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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6 16:44

[설교요약]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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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시편 23:1-6)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 없어라.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만한 가로 인도하신다. 나에게 다시 힘을 주시고,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바른 길로 나를 인도하신다. 내가 비록 죽음의 그늘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주님의 막대기와 지팡이로 나를 보살펴 주시니, 내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원수들이 보는 앞에서 내게 잔칫상을 차려 주시고, 머리에 기름 부으시어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 주시니, 잔이 넘칩니다. 진실로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내가 사는 동안 나를 따르리니, 나는 주님의 집으로 돌아가 영원히 곳에서 살겠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난 천상병 시인은 광복 직후 부모님을 따라 마산으로 넘어왔습니다. 공부를 잘 했고 글도 잘 쓰던 수줍음 많던 소년은 일찍부터 시를 썼습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합니다. 그러나 동백림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되면서 6개월간 옥고를 치르며 고문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심정을 담은 시가 ‘그날은’입니다.

그날은 / 천상병

이젠 년이었는가

아이론 와이셔츠같이

당한 날은...

 

이젠 년인가

무서운 뒷창가에 여름 곤충 마리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날은...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총명하고 똑똑했던 천상병은 이 때 받은 전기고문의 후유증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되었고,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을 평생 앓았습니다. 이후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시인은 행려병자로 오해를 받아 청량리에 있던 정신병원에 수용됩니다. 그의 지인들은 그의 행적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죽은 줄 알고 유고시집 ‘새’를 발간합니다.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새가 울고 꽃잎 때는,

내가 죽는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마리 새.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마리 새.

 

그의 새를 보면 그의 처연함과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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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의 다윗 또한 젊은 시절 많은 고난을 겪었습니다. 저희 교회에서도 이미 다윗의 여러 면모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고난속의 청년 다윗을 보려고 합니다. 오늘 본문 23편 바로 전인 22편을 보면 그의 고난이 어떤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22

(1~2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어찌하여 그리 멀리 계셔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나의 간구를 듣지 아니하십니까?

나의 하나님, 온종일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시고, 밤새도록 부르짖어도 모르는 체하십니다.

(6절)그러나 나는 사람도 아닌 벌레요, 사람들의 비방거리, 백성의 모욕거리일 뿐입니다.

(14~15절) 나는 쏟아진 물처럼 기운이 빠져 버렸고 뼈마디가 모두 어그러졌습니다. 나의 마음이 촛물처럼 녹아내려, 절망에 빠졌습니다.

나의 입은 옹기처럼 말라 버렸고, 나의 혀는 입천장에 붙어 있으니, 주님께서 나를 완전히 매장되도록 내버려 두셨기 때문입니다.

만약 영화 밀양의 신애처럼 교회에서 누군가가 이런 고백을 했다면 신성모독이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이 성경에 적혀 있습니다. 고난을 당하는 중에는 하나님의 은총이 보이지 않습니다. 성경은 인간의 비참한 상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 같고, 계신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응답하지 않는 것 같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고, 생노병사 가운데 살아가는 인생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분과 같이 느끼는 사람들의 불안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특히 6절을 보면 사람들이 다윗을 비방하고 모욕하는 것을 봅니다. 다윗은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벌레라고 고백할 정돕니다. 자신의 자존감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실 때도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요?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천상병 시인입니다. 그도 옥고 중에 고문을 받을 때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롱당하고 고통받는 사람의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그의 시 나무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다윗 또한 희망의 끈을 최후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인 시편 23편은 이러한 고난과 불안을 믿음안에서 겪어낸 사람만의 고백입니다.

그의 고백을 보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고 쉴만한 물가로 인도해 주심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중에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야 할 때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원수의 목전에 있어야 할 때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난과 시련에서 달아나거나 피할 수 없는 인생을 봅니다. 그러나 믿음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원수의 목전에서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며 나를 지키신다는 믿음입니다. 이들에게 이러한 믿음은 죽임을 당하는 순간에도 꺾을 수 없습니다.  “몸은 죽여도 영을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마태복음의 말씀이 이들의 고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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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의 유고시집 새가 발간되고 나서 이것을 본 지인의 연락으로 그의 행방이 알려 졌습니다. 시인의 친구 동생이었던 목순옥 여사는 근 일년 가까이 병원을 찾아가서 시인을 돌봅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이 인연으로 마흔 세살 노총각이던 천상병은 서른 여섯의 목순옥과 결혼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평생 금슬이 좋았습니다. 시인이야 좋은 남편감이라 할 수 없었지만 나쁜 짓은 하지 않았고, 부인 앞에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목 여사도 ‘귀천’이라는 카페를 하면서 천 시인을 도왔습니다.

그의 진정한 유고시집인 ‘나 하늘로 돌아가네’에 실린 행복이란 시를 보면 그의 낙천적이고 소박한 행복관이 잘 드러납니다.

 

행복 /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고난속에서도 천상병 시인의 행복을 지켜준 것은 그의 아내와 신앙이었습니다. 그의 다른 시도 한번 보겠습니다.

 

 

친구가 멀리서 와,

재미있는 이야길 하면,

나는 킬킬 웃어 제낀다.

그때 나는 기쁜 것이다.

기쁨이란 뭐냐? 라고요?

허나 웃을 뿐.

 

기쁨이 크면 웃을 따름,

꼬치꼬치 캐묻지 말아라.

그저 웃음으로 마음이 찬다.

 

아주 좋은 일이 있을 때,

생색이 나고 활기가 나고

하늘마저 다정한 누님같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행복은 참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은 작은 하나도 기쁨으로 누리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가장 알려진 시 귀천을 보겠습니다.

 

귀천 / 천상병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는 힘든 세상살이를 소풍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죽음을 귀천이라 말합니다. 이렇게 보면 그는 혁명가라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세상과 가짜 세상을 뒤집어 놓은 것입니다. 그에게 하나님 나라가 진짜 세상이고 이 세상은 잠시 소풍일 뿐입니다. 그래서 세상 가운데서의 고난도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것입니다.

다윗은 어떻습니까? 다윗 또한 결국 주님의 집으로 돌아가 영원히 거하겠다고 고백합니다. 이들의 고백을 현실 문제를 도피하거나 회피하자, 정신승리하자는 말로 듣는 다면 이들의 삶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예수가 세상을 회피했습니까? 다윗이 그랬습니까? 천상병이 그랬습니까? 이들은 세상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영원의 세계에서 이 세상을 내려다본 사람입니다. 믿음의 사람이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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