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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20:02

몰입에서 사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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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들 잘 계시는지요?

   몇 주 뵙지 못했네요.

   먼 한국에서, 그리고 이곳 캐나다에서 계시는 교우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밝은 모습으로 뵐 날을 그립니다.^^

   몇 년 전 가을에 썼던 글 한편 올려요~                                                   

 

  바야흐로 가을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껴가고 단풍은 형형색색 물들어 떨어진다. 높푸른 가을 하늘 아래 단풍잎을 밟고 서 있는 사람에게 사색은 필요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열의 계절 여름이 성장을 위한 다가가기의 시간이라면 사색의 계절 가을은 반성을 위한 거리두기의 시간이다. 사색은 깊이 헤아려 생각하는 것이다. 즉 가을은 나와 너와 사물에 대한 몰입에서 빠져나와 거리를 두고 깊이 헤아려 반성하는 계절이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경우 몰입은 있어도 반성은 없다. 먹잇감을 쫒기 위한 몰입, 이성에게 구애하기 위한 몰입, 천적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몰입이 그렇다. 그러나 나는 왜 먹잇감을 쫒는가? 나는 왜 이성에게 구애를 하는가? 나는 왜 천적에게서 달아나 살려고 하는가? 라고 하는 반성은 없다. 거리를 두고 깊이 헤아려 생각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반성은 깨달음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깨달음은 보다 높은 차원의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가을의 사색은 모든 대상과 관계에서 거리를 두고, 깊이 헤아려 반성함으로써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시간이다.

    

​   그러나 21세기 한국의 가을은 가을의 사색을 잃어가고 있다. 철학자 한병철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피로사회’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사색은 여유를 에너지로 삼는다. 그러므로 여유가 없으면 사색도 없다. 한국이 경쟁사회, 성과사회가 되면서 인간을 언제나 과잉몰입의 상태로만 내몰고 있다. 삶의 순환과정에 있어 언제나 여름만 있을 뿐 가을이 없는 꼴이다. 그러다보니 사색을 위한 독서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한국에서 독서운동을 이끄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사색의 독서 보다 몰입의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김병완의 ‘기적의 고전 독서법’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독이나 속독을 통해 짧은 시간 많은 양의 정보를 입력하는 몰입의 독서법만 활개를 치고 있다.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반성이 없고 깨달음이 없는 국가의 미래는 브레이크 없는 전차와 같다. 방향을 잃고 내달릴 뿐 어디서 서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다. 국가 뿐 아니라 개인의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자기성찰이 없는 몰입은 필연적으로 자기상실을 낳는다. 이미 인생길을 정신없이 내달리다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목적을 향해 내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목적 없이 노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위대한 사상가들은 목적 없는 산책을 즐겼다. 목적 없는 산책 속에 사색이 있고 사색 가운데 깨달음이 있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바야흐로 가을이다. 낙엽을 밟고 선 당신을 돌아보라. 청명한 가을 투명한 공기 사이로 비치는 타인을 돌아보라. 그리고 책 사이로 흐르는 활자를 음미하라. 그럴 때 자연이 당신에게 가을의 묘미를 선사할 것이다. 단풍이 물들 듯 삶의 의미도 고유의 색깔을 입고 물들어 갈 것이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夕死可矣)”라고 했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 사색과 깨달음의 날들이 있다면 혹독한 겨울이 와도 좋다. 피로사회 속에서 몰입에 지쳐 가을을 거치지 못한 영혼들에게는 혹독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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