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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3 20:55

믿음의 역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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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의 영향으로 19세기 말, 20세기 초 서구 지성계에서 신이 발 붙일 자리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옥죄어온 미신에서 벗어나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세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대항해 시대와 산업 혁명, 유럽 여러 나라들의 민주화 물결, 폭발적인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유토피아는 머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양지가 넓을수록 음지도 깊은 법입니다. 유럽인들이 흥청망청 거릴 수 있었던 것은 식민지의 수탈, 노동자와 노예들의 혹독한 노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수탈하는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자유를 위해 싸웠던 구세력 즉 종교권력이 했던 것처럼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 했습니다. 몇 세대를 거친 자본가들은 이제 오래 전 귀족세력들보다 더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되어버렸습니다. 가난하고 정의로운 젊은 지성들은 모순된 사회 구조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칼 마르크스입니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수탈하면서 자신의 폭리를 정당화 하기 위한 도구가 종교란 것을 간파했습니다.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분배 문제로 따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한다는 것이지요. “노동은 신이 주신 신성한 선물이야. 가난하더라도 자족하고 기뻐할 수 있어야 해. 사회에 불만을 품는 것은 참된 기독교인이 할 짓이 아니야. 세상은 원래 고난의 연속이지. 그러나 하늘나라에 가면 이 모든 것을 신이 보상해 줄꺼야.” 하는 식이었죠. 그래서 그 유명한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후 탐욕스런 자본주의의 반발로 공산주의가 세계 절반에 이르는 나라에 확산 되었습니다. 공산주의가 확산될수록 반종교주의, 유물론도 함께 퍼져 나갔습니다. 오늘날에도 공산주의의 종교비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리고 유물론은 공산주의를 너머 세계 전체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문명의 발전과 함께 끝을 모르고 팽창한 인간의 욕망은 1차,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과학기술은 양날의 검이 되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는 기관총의 등장으로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탱크와 독가스도 등장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원자탄이 등장했습니다. 인류의 과학 기술 발전은 인류의 번영만을 약속하지는 않았습니다.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를 폭파시키고도 남을 수 있는 재앙의 전조도 함께 선사했습니다. 1차 세계 대전에서 군인만 900만명 이상 사망, 2차 세계대전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포함 7,200만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칼과 도끼로 전쟁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숫자죠. 기술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두 전쟁으로 말미암아 유토피아를 꿈꾸던 오만한 유럽의 지성들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참혹한 전쟁 이후 사람들의 생각은 극단적으로 나뉘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신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서조차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인간에게 허무주의가 등장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인간의 한계와 불안을 직시하고서 다시 신 중심의 신앙으로 돌아가려는 시도가 그것입니다. 먼저 신과 인간 모두에게 믿음이 사라진 세계에서 등장한 허무주의는 살펴보겠습니다. 허무주의를 일찍이 주장한 사람들로는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허무주의는 답이 없는 허무주의가 아닙니다. 쇼펜하우어는 불교의 영향을 받아서 인생 자체가 고통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이 고통과 덧없음이라는 것을 깨닫고 종교와 예술에서 위안을 얻는 소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반면 니체는 허무주의를 받아들이면서도 능동적인 의지로 허무를 받아들이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에 따라 살기를 주장합니다.  한때 히틀러의 나치가 니체의 ‘힘에의 의지’를 악용해서 니체의 사상이 나치의 철학으로오해받기도 하죠. 아무튼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등장한 허무주의는 말 그대로 허무주의입니다. 답은 없고 절망만 있죠. 알베르트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 카프카의 변신과 같은 소설이 이러한 허무주의를 담고 있습니다. 사르트르의 허무주의, 부조리에 대한 소설들이 이와 같은 시대배경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한편 믿음의 노선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사실 세상의 기술발전이나 사상의 변화와 전혀 무관하게 옛 믿음을 고수하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현실 속에서 다시 믿음을 재정립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칸트에 의해서 학문영역에서 추방당하다시피 한 신학을 살리기 위해 당신 신학자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슐라이어마허는 신학의 주체를 신에게서 신앙을 가진 인간으로 옮겨왔습니다. 그리고 종교란 것은 교리가 아니라 종교 체험과 감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거대한 이성의 물결과 칸트의 철학을 정면으로 거스르기 힘든 상황에서 믿음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신학이 감정과 개인으로 도피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학자 불트만은 성서의 비신화화를 통해 기독교 내에 남아 있는 미신과 구습을 걷어내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신화적 예수연구보다 역사적 예수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한 것이지요. 한국의 기독교 장로회 신학은 이와 같은 자유주의신학을 받아들여 이성과 믿음의 변증법적 발전 속에서 믿음을 재정의 하려고 노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자유주의신학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복음주의자들과는 불편하게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교단이 갈라지게 된 것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1, 2차 세계대전 후 인간의 자부심은 철저히 부서졌습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무신론자들은 인간과 세상이 아무 의미가 없으며 부조리하다는 허무주의로 빠져들었습니다. 반면 신학에서는 나약한 인간 중심이 아니라 다시 신 중심의 신학을 회복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 한 가운데 칼 바르트가 있었던 거지요. 그는 나약하고 유한한 인간은 무한한 하나님의 존재아래에서만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유주의 신학의 세례를 받았던 칼 바르트가 결정적으로 자유주의신학에서 멀어졌던 계기는 바르트의 스승을 비롯해 여러 신학자들과 지성인들이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가 1차 세계 대전을 벌린 것에 대해 지지하였기 때문입니다. 바르트는 자유주의신학이 인간의 죄 문제에 대해 간과한 것, 하나님의 말씀으로써의 성경을 간과한 것, 인간과 자연을 초월해 존재하는 하나님에 대해 간과한 것이 이와 같은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본 것입니다.

 

  인간 중심에서 다시 하나님 중심의 신학으로 회귀한 바르트와 달리 인간의 실존적 고민, 인간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하나님을 찾는 신학자도 있었습니다. 바로 폴 틸리히입니다. “예수를 따르지 못하겠다면 모든 심각함으로 빌라도를 따르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즉 믿음이란 부모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든, 국가에서 지정한 종교이든, 어떤 권위를 통해 주어지는 믿음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차라리 철저히 의심하고 회의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진실한 의심과 회의 속에 하나님이 함께 계시며 결국 자신만의 믿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또한 그는 교회와 종교 현상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화 속에 나타나는 종교적, 신학적 의미를 발견하려 노력했습니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모든 문화행위 속에는 불안, 죄의식, 믿음, 구원 등과 같은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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