습니다.

     

    저는 주로 이 영화가 갖는 동화적 측면, 즉 수줍은 시골색시 순이가 자기를 표현해 가는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다른 선은 소개에서 의도적으로 뺐습니다. 감독은 이런 동화적 이야기와 전쟁이라는 모순과 참상의 두 이야기 선을 잘 배합하려 했는데 서로 엇나가서 두 이야기 모두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전쟁영화도 아니고 애정영화도 아닌 묘사가 되어 버린 것이죠.  그리고 베트콩의 지도자는 아마도 호치민 Hồ Chí Minh 을 상징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호치민은 1969 사망했지만 (이 영화의 배경은 1971년), 그의민족의 선생으로서, 민족적 지도자로서의 상징적 위상과 영향력은 그를 잇는 다른 지도자들에게 전해졌고, 우리가 생각했던 잔인한 베트콩이 아니라 민족의 교육과 미래를 염려하고, 적을 원수가 아니라 포로로 대접할 수 있는 베트콩의 전쟁윤리, 뭐, 이런 맥락에서 그렇게 묘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 베트남의 전쟁후의 화해를 상징하기도 하구요. 

     

                             젊은 호치민                                                  할아버지 호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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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P 2011.07.17 19:44

    김 척 님!!!

    그렇게 안보이는데 참으로 예리하시군요.

    깜놀~ -> (깜짝 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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