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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어휘로 말하는 언어입니다. 한국말은 영어에 비하면 설명적인 언어인 것 같습니다. 이 언어체계에 대한 차이를 지독하게 인식하는 것은 영어를 잘 배우려는 한국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 리말의 사회적 습성을 살펴보면, 내용 보다는 서로의 기분이 소통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실속없이 장황 할 때가 많습니다. 또, 접속사구가 많을수록 공손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 때문인지, 한국사람이 영어를 배울 때는 내용 보다는 기분을 번역하려는 수고를 하게 됩니다. 자기의 세세한 정감이 제대로 번역되지 않는 영어가 냉정하여 영 정이 가지 않는 이질감이 자리하게 됩니다. 영어를 배우는 일이 우리에게 뚫어지지 않는 벽처럼 느껴지는 것이 언어습관의 사회적, 또는 문화적 차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는 설명적인 한국어를 분명한 어휘로 말하는 영어로 전환하는 일에 색다른 각오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쁠 때나 화가 날 때, 한국말은 정갈한 단어 보다는 표정, 몸짓, 또는 목소리를 크게 하여 표현하는데 반해서, 영어는 표정 크게 바꾸지 않고도 기쁨과 화난 정도를 다양한 어휘사용으로 차분하게 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언어의 우열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다른 언어 일 뿐입니다. 어휘력으로 개인의 성품과, 인격에 대한 편견을 갖고, 은밀한 계층적 구별을 하는 버릇은 영어권 사회의 분명한 고질병입니다.

이 어휘부분에 대하여 요긴한 실마리가 된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 온 처음 2년 동안 엉터리 영어를 마구 지꺼리면서도 챙피한 줄 몰랐습니다. 대학에 가서야 나의 영어가 품위 없이 흉내내기 영어인 것을 심각하게 자각했습니다. 꿍꿍이를 하다가, 하루는 영어교수에게 “니 생각에는 나의 영어가 왜 볼품 없는 것 같으냐?” 물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어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교수는 미국 신문과 한국 신문에 쓰여지는 어휘수를 세어 비교해 보라고 제의 했습니다. 그 후, 꼬박 2 주 동안, 뉴욕타임즈, 동아일보, 르 몽드, 짜이퉁, 요미우리 신문 사회면을 모아 어휘수를 세었습니다. 각 나라 말에 고유한 조사, 어미 등의 변화는 제외 하고 집계한 평균 어휘수의 차이는 한눈으로 알아차릴 만큼 현저 했습니다. 불어가 제일 많은 4000여 개, 독일어와 영어가 3200여 개, 일본어 2000여 개, 한국어는 1500여 개.

깨 달음이 컷던 나는 나의 어휘력에 대해서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나의 한국어 어휘를 몽땅 번역 해도 영어로 1500개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밑지는 장사 같아서 용납하기 싫었습니다. 곧, 영어단어를 영어로 다시 익히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영한사전에 있는 우리말 풀이는 많은 부분이 대강의 뜻으로 알고 있기에는 충분했지만, 영어단어를 영어로 쓰려 할 때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때가 있음을 알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해에, 내가 다니던 대학 석사과정으로 새로 온 한 분이 농담으로 “야… 100 단어로 나를 설명하자니 그야말로 쌩똥싸는 일이더라” 라는 말에 같이 많이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무렵인 듯 한데, Freud 의 책을 읽으면서 ‘사람에게 단어없는 인식이란 있을 수 없다’라는 주장이 내 머리 깊숙히 자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어에 internecine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서로에게 해가 되어 쓸데없다(mutually destructive)라는 형용사 입니다. 이에 상응하는 우리말 단어가 없기 때문에, 세상 어떤일은 결국 서로를 해쳐 둘 다 죽는다는 인식이 없어서 인근 한인교회가 갈라지고, 유학생모임에서 사소한 일로 서로 다투는 일이 잦은 건가라는 의심도 했습니다.

사 람이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는 두가지 다른 길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습득이고 (acquiring), 다른 하나는 의식적으로 배우는 (learning) 것이라고 합니다. 습득은 일부러 배우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쓰면서 알게 되는 일이고, 배운다는 것은 따로 연습을 해야 익숙해 지는 것입니다. 굳이 학술적인 설명 없이도, 금방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대체로 12-13살 이전의 유아들은 언어의 습득이 가능하다고 하는 이해가 있습니다. 반면에, 성인들은 예외없이 집요한 연습과 훈련이 있어야 배울 수 있다는 이해를 강요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에 온지 몇 년 만에 귀가 뚫리고, 입이 열리는가에 대한 흔한 질문은 허상입니다. 미국에서 산 햇수에 관계없이, 미국에서 사는 동안 어떻게 했느냐에 달려있는 일이라고 이해 하는것이 옳습니다. 혹시 귀에 익숙해져 단어나 문장이 들려도, 들은 단어나 문장의 뜻을 모르면 소용없는 일입니다.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되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마치 새로운 단어를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는 듯한 기분이 있습니다. 영어도 그렇고, 특히 요즘에는 새로운 우리말 단어를 알게 되는 일이 더없이 즐겁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이런 생게망게한 쪼각생각들을 읽는 사람들이 살천스런 표정으로 눈을 홉뜨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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