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송이 장미 이야기

by 플로렌스 posted Jul 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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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러시아 노래는 제 아이파드 음악 리스트에 올라 있지만, 복면가왕 하현우가 보른 노래를 보면서 가사가 이렇게 좋은지 몰랐습니다. 

사랑은 가슴에 새기는 것이기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그래서 간직하는 이의 것입니다. 

이 노래는 러시아 노래라고 하는데

원곡의 배경은 더 애절합니다. 

조지아(그루지아)의 가난한 화가는 

전 재산을 털어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의 집 앞을 

장미로 덮습니다. 

이 어리석은 남자도 

백만송이 장미를 바친다고 

그녀의 마음을 사지 못하리라 

예상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본래 어리석은 것이며

하루하루를 연명할 빵을 포기하고

자기의 몸과 마음을 

온통 삭이며 스러져 갑니다.

그러므로 홀로사랑은 페이소스(pathos)이며

희랍적 비극의 탄생입니다. 

두사람의

낭만적 사랑은

함께 이야기를 엮어가는 

공동저작입니다

사랑은 혼자 엮어갈 수는 없습니다. 

"내"가 있어도

"네"가 없으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없으니까요.

낭만적 사랑은

심장이 뛰는 것이며

열정으로 피어나는 꽃이며

그래서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 집니다. 

 

하지만 짝사랑은 가슴 아픈

독백입니다. 

함께 엮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없는 것이

짝사랑입니다. 

그렇지만

짝사랑의 이야기도 단일 저작은 아닙니다.

네가 내 가슴속에 

때론

아침햇발처럼

해질 무렵의 황혼처럼

밤하늘의 별처럼

비오는 날 

운무처럼 날리다가

날이 개면 

구름으로 다시 피어올라

청명한 하늘을 떠다니며

허망하게 흩어집니다.  

이런 부질없는 독백속에서도

나의 이야기는

너의 이야기로

엮어집니다.

 

우리 모두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내 자신의 "신화("myth)라고 합니다.

신화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

언제나 내 가슴속에 깊이 자리 잡아 

반복에 반복을 더하여

계속해서 삶의 의미를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내"가 신화를 살 때 

타인들에게는 아무런 가치없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 되며 

길거리의 널려있는 민들레도

하찮은 돌부리도

나에겐 참되고 진실하고

의미있으면(meaningful)

삶의 신화가 되고

내 삶의 영역으로 들어와

내 인생의 이야기의 한 플롯(plot)을 

형성합니다. 

 

백만송이 장미는

그 꽃을 자기의 이야기로 엮어나가는

이의 가슴속에

늘 반복해서 피어나는 

우리의 신화입니다.

그 이야기를 엮어가고자 

하는 열망이 살아있는 한

우리의 유한함은

무한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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