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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d ---
"제발 애들 급식비만이라도… " ☎129 가 울고 있다
하루 5400여건… 크게 늘어
"죽고 싶다" 말하는 사람 많아
현장조사 후 생계비 등 지원도
"제발 아내와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2월 초 경기 안양시 범계동의 129 보건복지콜센터에 발신번호가 공중전화로 찍힌 전화가 걸려왔다. 조은경 상담원이 전화를 받자, 30대 남성 김모씨는 울음부터 쏟아냈다. 사연은 이랬다. 건설업을 하다 지난해 9월 빚만 잔뜩 지고 망한 뒤 집마저 경매로 넘어갔다. 사글세방으로 옮긴 뒤 가족 볼 낯이 없어 집을 나와 2개월째 노숙을 하고 있다.

아내가 식당 일을 하며 두 아이를 돌보는데, 가끔 안부 전화만 할 뿐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급식비를 내지 못해 학교에서 부모님 모셔오라고 한답니다. 급식비만이라도 도와주실 수 없나요?"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 해 국민들 속살까지 파고 들면서, 129콜센터에 'SOS'를 요청하는 이들의 사연이 더 절절해졌다. 옷장사를 하다 망했는데 파산신고도 돈이 없어 못한다는 여덟 식구의 가장, 족발집을 하다 망해 가게 보증금으로 밀린 돈 갚고 나니 젖먹이 키울 길이 막막하다는 가장, 식당 문 닫고 우울증에 걸린 남편을 대신해 식당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 어렵다는 주부….

보건복지부가 24시간 운영하는 129콜센터는 각종 보건복지 제도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그런데 최근 들어 실직자 등 빈곤 가정의 긴급지원 요청이 크게 늘면서, 상담일지는 이 시대 서민들의 처절한 사연들로 채워지고 있다.


100여명의 상담원들은 올들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 퇴근이 1~2시간 늦어지고 주말 근무도 잦아졌다. 작년 하루 평균 3,895건이던 상담건수가 올들어 5,461건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1만 건 가까이 전화가 오는 날도 있다.

상담원들이 사연을 들어본 뒤 행정적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시ㆍ군ㆍ구 복지 담당자에게 통보하고 이들이 현장조사를 거쳐 도움을 준다. 노숙자 김씨 가족도 이런 절차를 거쳐 긴급생계지원금 132만6,600원을 받았다. 그러나 모두 다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작년 긴급지원 신청자 중 실제 지원을 받은 경우는 54%에 그쳤다.

양윤선 센터장은 "행정 지원이 어려운 경우 다른 방법은 없는지 최선을 다해 찾아본다"고 했다. 강원도에 사는 70대 윤모씨가 그런 경우다.

윤씨는 재작년 겨울 "너무 추운데 난방 할 돈이 없다"며 도움을 청했지만, 이미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있어 추가 지원이 어려웠다. 센터측은 수소문 끝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탄나눔사업을 연결해줬다.

눈물 젖은 편지를 뜯어보는 것도 상담원들의 몫이다. 지난 13일 오전 콜센터에 지방의 한 구치소 소인이 찍힌 편지가 배달됐다. 재소자 남모씨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정을 방치한 죄가 무엇보다 큽니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아내와 아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병든 아내 대신 식당 일을 해서 생활을 꾸리던 장모가 작년 6월 세상을 떠나자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것. 편지에는 아내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꼭 답장해달라며 우표 2장도 들어있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행정적인 상담보다 민원인의 소설 같은 사연을 들어주며 위로하는 게 상담원들의 주요 업무가 됐다. 김인숙 상담반장은 "요즘에는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면서 "당장 자살하겠다고 전화하는 사람을 다독여 설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명문대를 졸업하고 코스닥 상장 기업을 운영하던 김모씨는 "내가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을 끝없이 되풀이했다.

그는 경기악화로 직원 월급조차 줄 수 없게 되자 작년 7월 폐업하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불법이민을 생각하고 떠났지만, 그곳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지난달 귀국, 빈 농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씨에겐 일단 긴급생계지원금 90만8,720원이 지원됐다. 김씨가 할 수 있는 취업이나 창업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가 공공근로 수준이어서 김씨처럼 학력 높고 경력이 화려한 사람의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담당 복지사들이 현장을 찾아가 보면, 콜센터 상담 전화에서 털어놓은 사연보다 더 절박한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전화를 건 채모씨는 '지난달 분식집을 정리하고 택시운전을 하는데 사납금 내고 나면 한달 50만원도 못 벌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담당 공무원이 찾아가 보니 월 30만원의 사글세 방은 난방을 하지 못해 아내와 아이가 대낮에도 두꺼운 이불을 덮고 지내고 있었다.

이마저도 4월이 되면 방을 빼야 하는 상황이었다. 채씨는 129의 도움으로 긴급생계지원금 108만1,180원을 받았다. 동절기 연료비 6만8,000원과 월세 계약이 만료되는 4월에는 주거비 32만5,000원을 별도로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안내도 받았다.

유원영 상담반장은 "실질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을 때가 가장 기쁘지만, 주위에 속을 터놓을 사람도 없었는데 얘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다시 희망을 찾게 됐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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